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권기홍 노동부장관이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놓인 배달호씨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2003 노동과 세계 신동준
4일 오후 3시쯤 민주노총을 방문한 신임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잠시 머뭇거렸다.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영등포2가 139 대영빌딩 5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지난 1월 9일 분신한 두산중공업의 배달호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신임 권기홍 노동부장관의 사진을 찍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구에는 사진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분향소를 그냥 지나쳐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분향소 앞에서 묵념을 할 것인가.'
머뭇거리던 권기홍 노동부장관에게 비서가 다가가 뭔가를 이야기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권기홍 장관은 영정에 분향을 하고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묵념하는 권 장관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노동계의 불만
지난 2월 27일 개각에서 권기홍 노동부장관이 임명되자 노동계는 당혹스러워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양대 노총을 방문해 "노동부 장관은 노동계를 잘 아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인선 원칙을 설명했던 터라 노동계는 내심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권기홍 영남대 교수가 노동부장관에 임명되자 "장관에 노동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확실하지 않고 개혁성도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임명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노동계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4일 양대 노총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한 권기홍 장관에게 "의외의 인물이 발탁돼 우려를 표명했을 뿐, 특별히 유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신임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인수위원회에서 사회문화분과 간사를 맡기도 했었다. 분배와 복지 등에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지만 노동 분야는 그에게 생소한 분야다. 더구나 노동부는 두산중공업 사태, 비정규직 문제, 주5일 근무제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배달호씨 분신을 계기로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두산중공업 사태는 신임 권기홍 장관이 능력을 검증 받는 첫 시험대다.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난 권 장관이 두산중공업 사태에 대해 "어렵겠지만 잘 해결해나가자"고 손을 내민 것이나 배달호씨 분향소 앞에서 묵념을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다음과 같은 취임 일성으로 노동부 직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노동부 직원은 경제부처 직원이 아니다. 노동부가 기업이나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노동부를 만들겠다는 권기홍 장관의 약속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