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인생이 예정대로 굴러가지 않아도 좋을 때가 있다.
일요일 하루가 그러했다.
본래대로 라면 계룡산으로 날아가야 했을 터이나 동행을 하자던 지인이 돌발상황이 생겨
부득불 계룡산행을 포기하게 되어 모처럼 마음 편하게 늦잠이나 잘까 싶었더니 전화벨이 울린다.
개인적으로 이른 아침에 울리는 집 전화를 그다지 반가워 하지는 않는다.
꼭 새벽이나 늦은 밤에 오는 전화는 불길한 전운을 띠고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하고 예감은 늘 틀리지 않아
심장이 뚝 떨어질 소식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엔 아무 생각 없이 단 한 번의 벨이 울리자 마자 냉큼 받아들었더니
" 아, 아줌마!!!.이 아침에 어쩌자고 핸드폰을 안 받는 거야. 핸폰 안 받길래 어디 해외라도 나갔나 싶었어. 그래도
혹시나 하고 집으로 걸어봤어. 오늘 일정이 어찌 되시나? 바쁘지 않으면 찾아가려고."
" 으잉? 물론 콜. 잠깐 차실에 다녀왔어. 잘됐네, 나도 오늘 스케줄이 펑크 났거든. 바로 날아와."
" 알았어. 가서 점심 먹게 좋은 곳이나 찾아 놔. 수다 떨려면 한 끼 정도는 바깥에서 해결해도 돼. 알지?"
마음 속으로는 음식점 순례가 마땅치 않아 아, 정말 외식하기 싫은데 싶어도 싫은 내색은 하지 않고
겉으로는 당연히 그러고 말고지 였지만 실제적으로 안성에서 맛집 그것도 쥔장 스타일의 음식점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하지만 간만에 친구를 만나는데 밥 하느라 시간 보내고 설겆이 하느라 시간에 쫓길 일은 아닌 듯하여 흔쾌히게 오케이.
그동안에 글 한자락 올리고 남안성 IC를 지났다는 말에 서둘러 약속 장소로 찾아들어 점심을 해결하는데
정말이지 목청 큰 그녀와 말 한 마디 나누기가 웬만한 스피커 장치를 부착한 듯 하여
그녀의 남편으로 부터 지청구를 몇 번씩이나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좌우지간 엔돌핀 팍팍 올리는데는 그만한 친구가 없는 법이니 그녀가 찾아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기분은 상승세요 집으로 돌아와 차를 마시면서도 그녀의 수다발은 그칠 줄 모르고 쥔장은 웃느라 정신이 없다.
그야말로 1년 만에 만나 간만의 수다를 떨어대니 왜 아니 그러겠는가?
밀린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넘치는 에너지로 치자면 쥔장의 두배 이상이니 말해 무엇하리요.
그녀, 자칭 강원도 촌년이다.
하지만 촌년 치고는 세련 그 자체인데 도시 여자에 비한 외모적 세련이 아니라 인생의 세련을 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녀 앞에 도대체 걸림돌이란 찾아 볼 수가 없다.
어찌나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지 인생의 목적은 그저 단 하루를 살아도 재미나게 즐겁게 그저 신나게 살자 주의요
개인적으로 보자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아도 거기에 보이지 않는 지능적인 고도의 전략이 숨겨져 있다.
단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일이나 오랜 지기인 쥔장의 눈에는 보인다는 말씀.
참 잘 살아낸다.
타고난 팔방미인이란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도무지 못하는 것이 없다. 단지 살림이 하기 싫다는 것 외에는.
그녀는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픈 여자이고 그 두통은 집을 나서면 해결이 된다.
그렇다고 직장을 다니는 여자도 아닌 가정 주부이건만 한 동네 아파트 아낙들은 그녀가 직장인이라고 오해를 한단다.
왜냐고? 당연히 아침 여덞시면 집을 나와 하루종일 취미와 특기를 총천연색으로 망라하며 즐거운 인생을 마구 누리고
저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미치도록 해내느라 일찍 집에 들어갈 새가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나와 늦은 별이나 달을 보고 들어가는 여자.
