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해설, (김용호, 주막에서)

주막에서                             김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길 옆주막 그수없이 입술이 닿은이 빠진 낡은 사발에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정처럼 옮아 오는막걸리 맛 여기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알맞은 자리, 저만치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인생을 안주하여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누가 또한 닿으랴.이런 무렵에 -<날개>(1956)- 해설[개관정리]◆ 성격 : 관조적, 감각적, 서정적◆ 표현* 관용적 표현 ( 맵고도 쓴 시간,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과 참신한 표현(수없이 입술이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이 조화를 이룸.* 1연의 시행 배열이 주는 효과 → 1행의 긴 시행은 '길'의 지속성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주며, 2,3행의 짧은 시행은 기나긴 길의 어느 한 지점임을 공간감 있게 살림.◆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길 → 삶의 도정을 상징.* 주막 → 인간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잠정적 공간세월의 한 매듭이 되기도 하면서 새로운 길의 출발 지점이 되기도 하는 곳.* 이 빠진 낡은 사발 → 소박한 인정의 매개체이자 삶의 고단함이 배어 있는 대상임.화자의 현실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소재인생의 보편적 모습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해주는 중심적 형상* 나도 입술을 댄다 → 화자가 보편적인 삶의 법칙에 수긍하고 순응하는 태도* 정처럼 옮아오는→ 화자가 마시고 있는 낡은 사발을 사용했던 서민들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에애정을 가짐.* 막걸리 → 서민적. 서민들의 삶의 모습* 대대로 슬픈 노정이 집산하고→ 주막을 거쳐갔던 사람들의 인생의 슬픈 사연들이 모였다가 흩어지곤 함.* 위엄있는 송덕비 → 일시적인 삶의 영광서민들의 삶과는 대조적인 모습* 맵고도 쓴 시간 → 냉엄한 역사의 시간, 삶의 고달픔* 세월이여 → 세월의 덧없음에 대한 허망함, 송덕비의 하찮음에 대한 비웃음* 소금보다는 짜다는 인생 → 삶의 고달픔을 감각적으로 표현* 노을 비친 길 → 인생의 황혼* 가늘고 긴 길 → 소멸감을 주어 인생의 길이 종국을 향해 하는 고단한 애환의 여정임을나타냄.* 8연 → 인생 일반의 문제로 보는 데서 삶에 대한 세계관이 표명되고 있으며, 인생에대한 연민의 감정이 잔잔한 관조를 통해 드러나고 있음.◆ 주제 ⇒ 삶의 애환. 인생에 대한 관조. 주막에 얽힌 서민들의 애환◆ 주막 = 덧없는 삶의 공간 [시상의 흐름(짜임)]◆ 1연 : 주막의 위치 소개(길과 주막의 제시)◆ 2연 : 주막의 서민적 정취(삶의 끝없는 연속)◆ 3연 :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동병상련)◆ 4연 :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주막(인생의 본질 제시)◆ 5연 : 탄식◆ 6연 : 주막을 나서는 화자의 모습(인생 무상)◆ 7연 : 나그네같은 인생길의 끝없는 여정◆ 8연 : 계속될 서민들의 소박한 인정과 삶의 여정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시집 <날개>에 수록된 김용호의 시이다. 이 시는 인생을 나그네길에 비유하여, 나그네가 거쳐가는 주막의 소박한 분위기와 막걸리의 털털한 맛이 어우러져 순박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잔잔히 느끼게 해 주는 감상적인 서정시이다. 누구나 거쳐가는 주막을 배경으로 소탈하고 인정에 넘치는 서정이 물씬 풍긴다. 시인은 인생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불변적인 것도 아니라는 다소 체념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에서 이 시를 쓰고 있다. 주막에서 막걸리를 벗삼아 나그네 길을 떠나는 서민들의 애환과 인정을 긍정적으로 서술한다. 한편 옛날에는 위엄이 있었을 낡고 먼지 낀 송덕비를 다소 냉소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며, 송덕비의 영광도 '맵고도 쓴 시간' 앞에서는 허망한 것이어서 어차피 인생이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마찬가지의 결과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준다. 