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에는 ‘부자’에 관련된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부자에 관련된 서적들이 넘쳐나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그만큼 우리사회에 부자가 없기 때문이다. ‘부자’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뜻한다. 그 만큼 지금 우리나라에는 자신이 살림이 넉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기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의 가파른 상세가 지속되었다. 남들이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볼 때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투자할 종자돈이 없었던 경우이거나 종자돈을 갖고 있었음에도 투자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경우일 것이다. 주변에 눈을 돌리고 찾아보면 재테크를 할 수 있는 수단은 많이 있다. 그러나 종자돈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좋은 재테크 수단이 있다고 할지라도 남의 일일 수밖에 없다.
종자돈은 말 그대로 종자(씨)가 되는 돈이다. 농부가 씨를 심어서 싹을 틔우고 싹을 가꿔서 나무를 키우고 그 나무에서 열매가 맺으면 열매라는 수확물을 얻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돈을 벌려면(돈이 돈을 벌려면) 그 만큼의 씨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씨가 종자돈인 것이다. 그렇다면 종자돈은 얼마를 종자돈이라고 하는가? 열매의 종류가 다르고 씨가 다르듯이 종자돈이라고 할 수 있는 종자돈도 각 개인에 따라서 투자 대상에 따라서 다 다르게 된다. 즉, 사과를 얻으려면 사과 씨를 심어야하고 수박을 얻으려면 수박씨를 심어야 하듯이, 내가 어떤 결과물을 원한다면 거기에 따른 종자돈의 규모도 달라질 것이다.
1. 30년 벌어서 50년 산다.
2년 전 여름에 30대 후반의 선생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부부가 모두 교사인관계로 수입은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었다. 노후준비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있고, 공무원 연금도 있으니까 정년 때쯤 되면 노인 복지문제가 훨씬 잘 되어 있지 않겠느냐’ 하면서 아직 노후에 대한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 선생님을 상담 하고 며칠 후에 50대 중반의 선생님을 상담했는데(물론 부부교사) 그 노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나도 젊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내게 있는 게 뭐냐.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과연 우리는 노후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 왜 노후가 중요한가? 우리는 최대 30년을 벌어서 최소50년은 살아야 한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점점 더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30년 버는 기간 중에 자녀양육, 자녀교육, 생활비, 주택마련, 주택확장, 자녀결혼자금 등의 비용 지출이 있어야 한다. 최소가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30년 벌어서 30년 쓰고 산다면 노후는 암담하다.
부자가 되기 위해 재테크를 하는 이유도 ‘오래 산다’는 가정 하에 하는 것이다. 빨리 죽을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어느 누가 돈을 모으면서 살려고 하겠는가? 물론, 남은 식구들을 위해서 일찍 죽더라도 최대한 많이 모아 놓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2. 나의 재산은 얼마인가?
상담을 하면서 처음 하는 질문 중의 하나인데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이 얼마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재산이 없다’ 또는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을 가끔 만나곤 한다. 이는 수십억 원의 재산가이거나 재산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평소에 자기 돈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직 부자가 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만약 부자가 되기를 원하고 부자가 되기 위한 종자돈을 만들 계획이라면 지금 당장 나의 재산은 얼마인지 부채는 얼마인지, 가정의 경제적인 모습을 종이에 그려보라.