그 여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녀의 남편이 알리가 없고 그녀가 얼마나 신명나게 살아대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저 집에서는 현모양처요 아이들을 자주 독립적으로 잘 키워낸 엄마로 존재하므로.
그녀는 정말 못하는 것이 없다.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수영은 시작한지 근 20년이 되어가고 그로부터 시작된 취미와 특기 섭렵은 고단수 그 자체라
스포츠 댄스, 한국무용에 포함된 모든 소품 실력, 이를테면 장구와 북과 부채춤을 비롯한 기타 등등과
골프 실력은 웬만한 남자 잡아 잡술 기세요 노래? 기성 가수 뺨치게 잘하는 것은 물론 보올링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는
그녀의 체력 앞에 무릎 꿇고 2박3일을 운전 하여도 끄떡 없을 전전후 풀가동의 에너지는 지치지도 않는지
운전하기 좋아하는 쥔장도 못 따라갈 지경이다.
그밖에도 기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능력을 지닌 그녀지만 아쉽게도
그 재주를 재미나게 사는 것에 할애를 하고 다른 직업으로 전환을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개그우먼으로 치자면 프로 개그우먼도 웃다가 제 직업을 놓을 만큼이나
그녀 집안의 형제 서열로 보자면 겨우 3위 정도의 개그감각이 되시겠다.
그만큼 친정엄마를 비롯한 모든 피붙이들이 개그맨 저리 가라요 수다발로 치자면 그 누구도 따라올 자 없는
강적들의 가족 구성원을 자랑한다.
그렇게 웃음의 도가니 열광의 장을 만드는 그녀는 서열 3위라면 말 다했지 않는가 말이다.
그녀는 자신을 잘 안다.
통큰 그녀가 뭔 일을 저지르기 시작하면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그 부분 만큼은 조신하게 참아내면서 그저 인생이나 즐기며 살자 주의로 제 삶을 끌어가고 있다.
베짱이처럼 살겠다고 마음 먹은 그 부분 만큼은 쥔장과 성향을 달리 하지만
친구가 된다는 것이 하나에서 열까지 죄다 맞아 버리면 그 또한 재미가 없을 터.
그냥 그래도 우리는 만나면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는 아니더라도 마냥 즐거운 사이요 그 친구를 만나면
웃느라 광대뼈 상승하는 것은 기본이고 잘난 척을 하여도 밉지 않은 그런 친구다.
그런 그녀는 아들 녀석이 겨우 유모차를 타고 바깥으로 나갈 무렵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났다.
각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아이들을 돌보면서 우연히 알게 되어 잦은 만남을 하게 되고
서로의 집을 왕래하게 되면서는 더욱 친해졌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일이 생기게 되면 서로 전화를 하여 커피 한 잔 어때 로
시작된 수다발로 스트레스를 풀게 되고 점차로 나아가서는 밥도 함께 해먹게 되면서 양쪽 집의 남편들까지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었으니 이제는 마누라들은 둘째 치고 남편들이 더욱 절친이 되었다,
결국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는 흔히 보게 되는 풍경 속에 우리도 빠지지 않고 등장을 하였던 셈이고
그 때만 해도 열혈 현모양처 주부로서의 충성을 맹세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한다.
덕분에 강원도 하고도 영월군 주천면에 많고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친구들 모임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 하다가 결국엔 명예 동창이 되어버려 그들과 함께 하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친구의 여자동창생들은 물론이요 남자 동창생들의 면면까지 꿰뚫어 알게 된 이후로는 서먹하지 않은
명예 동창생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그들의 초대에도 시간만 되면 참여하는 수준이 되었다.
당연히 쥔장 인생의 낙은 배가 되었으며 그들 덕분에 누리는 삶은 돈 주고도 못 살 만큼이기도 하였으나
안성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로는 잦은 만남은 못하여도 간간이 만나지는 사이로 변모하여
눈의 거리가 마음의 거리가 되듯이 뜸해진 것도 사실이나 그들이 이곳으로 납실 경우도 더러 있으니
그럭저럭 명예 동창생 역할은 거부 당하지 않은 셈이 되겠다.