이 시에 나타난 시인의 인생관을 말하면, 인생은 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삶의 법칙에 순응하고, 그런 고단함 속에서도 연민의 정을 갖는 소박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작가소개]김용호(金容浩.1912.5.26∼1973.5.14)시인. 호 학산(鶴山)ㆍ야돈(耶豚)ㆍ추강(秋江). 경남 마산 생. 일본 메이지(明治)대학 법과 졸업. 1935년 [신인문학]에 시 <내 사랑하는 여인아> <첫 여름밤 귀 기울이다>를 발표하면서 등단. 1938년 [맥(貘)] 동인이 되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詩作活動)을 했다. 학생 시절에 시집 <향연>을 냈고, 이후 여러 시집을 내는 한편, 1946년부터 1950년까지 [예술신문] 주간, 출판사 [남광문화사(南光文化社)] 주간, 문예지 [자유문학] 주간으로 활동했다. 6ㆍ25 때 부산서 대학 강사, 1958년 단국대 교수, 동 대학 문리대학장 역임(1966∼1973 사망시까지). 4ㆍ19 기념시집 <항쟁의 광장> 편찬 등 문단에 공로가 많다. 심장병으로 사망. 아시아자유문학상 수상(1956년) 시인. 아명은 만석(萬石). 호 야돈(野豚)ㆍ추강(秋江)ㆍ학산(鶴山). 경남 마산 출생. 마산상고를 졸업한 후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법과와 신문고등연구과를 졸업하였다. 예술신문사, 시문학사, 남평문화사, 자유문학사 주간으로 활동하였다. 광복 후 한때 조선문학가동맹에 관여한 적이 있으나, 전향하여 한국자유문학가협회에 가담하였고, 1962년 한국펜클럽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1935년 [신인문학]에 시 <내 사랑하는 여안아> <첫 여름밤 귀 기울이다>를 발표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다. 1938년 김대봉(金大鳳) 등과 함께 [맥] 동인으로 참가하였다. 시집 <향연> <해마다 피는 꽃> <푸른 별> <날개> <남해찬가> <의상 세례> 등을 간행하였고, 1974년 유고시집 <혼선>이 간행되었으며, 1983년에는 <김용호시전집>이 간행되었다. 시론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시문학입문>(1952) <시원산책>(1964) 등을 간행하기도 했다. 1956년 아시아자유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김용호는 첫 시집 <향연>에서 절망과 비판에 젖은 감상적인 세계를 <해마다 피는 꽃>에서는 민족주의에 입각한 현실인식의 세계를 <푸른 별>에서는 자연에 근거한 서정의 세계를, <날개>에서는 서민적이며, 일상적인 생활의 세계를, <남해찬가>에서는 이충무공을 모델로 하여 민족혼의 세계를, 그리고 <의상세례>와 <혼선>에서는 인생론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 권영민 : <한국현대문학대사전>(서울대출판부.2007) - 【작품세계】한국적 생활관을 중심으로 40년간을 시작(詩作)하다가 세상을 떠난 학산(鶴山) 김용호는 상극적(相剋的)인 생활과 현실을 동일 선상에서 미래를 위해 직선을 긋고 있는 정신적 작업으로서 일관한 시인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인간에게 생활이 없다면 꿈도 아름다움도, 그리고 시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생활이 없는 시란 상상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또한 ‘시는 재치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결정(結晶)으로서 부푼 가슴으로 써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가슴에서 우러나온 시는 우리의 감동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또한 길이 남는다.’고 했다. 1935년 [신인문학]지에 <첫 여름밤 귀를 기울이다>를 발표하여 시단에 나왔다. 이 작품에서 1930년대에 살던 한국인의 생활 감정의 내면에 흐르는 소리를 낙동강 줄기를 더듬어 역사적인 증언을 했다. 소박한 감정의 발로를 통해 우리 겨레의 독특한 생활감정을 나타냈으며, 우울 속에서 광명을 그린은 우리 민족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는 결백하고 소박한 생활 속에서 부단히 자아의 세계를 담고 쌓으면서 한용운과 보들레르의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서, “나는 누구의 영향을 받으려고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는 어떤 유파나 집단의 영향과 어울림을 싫어한다. 다만 나는 내가 어릴 때 한국의 한용운의 시와 보들레르의 산문시를 좋아했을 뿐이다.” 