현재 얼마의 돈을 갖고 있는지, 갚아야 할 돈은 얼마나 되는지, 매달 얼마를 벌어서 어떻게 얼마를 쓰는지, 앞으로 얼마를 더 벌 수 있는지, 적금은 얼마를 넣고 있고 보험료는 얼마를 내고 보장은 어떻게 되는지, 자녀에 대한 비용은 얼마를 생각하는지, 재테크 목표는 무엇인지 등을 적다보면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러한 수입, 지출, 자산, 부채 등의 내역을 정확히 알고 있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정보도 없는 가정도 있다. 그러나 상담 시간은 전자의 경우가 몇 배나 길게 소요된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준비하고 계획하고 있는 만큼 궁금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자산이라고 하면 자기자본과 부채의 합계를 말한다. 따라서 ‘자산관리’라고 하면 자기자본과 부채를 모두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금융권도 마찬가지지만 개인도 부채를 관리 하려 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 문제인 것은 빚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가정경제에 있어서 빚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빚으로 인해서 인생계획이 늦춰질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빚이 있는 사람은 빚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알아야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현재 나의 재산이 얼마인지 알았다면 이제는 내가 한 달에 또는 일 년에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알아보자. 불행히도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급여생활자들은 수입이 뻔하다. 그러나 뻔한 수입을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부자대열에 들어서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빚만 잔뜩 지고 있기도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벌어들이는 수입은 같은데 결과가 다르다는 것은 쓰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한달에 250만원을 버는 A과장은 매월 50만원씩을 저축하고 있고, 똑같은 수입의 B과장은 100만원씩 저축을 하고 있고, C과장은 매월 마이너스 생활을 한다면, 이들의 3년 후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A과장은 3년 후에 2천만원의 종자돈이 생겼을 것이고 B과장은 4천만원 정도의 종자돈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C과장은 여전히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3년 후에는 2천만원과 4천만원의 차이였지만 종자돈이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하면 차이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재테크에 왕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나의 가정의 미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직 종자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쓰는 것을 달리하면 남들보다 빨리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매월 쥐꼬리만한 월급 받아서 생활하기도 힘들다고? 만약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월급을 많이 받아도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실례로 상담을 하다 보면 한달에 수입이 150만원인 가정에서 매월 30만원정도를 꼬박꼬박 저축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한달에 500만원(맞벌이)을 버는 가정에서 저축을 한 푼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위의 예는 저축을 하는 것이 수입이 많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저축을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 어떻게 쓰는 것을 줄이느냐!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나를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를 알아야 불필요한 지출 부분을 찾아내고 그 부분을 저축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종자돈이 만들어지면 지금껏 내 몸으로만 벌어들였던 수입 외에 돈이 돈을 벌어주게 된다. 점차 기간이 늘어나면 내 수입보다 돈이 벌어주는 수입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제 알겠는가?
서민들의 재테크는 가장 먼저 내가 쓰고 있는 것을 줄이고 종자돈을 만들면 다른 수입이 생긴다. 즉, 수입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종자돈을 만들어야 하고 종자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지금의 삶의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 목표를 세우고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라.
20대의 청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청년은 직장을 선택해서 다니게 될 것이고, 결혼을 하게 되고 자녀를 낳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자녀가 커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사회에 나갈 수도 있고 대학교를 갈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자녀가 취업을 하고나면 자녀 결혼시키고 정년이후 노후도 준비하고……. 이상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상중의 큰 줄거리이다. 여기서 세분화 된다면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 사례는 필수 코스이다. 그러나 이러한 필수 코스를 정확히 인지하고 사는 사람 또한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당장 흰 종이를 펴 놓고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반듯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시간대별로 그려보아라. 그러면 지금 당장 무슨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바로 찾게 될 것이다. 또한 놀라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음에 놀라고, 할일이 많음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확인이 되어야만 1년에 얼마를 모으겠다는 목표가 세워지게 된다. 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계획은 있으나 마나다. 어느 정도의 재산을 일구겠다는 기간과 규모의 개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50세가 되기 전까지 모아야겠다는 계획을 짜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계획 아래에서 구체적인 단기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시각화해야 한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목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목표를 세웠으면 실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표라 할지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된다. 