암튼 그런 친구와 함께 한 휴일 하루, 그 무엇에 비길 수 없을 만큼 행복한 하루였고
얼떨결에 찾아든 또 다른 지인은 덩달아 웃다가 돌아가실 만큼 즐거워 했으니 그로써 하루치 소임은 다한 것이다.
그저 좋았던 하루,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단순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그녀의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돌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어찌 이리 코드가 잘 맞는다냐에는 스스로 흥겨운 박수를 보냈다.
하루를 살아도 원하는 대로 살아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나
그녀 앞의 하루는 누가 뭐라 해도 최선을 다해 최대치로 살아내는 삶이 될 것이다.
첫댓글 괜스레 덩달아 즐거워지네~! 하지만 그런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다니 아깝고 아깝네~!
아까바라~! 하긴 내가 와 이라노~? ㅋㅋㅋ 오지랍도 넓다~! ㅋㅋㅋ
ㅎㅎㅎㅎ 직업으로 안 쓴다는 것이지 사회에 환원은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원봉사를 많이 하고 배운 예술은 몽땅 복지 시설에 기부하는 중입니다.
경기도 대표로 수영시합에 나가도 일등, 볼일, 골프 아마추어 대회 싹슬이,댄스 대회에 나가도 일등, 한국춤 경연대회에 나가도 일등 등등등 실력이죠.
지난 번에 삼흥리에 있는 노인요양 병원에 공연하러 왔고그런 것은 아주 잘합니다.
자기 인생은 2백프로 즐겁게 살구요.
쥔장도 만만치 않은데 따라가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려.
@햇살편지 참 멋진인생 살고 계시는 군요...
저 오늘 의사에게 이런 처방 받았어요...
현재 인생을 반만 열심히 살으라고요
봉사에서 느끼는 기쁨 나 혼자 다 가지려 말고 타인에게도 나눠 주라고요...
그리고 아무리 즐겁게 일해도 몸으로 싸인이 올때는 쉬라고요...
무 짠지 400개 담그는게 쉬운일이냐고요...
병은 안났지난 몸은 피곤했다고요...
예 하고 나왔지요
아무리 인생이 즐겁고 신나지만 나이를 생각해
자중 할 줄 도 알아야 한다구요...ㅋ ㅋ ㅋ
@우듬지 성경의 마지막 은사가 절제인 점이 생각을 많이 하게합니다.
맞습니다. 건강을 챙겨가시며 절제의 덕을 쓰시라는 의미겠네요~! ㅎㅎ
@우듬지 맞아요...자중이 필요한 법이죠.
봉사도 많이 하시고 김장도 넉넉하게 하시고.
하긴 제 친구가 일년에 한 번씩 행사로 하는 것이 김장인데 150포기 정도 해서는
온 동네 방네 나눠주는 것입니다.
저희 집에 올때도 김장 했느냐고 물어 보길래 당연히 했다고 했더니만
안 했으면 김장 김치 한 통을 가져다 주려고 했답니다. 글쎄.
하지만 어제는 김치 대신 마를 한박스 보내왔답니다.
설 명절 선물이라면서 ㅎㅎㅎㅎ.
좌우지간 오지랖도 넓지 뭡니까.
제 집에 오는 걸음도 횡재하겠습니다.
@햇살편지 저도 매년 김장 150포기(집에서 기른 배추로-다음해 만두속으로 그렇게 맛있다는 딸의 말)해서
여자노숙자의집,미자립교회,홀로계신선배님들...기타 김치가 필요하신분들 10여분께 나누고나면 우리가 5월정도까지 넉넉히 먹을만큼만 남습니다
동치미도 항아리 허는날 대여섯집 퍼주고나면 군내나기전에 다 소진합니다
남과 나누는 거 싫어하던남편
올해는 김장 일주일 후 묻데요..."이제 택배 다 보냈나...?"
퇴원후 집에와 하이얀 쌀밥에 새콤한 김치한쪽 얹어 밥 먹으니...
으음~~~행복해~~~
오늘 섣달 그믐날
아이들이 곧 들이닥칠 껍니다
설 잘 보내세요
이 싸이트에 지절거릴 수 있게 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
에고, 제가 더 감사합니다.
많은 이야기와 정보도 주시고 자발적 공감대 형성을 해주시니.
쾌차하시어 올 한 해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