이처럼 그는 한용운에 대해서는 선(禪)의 정신에 의한 민족관(民族觀)과 고결한 지조가, 그로 하여금 민족적 서사시를 쓰게 한 요인이 되었다. 한편, 보들레르에 대해서는 불타는 듯한 이상(理想)과 신비적(神秘的)인 생활의 세기말적(世紀末的)인 의식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김용호의 초기의 시에서 볼 수 있는 민족의 우울한 심정과 압박받은 가슴을 서정으로 승화시켜 낙동강변의 자연에 몰입시키고, 거기서 고독을 승화시킨 점을 볼 때 그가 앞서 두 시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이 그의 서사시 <남해찬가(南海讚歌)>를 창작케 했으며, 겨레에 대한 사랑과 비장(悲壯)의 미학으로 일관된 시학(詩學)을 갖게 했다. 그리하여 일제의 압박에 짓밟힌 겨레의 슬픔과 이에 저항하는 힘을 조화시킨 민족감정의 발로가 곧 <낙동강 (1)>에서 여실히 나타나 있다. 내 사랑의 강 !낙동강아 ! 칠백 리 굽이굽이 흐르는 네 품속에서우리들의 살림살이는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너 함께 길이길이 살 약속을오목조목 산비탈에 깃발처럼 세웠다. 내 사랑의 강 !낙동강아 !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 요람이었더냐.너는 얼마나 그리운 자장가였더냐. 앞집 영이와 풀싸움하던 그 언덕에는언제나 우리들의 끔을 재우던황혼의 보금자리가 비좁게 따뜻하였고 툇마루처럼 올라다니던동리 어구 - 전설의 할무니세 아람이나 되는 은행나무엔우리들의 콧물이 마를 사이도 없었다. 장시(長詩)인 이 <낙동강>은 역사적 식견과 의식이 풍부하게 발산된 언어의 배열과 차원 높은 문학의식의 추구와 민족 공동의 생활에서 우러나온 사랑이 낙동강 줄기를 타고 유유히 펴쳐나간다. 1938년 [사해공론(四海公論)]에 발표했던 이 장시는 김용호의 생애에 있어 가장 노작(勞作)에 속한다. - 김해성(金海星) : <한국현대시문학개설>(1978) - 【경향】초기에는 피압박과 민족의 원한과 절망, 민족의 암담한 시절의 울분을 노래했고, 중기에는 가난과 애정(哀情)이 주조를 이룬 시를 썼고, 후기에는 현실적ㆍ사회적 성향이 짙은 인생파적 시를 썼다.(1) 항상 현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 직선적이며 평이(平易)한 시어.(2) 가난한 사람들의 인정과 애환 어린 시를 씀.(3) 6ㆍ25 후 제 식민지 정책에 항거하는 정신에서 서정시로 돌아섬 ▶1935년대 : 그의 시에는 인생에 대한 따뜻한 정감들이 다채로운 이미지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초기 시에서는 인생 혹은 현실에 대한 절망과 비판에 젖은 감상적인 세계를 보임. ▶1940년대 : 후반에는 초기시의 감상적인 태도와는 다른 현실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보임. 특히 대표작 <해마다 피는 꽃>(1948)에 수록된 작품들에서 시인은 일제하에서의 억압적 현실과 대결하려는 정신 자세와, 해방 공간에서의 민족적 삶의 회복에 대한 염원을 직설적인 어조로 그리고 있다. ▶1950년대 : 전 시기의 민족적 현실인식에 대한 강렬한 태도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서정적 세계 인식으로 변모되며, 여기서 시적 화자는 주로 자연 대상과의 일체감을 통해 자신을 인식한다. ▶1960년대 : 삶에 대한 인식, 특히 서민적 정감에 바탕으로 하여 삶의 의미를 관념적으로 형상화하려는 경향으로 변모하며, 이러한 경향은 이후의 창작 활동 내내 지속된다. 【경력】▶1912년 5월 26일 경남 마산에서 출생▶1928년 마산상고 졸업▶1938년 [맥] 동인. 박노춘의 소개로 첫 시집 <향연>을 동경에서 발행▶1941년 일본메이지대학(明治大學) 전문부 법과 졸업▶1942년 메이지대학 신문고등연구과 수료▶1946년 예술신문사 주간▶1956년 자유문학상 수상▶1958년 단국대 교수 역임▶1973년 5월 14일 고혈압으로 사망 【평론】<해방(解放) 이후 시단(詩壇)과 그 전망(展望)>(신문학.1946.11) <문학하는 정신>(민성.1948.10) <문학 이전의 과제>(신천지.1953.9) <현대시에 있어서의 감성(感性)과 지성(知性)>(시작.1954.11) <곤강(崑崗)의 인간적 모습>(자유문학.1956.12) <비평의 직능.(한극문예.1957.5) <내가 만난 중국의 시인들>(자유문학.1958.3) <시의 의미와 그 표현>(단국대논집.1958.7) <한국시의 난해성(難解性)>(협동 14.1964.5) <신문문장론(新聞文章論)>(신문평론.1967.12) 【시】<내 사랑하는 여인아>(신인문학.1935) <첫 여름밤 귀 기울이다>(신인문학.1935) <낙동강>(사해공론.1938) <향수(鄕愁)>(예술부락.1946.1) <산(山)>(우리문학.1946.1) <독이 되어라>(인민.1946.4) <코스모스의 노래>(학생월보.1946.4) <먼 길>(신문학.1946.6) <녹음은 짙었는데>(신문예.1946.7) <돌>(신세대.1946.9) <남쪽하늘은 멍들다>(문학비평.1947.6) <마지막 하나>(민성.1948.3) <날개>(신천지.1948.3) <겨울과 함께>(개벽.1948.3) <승리의 횃불을>(문학 7.1948.4) <골고루 