예를 들어서 내 집 마련의 목표를 세웠다면 대상지역의 아파트시세 등을 끊임없이 살펴보고, 분양정보도 찾아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분명 밝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4. 지출을 줄이면 돈을 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10억 모으기’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힘들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유는 매달 버는 돈이 한정돼 있고 쓰는 돈이 있는데 어떻게 10억을 만드냐는 것이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쓰는 돈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줄이라는 뜻이 아니다. 매월 지출계획만 잘 세워도 보통의 가정에서 20~30만원의 눈 먼 돈을 찾아 낼 수가 있다. 특히, 금융상품만 적제적소에 배치해도 그러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똑같은 수입과 똑같은 가족구성원이 있는 가정이 몇 년 후 자산규모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 중의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을 미리 생각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새해가 되면 가계부를 쓰는 가정이 늘어난다. 그러나 가계부를 활용하는 가정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계부를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매달 지출되는 추이를 파악하고 불합리하게 지출되는 곳을 찾아내서 예산을 세우는데 있다. 즉, 단순히 쓰는 것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우리가 지출을 줄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주된 원인은 신용카드에 있다. 정부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시행하고 카드 사에서 카드를 무분별하게 남발한 이후 카드사용이 급격히 늘게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를 쓰고 있는지 모를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신용카드 사용만 자제해도 훨씬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신용카드 사용의 문제점 중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녀들의 경제교육에 있다. 실제로 어느 가정에서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자녀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니까 부모가 돈이 없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자 자녀가 하는 말이 ‘카드 있잖아’라는 것이었다. 어린 자녀들에게 신용카드는 돈이 없어도 언제든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도구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어려서부터 부모의 신용카드 사용을 보면서 자라온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 신용카드를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는 자신이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보통의 가정에서 생활비지출과 신용카드 지출을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 이유는 신용카드로도 생활비나 여가비 등을 지출했으면서도 언제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생활비보다 통상 두 배 정도 많은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 만약 신용카드가 없었다면 많은 지출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5. 무조건 빚부터 갚아라.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축을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왜 저축 하냐고 물으면 대출 갚으려고 저축한다고 말한다. 참으로 웃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은행은 기본적인 수익구조가 예대마진이라고 하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다. 즉, 어떤 경우라도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예로 예금과 대출의 금리가 같다고 하더라도 예금에는 세금이 빠지기 때문에 항상 대출로 인한 비용이 많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만 이해하고 있더라도 대출하고 나서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저축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는 단순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금리가 아니다. 대출 상환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대출기간동안 원금을 균등하게 매월 내는 원금균등방식이 있고, 두 번째로는 원금과 이자를 매월 균등하게 내는 원리금균등방식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용하고 은행에서 권장하는 일시상환방식이 있다. 상환방법에 따라서 이자비용이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자만 보고 대출을 결정하는 것은 무의미해진다.
예를 들어서 2,000만원을 은행에서 3년 만기로 대출을 했을 경우 저축을 해서 대출금을 갚는 경우(만기일시상환)와 원금균등상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이자비용차이를 비교해 보기로 하자.
[대출금리 5%로 가정했을 경우]
상환방법 | 만기 일시상환 | 원리금 균등상환 | 원금 균등상환 |
총 이자비용 | 3,000,000원 | 1,579,046원 | 1,541,667원 |
위에서와 같이 대출을 갚기 위해 저축을 하는 것은 그 만큼 이자비용의 증가를 가져다 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매월 저축액과 대출이자를 합치면 원리금균등상환의 경우에서 매월 부담하는 대출상환액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 즉, 은행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이 있으면서 저축을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 저축을 해약해서라도 대출의 일부를 갚고 매월 대출금의 원금을 깍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빠져나가는 돈을 찾을 수 있다. 위의 경우, 저축 대신에 대출 원금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취하게 되면 3년 동안에 약 140만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지출을 줄이는 방법 중에서 기술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가장 먼저 활용해야 한다.
얼마 전에 경제학 박사 출신의 고등학교 선생님을 상담한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의 경우 처음 결혼 전에 빚이 있었는데, 결혼하고 몇 년 지나니까 매월 이자 내기가 힘들어져서 결국에는 카드를 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카드를 20개 만들어서 돌렸는데, 요즘 카드사에서 한도를 축소하니까 결국에는 억대의 카드 빚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선생님이 지금까지 카드사에 이자로 낸 돈이 원금의 두 배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원금에 이자까지 낼 돈은 많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상담을 받게 되었다.
