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과 헤어지고 회사 생활을 하던 큰 아이는 야구를 좋아했다.
지역 연고를 가진 구단이 광주에서 원정 경기를 하는데 관람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여고 2학년 학생을 만나게 된다.
나이가 무려 12살 차이가 나는 띠 동갑 어린 소녀였다.
처음이야 동생처럼 생각하며 만났겠지만 여학생이 대학을 가게 되고 연인관계로 발전한 모양이다.
여덟 살 터울 나는 작은 아이가
"아빠, 형 도대체 왜 그래?"
"무슨 말이야? 밑도 끝도 없이"
"아 몰라 형한테 들어"
"뭔 일로 그러는지 알아야 물어보던지 하지"
"형 나이가 몇이야? 미성년자 만나면 돼? 안돼?"
나는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간섭이나 무엇을 가르치는 것은 하지 않았다.
지성을 가진 인격체고 법과 규범과 예절을 잘 아는 아이들이었기에
비행이나 남들로부터 지탄받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작은 아이 말을 듣고도 아는 체하지 않았다.
어련히 알아서 잘 처신하리라 생각했다.
꽤 오래 사귀었다 그 여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아빠, 저 광주로 내려가요."
"광주는 왜?"
"마카롱 가게 해 보려고요"
"너 제과제빵은 아예 문외한 아니니?"
"여자 친구 사는 곳 가까이에 마카롱 가게가 나왔는데
기술전수부터 집기 모든 것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인수하려고요."
"가훈이 무엇인지 늘 머릿속에 담고 있지?
"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아빠께 말씀드리는 거예요"
우리 집 가훈은 "염각행"이다.
念覺行
생각을 깊이하고 이치와 참을 깨닫고 행동에 옮기면 실수와 실패, 잘못과 후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작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음각으로 서각 하여 거실에 걸어 두었다.
아무리 생각을 깊이 하려 해도 아는 게 있어야 하고 또 숙련이라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첫 사업은 그렇게 얼마 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이 났다.
그 후 큰 아이는 일산으로 올라가 프랜차이즈 김밥 장사를 했다.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 했던가.
그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알아가고 호감을 느끼고 마음이 가버리면
내 모든 것이, 내 일상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고 귀결된다.
그 생활이 얼마간 지속되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고 권태가 생기기 시작한다.
자식이라는 결실이 없는 사랑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그 사람 눈동자에 내가 담겨있을 때에만 그는 내 사람이고 나 또한 그의 사람인 것이다.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라도 나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본다면 그건 이미 파국으로 가는 것이다.
또 집안의 소식통인 치약 장사 작은 아이가 소식을 전해준다.
"아빠, 형 여친과 헤어졌데"
"다 그런 거야, 만나고 헤어지고"
"그래도 이번은 좀 다르지 한 사람의 청춘을 형이 망가뜨린 거잖아"
"두 사람의 사정은 하느님도 부처님도 몰라"
"에휴, 아빠가 형 좀 뭐라고 해,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저럴 거야?"
"네가 아빠 대신 말 좀 하지 그러니?"
"난 말 못 해, 알아서 하겠지"
"그래 그거다, 본인 일은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