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ket 일단 (유대교와 기독교의) 구원관이 서로 틀리기 때문에, 종교적 배타성의 기반이 서로 틀리다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 될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 유대교와 기독교의 구원관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둘의 배타성이 그리 달라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원(신의 선택을 받음)의 대상이 “민족”에서 “기독교 신자”로 치환되었을 뿐입니다. 배타의 대상이 달라졌을 뿐, 그 배타성의 본질은 매한가지 아닌가요?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기독교인들이 있을 것이겠으나 어쨌거나 예수에 대한 믿음이 교파를 막론하고 구원의 필요조건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casket 그런데, 어째서 기독교가 권력을 얻은 뒤 인본주의가 말살된 것일까요?
==>요약하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겁니다.
1. 타종교, 타사상 등 기독교와 맞지 않는 관념을 사악하다고 여기거나 적대시하는 배타성
2. 신본주의와 원죄설에 의한 인간성 비하
3. 관찰과 귀납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관적이고 독단적인 신앙에 의한 절대성 추구
위의 세 가지 특징은 완전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집니다. 지적해 둘 것은, 저 3가지 특징의 공통점은 관용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일례로 해부학 얘기를 해보지요.
해부학이 금지된 시절, 피렌체의 해부학자들은 무모하게도 남자와 여자의 갈비뼈 수가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혹독한 고문 뒤에 화형을 당했습니다. 이 사건을 위의 사항 중 어떤 것에 해당할까요? 모두에 해당합니다. 박해자들로서는, 1. 바이블의 내용과 맞지 않는 주장(남녀의 갈비뼈수가 같다)을 사악한 의지로 파악했고, 2. 그러한 사악한 의지는 인간의 오만 불손한 죄성에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으며, 3. 갈비뼈의 수를 세어보기만 하면 될 문제를 오로지 독단적 신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 세 가지 특징이 “권력”과 맞물렸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요. 기독교가 인본주의를 말살한 과정은 다른 사건들도 대강 이와 같습니다.
casket 그전에는 인본주의 말살적 요소가 없었던 것일까요? 기독교가 사람을 이용했는가? 사람이 기독교를 이용했는가?하는 점입니다. 일례로, 근본적으로 기독교의 교리가 잔혹해서, 거기에 충실한 사람들이 중세에 마녀사냥을 했을까? 아니면, 부패한 권력자에 의해 기독교의 진의가 왜곡되어 이용되어, 그들의 권력의 노리개로 둔갑하게 된 것일까? 하는쯤의 질문들이 될수 있겠지요. 이부분은 간단하게 답하기 힘든 문제이겠지요.
==>알고 보면 기독교의 잘못은 결국 인간의 잘못입니다. 기독교는 인간이 만든 것이거든요. 그리고 기독교는 그것을 믿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죠. 기독교인들이 아니라면 기독교의 존재 의미가 없었겠죠.
또한 기독교는 인격이 아니므로 당연히 사람을 이용할 수는 없겠죠. 다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기독교가 “악용”되었다는 말이 아주 무색해질 정도로 기독교인들의 잔인성과 만행을 부채질하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는 점입니다.
신실한 칼뱅은 그의 저서 ‘정통신앙 옹호론’에서 정통 신앙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이단을 모두 죽여도 되며, 그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적 사랑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 칼뱅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칼뱅은 그 시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을 뿐이니까요.
그 당시에는 이단을 죽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고 카톨릭 교도들이 신교도 2만명을 때려 죽인 바돌로메 축제일의 대학살도 그 시절에 일어난 “있을 법한”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카스텔리오 같은 아주 극소수의 기독교인들만이 그런 잔인성을 비인간적으로 느꼈을 뿐입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예수가 말한 사랑의 범위는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 한정되었던 것이죠.
이러한 시대 상황이 기독교를 왜곡한 결과라고 보십니까? 굳이 그렇게 상황을 어렵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나치주의자들이 나치즘을 왜곡했기때문에 유대인들이 학살되었다고 말한다면 어떻습니까? 마찬가지로 저로서는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기독교가 그러한 시대 상황을 만든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기독교는 근대 이전까지는 언제나 인간이 서로 사생결단식으로 싸울 거리를 주었던 종교입니다.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다고 말한 것은 바로 예수니까요.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을 인용하도록 하죠.
---------------------------------------------------------------------------
그러나 역사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면, 기독교에 관련한 많은 불행한 일들이 단지 ‘인간의 욕심’이라고 여기고 지나치기엔 너무 미심쩍은 사실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첫째로, 기독교 발흥 이전에는 유대 민족을 제외하면,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도 존재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끈질긴 저항에 대한 박해이지, 종교에 대한 박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독교도들은 로마보다 더 심하게 이단과 유태인을 핍박했다. 분명한 것은, 기독교 이외의 종교는 모두 사악하다는 관념이 퍼지게 된 것은 기독교인들이 정치적 권력을 확보하면서부터라는 사실이다.