이 선생님 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태가 그 지경이 될 때 까지 가족들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고, 가족역시 아무도 그 정도의 빚이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만약 이 선생님이 초기에 가족들과 상의했더라면 이러한 불상사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지금 가족에게 숨기고 있는 빚이 있다면 반듯이 가족에게 공개하고 가족들과 협의를 해라. 그렇지 않다면 위와 같은 사정이 당신에게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가끔 보면 자신이 어느 정도 빚을 정리하고 가족들에게 말하겠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빚을 정리한다는 것이 고작 다른 빚을 져서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빚이 늘어난다. 중요한 것은 빚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족 몰래 혼자만 알고 있는 빚은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매월 수입이 일정한 월급쟁이라면 더더욱 가족과 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6. 보험을 무시하지 마라.
서민들인 우리들 대부분은 보험을 가지고 있다. 보험과 저축은 기본 원리가 같다. 즉 지금 당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있어서 보험은 굉장히 중요한 금융상품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났을 때 우리 가정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을 무시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한 것도 사실이다.
재테크의 기본중의 기본은 보험이다. 우리가 건물을 지을 때도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듯이, 한 가정의 경제생활에 있어서도 보험은 기초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많은 가정들이 부실한 보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험 가입할 때 주변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 가입하는데, 나한테 필요한 것인지,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때 얼마가 보장되는지는 중요치 않고, 마지못해서 싼 거 하나 들어주겠다는 식으로 가입을 한다. 그런 일들이 몇 번 반복하게 되면 보장내용이 중복되거나 필요치도 않은 보험을 여러 개 가지게 된다.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되고 보장은 터무니없는 보험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있다.
또, 보험을 저축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험은 절대로 저축이 아니다. 보험은 보장을 위한 것이지 저축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만약, 보장도 되고 저축도 된다고 광고하는 보험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보장도 좋지 않고 저축도 좋지 않은 상품일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는 보험회사는 크게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 두 곳이 있다. 각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보험에 가입해야만 제대로 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실례로, 몇 년 전 울산의 태광산업에서 현장에서 일하시던 여자 분이 기계에 손이 딸려 들어가서 손을 절단한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 분은 매월 20여만원의 보험료를 내면서 6개의 보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자신이 일을 못하더라도 생활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여기고 보험금을 각 회사에 청구했으나 그 여자 분이 손에 쥔 보험금은 총 1,050만원이 전부였다. 이렇듯 보험은 종류나 가지 수가 많다고 잘 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보험을 무시하기에는 우리의 삶이 너무 위험하다. 따라서 정말 제대로 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좋지 않은 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리모델링을 고려하라. 보장을 생각한다면 그 동안 넣었던 보험료는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보험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을 권유하는 모집인의 도덕성이다. 반듯이 주변에 아는 사람이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보험을 보면 누구를 위한 보험인지 바로 알 수가 있다. 다음이 보험회사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보험회사라고 해서 모두 좋은 보험회사인 것은 아니다. 보험은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재무상태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험회사가 망하면 국가경제가 위태롭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다른 보험회사로 계약을 이전시켜서 계약자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 고려할 것이 보장을 받고자 하는 목적이다. 내가 질병을 보장 받고자 하는지 사고를 보장 받고자 하는지에 따라서 보험회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질병을 보장 받고자 한다면 생명보험회사에, 사고를 보장 받고자 한다면 손해보험회사의 상품을 찾아봐야 한다.
만약 질병보장을 원한다면 보험기간이 최대한 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30세인 사람이 암보험을 가입하면서 만기가 60세까지인 상품에 가입했다면 이 사람은 잘 못된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비록 60세까지는 암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암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60세가 넘어서면 이 사람은 암에 관해서는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60세에 새로 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다. 만약 새로 가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몇 배 비싼 보험료에 보장은 형편없어 질 것이 뻔하다.
