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트럼프 vs 해리스'
어쩌면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구습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는 세계사적 전환이 될지, 아니면 혼란과 충격으로 인류는 역사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갈지, 지금 전 세계는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입니다. 미국 시각으로 11월 5일 47번째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열립니다.
선거운동은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나타난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암살 시도는 극적이였습니다. 피 흘리는 트럼프 후보가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는 장면은 이번 선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후보가 격돌하는 최대 전선은 낙태와 이민자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낙태 반대, 해리스 후보는 낙태 찬성입니다. 사전 투표에서 낙태권을 찬성하는 젊은 유권자들이 해리스 후보에게 몰표를 보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미국 내 다양성을 중시하는 해리스 후보와 백인 노동자를 대변하려는 트럼프 후보는 이민자 문제에서도 갈립니다. 미국 멕시코 국경에는 세워진 장벽을 트럼프 후보는 더 높고 강하게 세우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도 출렁입니다. 상황에 따라 미국이 세계대전 후 80년 동안 감당했던 패권국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 대만 문제에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뒤집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북한 핵무기를 용인하는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 중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거나 트럼프 후보가 평양을 방문하는 시나리오를 그리는 이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전 세계는 가보지 않은 길로 걸어갈 겁니다.
그럼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누구를 지지할까. 미국 최대 가톨릭방송 EWTN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는 50.1%를 얻은 해리스 후보에게 8% 포인트 가까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퓨리서치센터의 9월 조사에서 가톨릭 유권자의 52%는 트럼프, 47%는 해리스를 지지했습니다. 당선자는 선거 당일 가봐야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기를 죽이는 사람과 이민자를 쫓아내는 사람” 순방을 마친 비행기에서 미국 가톨릭 유권자들에게 조언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모두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 대선에 나서는 두 후보 모두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교황은 투표에 나서는 미국 유권자에게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차악에 투표하라”고 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트럼프 vs 해리스'입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계 정세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인류를 선으로 이끌어 주시길 바라며 미 대선 결과를 기다립니다.
평화를 빕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2024. 11.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