스며드는 것 (외 1편)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시집『간절하게 참 철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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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
봄날, 병아리가 어미 꽁무니를 쫓아가고 있다
나란히 되똥되똥 줄 맞춰 가고 있다
연둣빛 풀밭은 병아리들 발바닥을 들어올려 주느라 바쁘다
꽃이 진 자리에 꽃씨를 밀어 올리느라 민들레꽃도 바쁘다
민들레 꽃대 끝에 웬 솜털 같은 눈이 내렸나?
병아리 한 마리 대열에서 이탈해 한눈을 팔고 있다
그리고는 꽃씨에다 노란 부리를 톡, 대어본다
병아리는 햇빛을 타고 날아간다
허공에다 발자국을 콕콕 찍으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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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84년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닷가우체국』『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간절하게 참 철없이』. 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