보험료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나누어 내는 것이 좋다. 가끔 오랫동안 낼 자신이 없다고 단기간에 보험료를 납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재테크의 기본을 잘 몰라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보험도 금융 상품인데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면서 보장을 본다면 훨씬 유리하지 않겠는가?
보험에 가입할 때에는 가장이 가장 먼저 가장 좋은 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갑자기 사고를 당했을 때 가족의 경제생활을 지켜 줄 수가 있다. 가끔 가장이 보험에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가정을 보기도 한다. 그런 가정은 굉장히 위험해 질 수 있는 가정이다. 그럼에도 가장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왜 보험가입을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내가 죽어서 나오는 보험금이 무슨 소용이 있냐’, ‘나는 보험을 원래 싫어한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그 가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가장이다. 만약 자신이 사망하여 그 가정에 소득이 끊긴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아내는 돈 벌러 다니고 자식들은 부모도 없이 알아서 크란 말인가?
그리고 빚이 많은 가정일수록 가장의 보험은 반듯이 최후까지 유지해야 한다. 빚 갚는다고 보험을 해약했다가 가장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가정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실제로 힘든 일이 계속 일어나듯이 힘들수록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 서민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유용한 혜택을 줄 수 있는 금융상품 중의 하나가 보험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재테크 서적이나 인터넷에서 보험을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하는 것이다.
7. 저축에도 방법이 있다.
저축을 하는데도 방법이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목표가 가장 중요하며, 목표가 설정되었으면 거기에 맞게 저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저축 만기가 되었을 때 이 돈으로 뭘 할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게 되고, 목표대로 종자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요즘 들어서 은행의 예금금리가 3~4%에 머물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도 오히려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저축과 예금이 자산증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른 물가만큼 예금이자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축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저축 말고는 별 다른 대안이 없을 뿐더러, 저축은 이자를 챙기는 기능 외에 몇 가지 중요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자율이 낮다고 저축하지 않으면 그 돈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둘째 건전한 소비를 유도한다. 통장이 아닌 지갑에 든 돈은 금방 새어나갈 수밖에 없다. 셋째 온 가족에게 희망을 준다. 한 달 급여를 고스란히 소비하는 사람은 부자를 기약할 수 없다. 저축에 성공하면 재테크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금융상품의 선택은 각
최근 아파트 선시공 후분양제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작년 이후 가끔 거론되던 이 논의가 지난 3월말 노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선시공 후분양제의 장단점을 수요자 및 공급자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 제도의 도입이 어떻게 경제 시스템을 변화 시킬 것인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환영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닥터아파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후분양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많은 수요자가 왜 이렇게 이 제도의 도입을 환영할까요?
첫번째 이유는 재정적 위험(financial risk)의 감소라고 봅니다. 현재의 주택 선분양 제도하에서는 집값의 최대 80%까지 수천만원 또는 수 억원의 돈을 계약금 또는 중도금으로 선납을 하고 아파트가 완공되어 입주할 때 까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가 분양 보증을 서도록 함으로써 건설사의 부도 등으로 인한 수요자의 직접적 피해를 막기는 하지만 입주 지연 및 이로 인한 금융 비용의 증가, 그리고 마음 고생은 수요자의 몫이었습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후분양제 하에서는 실물과 돈을 맞교환하기 때문에 약 2~3년 정도의 건설 과정 기간 동안의 맘 고생에서 해방될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입니다. 모델하우스만 보고 계약하는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입주 시 기대할 수 있는 품질의 최고 수준은 아마도 모델하우스 수준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모델하우스 수준 정도로만 지어 놓으면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계약 위반이 아니므로 건설사는 ‘양심과 경제적 이익’ 사이를 매일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품질 향상에 대해 무한 경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품질을 올리기 위해서 반드시 비용도 따라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자재, 공법, 노동의 질 등이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같은 재료를 쓰고도 얼마든지 품질은 올릴 수가 있습니다. 품질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경우 바로 분양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에 건설업체 마다 품질에 사운을 걸 것입니다.
