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오후,,,밖으로 나서기 전, 잠시 TV를 주시했다가...
한시간 여 동안 나갈 생각을 잊은채 바보상자 앞에 묶여있어야 했습니다.
OCN에서는 록키3 을 방영하고 있었고, STAR sports에선 US open tennis생방송 중이었습니다..
재미없는 프로그램 나오면 마구 채널을 돌려가면서 보고,
볼만한 프로가 여러군데서 해도 그 채널 돌려가면서 좀씩은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저로서는 (이러한 성향이 생활에도 반영되어 - 친구들은 저를 바람둥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뭐 그럴 수도 있죠..) 그 두 프로그램을 번갈아가면서 보았습니다.
아, 오늘도 스포츠로 인해 감동을 받았고, 그 감동으로 인해 제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긍정적인 힘을 받았기에 써보고자 합니다.
록키가 크루거 랭이라는 무지막지한 파워를 가진 선수에게 힘도 못쓰고 챔피언 벨트를 빼았기고, 전 챔피언이었다가 친구가 된 아폴로에게서 재 결투를 위한 트레이닝을 받는데, 그 태도가 너무 수동적이었고, 맥이 풀려있어서....그의 아내(에이드리안)가 록키를 질책합니다...포기하라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품은, 격려의 질책을 합니다.
둘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마주보면서 거의 고함치듯 이야기합니다.
록키: 그래!, 솔직히 난 두려워! 겁이난단 말이야!
아내: 뭐가 두렵다는 거지요?
록키: 내가 가지게 된것, 내 자신감, 내 아이들, 그리고 당신도...!
아내: 우린 집도 있고 차도 있어요,...(중간 생략)
당신 스스로에게 진실해봐요, 당신은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데도 다른 것을 맘에 두기때문에 포기하려고 하는 거예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달려들던 당신은 어디갔지요? 그렇게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던 모습을 기억못해요?(중략)
록키: 내가 내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하고도 진다면 어떻게 하지?
아내:(...부드러운 말투로) 그렇게 진다고 해도, 당신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록키:(아내를 그윽히 바라보며)..당신...언제 이렇게 강해졌지?
아내; ...저는 파이터와 살고 있잖아요...(이하 그윽한 가족애가 넘치는 장면...)
그 대사를 들으면서
록키가 느꼈을 부끄러움과 어느정도의 깨달음을 저 역시 느꼈습니다..대학에 오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힘을 내고, 노력하던 모습은 합격과 함께 언제부턴가 약해져서. 이젠 제가 이루어놓은 것들에 기대려하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보단, 가지고 있는 것에 안주하고자 하는 모습...노력한다고 해도, 그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하는 몸부림일뿐 스스로를 계발시키고, 더 나아진 모습에 대한 소망을 잃어가는 모습...
그리고 우리의 홍록기는, 아차, 록키는 'eyes of tiger"를 방불케하는 눈빛을 되찾고 연습에 몰두하여, 당당히 랭을 쓰러뜨립니다...
하지만 실베스터 스텔론의 명연기도...연기였을뿐, 진짜 "eyes of tiger"는 실전에 임해있는 앤디 로딕의 눈에서 보다 강렬히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교훈은 록키3 영화가 주었고, 그 실례는 로딕이 보여준 거지요..
10대의 떠오르는 기수로서 모자를 뒤로 눌러쓴 로딕의 눈빛은 정말 도전에 차있고, 그 몸짓은 시간이 지나도 팽팽하게 긴장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코트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땀에 절어 창의 끝부분까지 땀이 타고 흘러, 뚝뚝 떨어지는 모자를 쓰고도 4세트에서 시속137마일의 서브를 연신 뿌려대며 플레이 하는 모습은...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트 샘프라스의 어제 경기를 보았을 때 전혀 느끼지 못한 도전의식과 패기를 내쏟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제의 피트는 이제 최다 메이저 대회 타이틀 보유자로서 '지키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그런 흥분을 제게 전해주질 못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모습을 어디에선가 또 본 기억이 납니다..
바로 지난 번 메이저 대회였던 최고 권위의 윔블던 결승에서 고란 이바니세비치가 내뿜떤 눈빛, 눈에 담기엔 모자라 서브를 넣으려 공을 튀기면서 떨리던 손끝..으로 표현되던 승리에 대한 열정과 흥분...
제가 또한 매우 좋아하는 플레이어인 라프터...가 결승상대였는데
보다 정교한 스트로크, 노련하고 균형잡힌 네트 발리 플레이를 보여주면서도 4번이나 결승에서 패하여 윔블던 챔피언을 놓쳤던 이바니세비치의 열정 때문에 오히려 무언가 부족한 모습이었죠..
마지막 세트 마지막 게임 듀스에 걸려서, 두 번 연속으로 이길때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을 몇번이나 반복하면서...라프터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했던 수번의 기회가 아슬아슬하게 승리와 연결되지 못하고, 세계3위였다가 이젠 이형택보다 낮은 랭킹에서 윔블던챔피언의 꿈에 매달렸던 이바니세비치..(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바니세비치는 서비스 득점된 공을 볼보이에게 달라고 해서 계속 그 공으로 서브를 할 정도로 아주 작은 행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답니다..) 에게 승리가 넘어간 순간...관중석 윗부분까지 달려가서 형과 아버지와 얼싸안고 울던 모습은 시청자인 저로서도 평생 잊지못할 장면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저 잘하는 플레이어였던 앨런 아이버슨이 이번 시즌에서 슈퍼스타가 되었던 것은
그의 기량ㅡ, 기록, 그런 것도 조금은 영향을 주었겠지만
승리하려는 열정,...
챔피언을 향한 무모하라만치 어려운 대결에서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달려들고 나가 떨어지고, 다시 뛰어들던
그 눈빛과 플레이를
말로는 표현 못했을지라도 당시에 그를 통해 느꼈기에 반한 것입니다.
우리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에 노력하고 적어도
꿈은 잃고 살지는 않길 바랍니다...
아울러 18세의 나이로 그런 열정을 보여주던 로딕이...게임에서 승리한 후..기립해서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간단히 답례하고
마치 연주회에서 자신과 함께 수고한 피아노 반주자를 소개하듯 함께 좋은 게임을 펼쳤던 상대 선수쪽으로 손을 향하고
자신도 박수를 보내던 훌륭한 매너는
단순한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
그 선수를 바라보면서 느낄 하나의 또다른 즐거움을
기대하게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