둘째로, 다른 종교와 비교해 보았을 때, 기독교 만큼의 배타성과 독단은 같은 뿌리를 가진 이슬람교 이외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교도 종파가 꽤 다양하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교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싸우는 일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살육이나 박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조선시대에 성리학이 주류가 되면서, 불교의 사찰이 산으로 쫓겨나기는 했지만, 불교를 믿는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같은 시대의 유럽에서는 예수 부활을 믿지 않는 것도 화형을 당할 만한 죄였다는 사실을 비교해 본다면 충분히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중세 유럽에 끼쳤던 해독으로도 모자라서, 지금 우리나라에도 기독교로 인해 그와 상당히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장소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심지어 2002월드컵 때, 경기장 앞에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꼴볼견을 연출해 냈다. “붉은 악마”에 대한 과민 반응은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경찰서에 불상을 놓아 두는 곳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3,000명이나 되는 기독교인들이 경찰서에서 강경시위를 벌이는 작태를 과연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으로 돌릴 수가 있는가? 문화재와 불상, 심지어 단군상도 파괴하는 짓들이 왜 기독교에 집중되어 있는가?
============================================================================
casket 죄지은 자들에게 영원한 형벌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굳이 기독교뿐만이 아니겠지요.
==>영원한 형벌의 개념은 기독교만이 가진 특성입니다. 불교가 그런가요? 아니면 유교가 그러했던가요? 불교에서는 죄를 저지른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유교는 내세를 가정하고 있지 않으니 아예 해당 사항에 없겠죠.
형벌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간의 복수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러한 이유도 일부 있겠지만 형벌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잘못의 개선” 즉, 계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용적으로 보자면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 형벌에 대한 두려움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영원한 형벌”이란 개념의 위험성은 그것이 오로지 복수심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목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은 복음서에서 예수의 언행을 관찰하시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casket 십자군 전쟁에서 유대인들이 아랍 민족들을 학살했나요? 제가 알기로는 유럽민족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유대인들이 아랍민족을 학살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 글을 제대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casket 1차십자군부터 로마가 양분되고,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어용 신성로마제국의 바로바로사 프리드리히까지, 그리고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까지의 전쟁을 살펴보면, 이것이 기독교의 교리 때문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집단의 충돌로 보는것이 더 옳은 시각이 아닐까하는데요? 더군다나 십자군에 참전한 사람들중에는 범죄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들이 대단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다만 기독교의 이름이 덧입혀진것이지요. 초두에 이야기했던 왜곡된 혹은 일그러진 기독교의 진의, 그것때문이 아니었을까요?
==> 기독교가 왜곡되었다기보다 오히려 십자군 전쟁의 명분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했죠. 억지로왜곡했다면 오히려 저항에 부딪혔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는 기독교의 교리와 정치적, 경제적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종교가 권력을 등에 업고 명분과 실리를 얻는다 해서 그리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가령 로마가 양분된 것은 황제와 교황간의 우상에 대한 견해 차이도 한 몫 했습니다. 그리고 멀쩡했던 로마가 분열된 것은 기독교를 국교화시킨 이후입니다.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단순히 시간 순서상 그렇게 된 것일 뿐일까요?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는 많은 사가들이, 십자군들의 신앙이 신실했음을 믿고 있더군요. 왜 그럴까요? 무식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신앙에 있어서는 유식한 신학자들보다 더 신실할 경우가 많습니다. 십자군들 대부분이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casket 이부분은 저와 견해가 조금 다르시군요. 그러면 분석가님께서는 과학을 통해서 종교를 규명해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아니면, 종교적 도그마와 과학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요?
==> 물론 종교는 결국 새로운 교리로 과학에 적응하겠죠. 제 생각은 비판의 대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 없다는 정도일 뿐입니다. 종교가 원래 도그마건 말건 그런 것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기독교는 그 본질상 독단적 믿음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그것이 해롭다고 보는 것이고 이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독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영역은 종교입니다. 오히려 종교를 비판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금기도 있지요. 저는 이러한 타부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asket 결론적으로 저의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종교에의 교리때문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 본연에서 불길을 헬금거리는 이기심이 종교를 쓰레기로 만든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예전에 어딘가에 쓴적이 있는것 같은데, 교리, 그것을 스스로 굴레로 만드는 인간이 문제인것입니다. 종교를 개인적 욕구충족을 위해 이용하는 인간들이 항상 문제를 일으켜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그렇습니까? 저는 "이기심"을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자기를 위한다는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성질입니다. 다만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좋지 못한 방향으로 자극하는 기독교의 교리는 기독교인들이 잘못을 저지를 만한 동기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의 신인 야훼나 예수도 결국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자기만을 믿고 자신을 위해 죽기를 바라는 장본인이 바로 기독교의 신 아닌가요?
종교는 결국 개인적 욕구충족으로서의 기능에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복적 신앙이 문제라고들 합니다만 도대체 기복적이지 않은 종교가 어디 있을까요? 저는 그런 종교를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종교의 역할이 고통의 위안으로서의 개인적 욕구충족을 넘어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제게는 무당이나 점쟁이, 스님, 목사가 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퍼가야지,,,^^
아주 유익한 대화,,,,,,,,,,,,,,,,,,^^
오오~~~ 대단한 글입니다. 멋집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