품질 뿐만이 아닙니다. 조망권 등 주변 환경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치를 가지고 계약을 했는데, 막상 입주시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서서 조망권이 없어지거나 일조권이 침해되거나 하여 처음 기대치에 많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것들이 수요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었습니다만 후분양제에서는 확실한 옥석을 가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인테리어에 대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분양가에는 당연히 인테리어 비용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입주 시에 멀쩡한 내장재를 뜯어 내고 새로이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인테리어의 수준이 2~3년 전 분양 시에 모델 하우스의 수준을 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입주할 새 집의 인테리어가 최근에 분양하는 모델하우스에서 보여주는 최신 감각의 인테리어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획일화 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찾을 수 있는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이러한 이중 투자가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요자에게 분양되는 시점은 내벽 공사 등이 마무리되고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설사에서는 두 세 개의 샘플 하우스를 실제 아파트에 만들어 놓고 수요자에게 선택권을 넘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건설사가 제안하는 최신의 인테리어중 하나를 고를 수도 있고,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 맡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후분양제가 수요자에게 이익만을 가져 다 줄까요?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후분양제에도 반대 급부가 있습니다.
첫번째 분양가가 인상 될 것입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건설사의 차입 금리 만큼의 분양가 인상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지금의 선분양 제도하에서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자기 돈으로 분양 받는 수요자의 경우 예대금리의 차는 손해 볼 수 있습니다.
금리차 이외에도 분양가 인상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일종의 위험 관리 비용(Risk management Cost)이 분양가에 붙을 것입니다. 선분양제에서 분양에 대한 리스크는 결국 수요자에게 돌아가지만, 후분양제는 고스란히 건설사의 몫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원가 책정 시에 이를 반영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A지역과 B지역 두 군데에 짓는 아파트의 건설 원가가 90원이고 이윤이 10원이라 할 때 선분양제에서는 분양가를 100원으로 책정합니다. 그러나 후분양제하에서 이렇게 원가 구조를 가져가면 건설사는 망합니다. 그 이유는 A지역은 쉽게 분양되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이에 비해 B지역이 분양이 안되었다면 그 회사는 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분양제 하에서 원가를 책정할 때는 분양에 자신 있는 A지역이나 로열층의 경우 100원이 아니라 110원으로 분양가를 책정을 할 것이고, B지역 또는 비로열층은 100원 또는 그 보다 약간 아래로 분양가를 책정했다가 분양이 되면 업체 이익이 되는 것이고 미분양 되면 실 원가인 90원까지 할인을 하여 분양을 할 것입니다. 이미 건설사 입장에서는 A지역에서 20원의 이익을 취했으므로 B지역에서 분양이 저조하더라도 할인해서 분양할 여력이 있는 것입니다.
후분양제가 수요자에게 미칠 두 번째 문제점은 저축 효과의 감소입니다. 선분양제에서는 때에 맞추어 중도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추려고 허리 끈을 동여 맵니다. 일종의 강제 저축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수요자의 성향에 따라 여러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재테크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건설사의 차입 금리 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므로 후분양제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재테크에 재주가 없고 게다가 마음까지 모질지 못한 사람에게는 후분양제가 내 집 마련을 멀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후분양제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 수요자의 측면에서 살펴 보았고 이제부터는 공급자의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공급업체에 미칠 영향은 한마디로 “업체간 차별화가 시작된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업체간에 차별화를 만드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자금 동원 (financing) 능력과 둘째는 품질 및 마케팅 능력입니다.
“선분양제냐, 후분양제냐?”라는 논의의 핵심은 “건설 기간의 자금을 누가 제공하는가?” 입니다. 선분양제는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수요자가 그 자금을 대는 것이고 후분양제는 그 자금을 업체가 대는 것입니다. 생명보험사 등 튼튼한 자금 줄을 끼고 있는 재벌계 대기업의 경우 자금 동원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보입니다. 그러나 중소 건설업체의 경우 자체 자금 동원 (financing) 능력이나 자산 담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들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포기하고 대기업 건설사의 하청 회사가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리츠 (REITs)사의 도급을 받아 건설만 해주는 전문 용역업체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입니다. 영어도 아니고 우리 말도 아닌 국적불명의 브랜드를 대충 하나 지어 놓고, 탤런트 한명 단발성 계약을 하여 사진 찍어서 분양 광고를 내어도 분양에 지장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후분양제로 넘어가게 되면 시장은 수요자 중심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재벌계 대기업들은 원래 소비재부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나 우수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장 조사를 통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그때 그때 파악하여 경쟁력 있는 아파트를 짓거나 때로는 매스미디어를 동원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리드해 나갈 것입니다. 여기에 비해 평생을 건축 현장에서 지내온 중소 건설사는 마케팅에서 기본적으로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자금 동원 능력과 마케팅 능력의 차이때문에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중소 건설업체는 대규모 아파트 시장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접어야 할 시점에 놓이게 됩니다. 중소 업체는 빌라나 고급 주택 등 차별화된 시장에서 전문성을 살려야 살아 남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분양제가 금융 등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제 네 번째 글 “모기지 론 제도 도입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후분양제 도입을 계기로 모기지 론 (장기 주택 저당 대출) 제도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후분양제에서는 분양을 받을 때 목돈이 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둘째, 리츠(REITs) 제도가 활성화 될 것입니다. ‘리츠 (REITs ;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란 다수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유가 증권(주식)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집한 후,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부동산 관련 유가 증권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상품의 일종이라 하겠습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소액 투자자를 모집하여 빌딩 등 대규모 부동산에 투자하여 얻은 수익을 나누는 것이 리츠라고 보시면 됩니다. 선분양제에서는 건설사가 직접 수요자로부터 건설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리츠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리츠사가 아파트 분양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입니다. 아파트 분양의 이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형태가 될 것이며, 만약 미분양이 발생시 리츠사는 미분양 아파트로 임대 사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에 법인도 주택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입니다. 중소 건설업체는 리츠사와 컨소시엄 (Consortium)을 구성하거나 도급 형태로 살아 남을 것입니다. (담보 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은행의 부동산 신탁 자금을 끌어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분양권 거래는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선분양 제도 하에서의 분양은 일종의 복권 당첨과 같습니다. 좋은 단지, 로열층에 당첨이 되면 그 자리에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분양권 거래를 재테크의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고, 이에 따라 많은 가수요가 생겼습니다. 후분양제에서는 어떨까요? 바로 실수요자에게 바로 분양되기 때문에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이 없어집니다.
넷째, 재테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질 것입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아파트 완공 시 분양 대금을 완납하면 되므로 수요자 입장에서는 그 기간 동안에 자금을 운영할 여력이 생깁니다. 은행 예금 보다 수익성 있는 재테크 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증권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기존 주택 시장에는 영향을 미칠까요? 일부 건설사에서는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당분간 공급 물량이 없어 기존 주택 값이 들썩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선분양제와 후분양제의 차이는 분양 시점에 있으며 실제 아파트가 실수요자에게 공급되는 시기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한 기존 주택 값 상승 효과는 적을 것입니다. 다만 분양 대기 자금의 일부가 주식 시장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 주택 시장으로 갈수 있기 때문에 그 만큼의 상승 효과만이 있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선시공 후분양제가 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 공급자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경제 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후분양제는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따르는 좋은 제도입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대는 마십시오. 후분양제 자체가 ‘우리에게 좋은 아파트를 싸게 제공’해주는 것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후분양제는 ‘우리에게 좋은 아파트를 안전하게 제공’해주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경제적 효과는 각 건설사가 분양을 위해서 (즉, 살아 남기 위해서) 품질에 최선을 다하고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 강화된 자체 경쟁력에 있습니다. 그 열매는 수요자의 몫으로 돌아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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