왼 마을에>(청년예술.1948.5) <날개>(문예.1953.2) <어느 환상(幻想)>(시작.1954.4) <어느 풍경 3>(현대예술.1954.6) <사과>(현대문학.1955.1) <Y라는 부호(符號)>(사상계.1955.2) <어느 여관방(旅館房)에서>(현대문학.1955.5) <어느 지점(地點)에서>(문학예술.1955.6) <시계탑(時計塔)>(시작.1955.10) <곡>(한글문예.1956.1) <녹(綠)>(호서문단.1956.6) <주막(酒幕)에서>(1956) <신화(神話)>(영문 14.1956.11) <눈 오는 밤에>(푸른별.1954) <비정(非情)의 시(詩)>(사상계.1957.4) <습지(濕地: 남대문지하도에서>(자유춘추.1957.5) <시간 속의 시간>(신태양.1957.7) <편지>(자유문학.1958.12) <은행나무처럼>(자유문학.1959.8) <포오의 괭이>(자유문학.1960.1) <계단 있는 삼중주(三重奏)>(자유문학.1962.6) <대포집에서 6>(신사조.1963.3) <또르소>(신세계.1963.3) <축대(築臺), 1963년의>(사상계.1963.7) <시가 시가 되지 않는>(사상계.1964.11) <차단된 통로>(신동아.1965.10) <이 가을도>(문학춘추.1965.11) <유성(流星)>(동서춘추.1967.11) <투계(鬪鷄)가 되고 보면>(사상계.1968.4) <동경의 보신탕집에서>(현대문학.1968.8) <눈으로>(한국시단 2.1969.1) <손>(월간문학.1969.2) <하루의 역사>(월간중앙.1971.12) <쥐의 노래>(월간문학.1972.1) <날개>(새시대문학.1972.1) 【시집】<향연(饗宴)>(흥아사.1941) <부동항(不凍港)>(1943) <사랑의 서정시(抒情詩)>(박영사.1947) <해마다 피는 꽃>(시문학사.1948) <남해찬가>(남광문화사.1952) <푸른 별>(남광문화사.1952) <날개>(대문사.1956) <항쟁(抗爭)의 광장>(신흥출판사.1960) <의상세례>(일조각.1962) <동물과 식물의 시>(정연사.1965.5권) <혼선>(청자각.유고시집.1974) 【수필집】<시원산책>(정연사.1964) 【편저】<사랑의 서정시(抒情詩)>(박영사.1947) <시문학입문>(남광문화사.1952) <한국해양시집(韓國海洋詩集)>(해군본부정훈감실.1953) <한국애정시선(韓國愛情詩選)>(문성당.1954) <현대시인선집(現代詩人選集)>(공편,문성당.1954) <국민애송시선(國民愛誦詩選)>(자유문학자협회.1957) <명작에서 보는 여인상>(여원사.1959) <항쟁의 광장>(신흥출판사.1960) <시원산책(詩園散策)>(정연사.1964) <사랑은 추억 속에: 세계 애정시 감상>(정연사.1965)----------------------------------------------------------- 김용호(金容浩)의 야당, 서민 기질김용호 시인은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상고를 졸업했다. 아명은 만석(萬石), 호는 학산(鶴山), 야돈(野豚), 추강(秋江)등을 썼다. 1935년 일본으로 건너가 1941년 명치대학(明治大學) 법과를 졸업하는데 일본으로 건너가는 그해에 ‘동아일보’ ‘신인문학’ 등에 시를 발표하여 문단에 올랐다. 그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어두운 시대상과 압박받는 민족의 현실을 읊었고, 이어 차츰 서민생활을 노래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시인은 만년 야당이다"라 말했고 "시는 재치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것이다"라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말들은 그의 시의 기저(基底)가 저항적인 데 있다는 것과 방법보다는 현실 인생 문제에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김용호는 음식 중에서 보신탕을 즐겨 들었다. 문인들과 어울리거나 학생들을 데리고 식당에 갈 때는 물어볼 것도 없이 단골 보신탕집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가난한 문인이 보양식으로 선택했던 최선의 품목이 보신탕이었던 것이다. 여행을 할 때는 언제나 칫솔 하나만 달랑 들고 차에 올랐다. 치약이 없는 사태에 직면하더라도 칫솔로 해결하면 되고 머리도 물묻은 손을 닦는 타올의 역할을 해 주기 떄문에 여행의 기초 비품으로 칫솔이면 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그가 문화생활을 갖추어 누릴 수 없었던 사람이라는 것과 곤궁했던 우리나라 문인들의 생활 실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단국대학에서 공부했던 그의 제자 이동희(소설가)는 사후 유고를 정리하면서 선생의 원고쓰기 습벽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동일 작품의 원고들이 네편이고 다섯편이고 나타나서 매우 헷갈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완성된 원고에는 김용호라는 이름 석자를 적어 넣었다는 것이다. 원고쓰기 버릇과 관련되는 문인들의 유형은 갖가지다. 연습지에다 연필로 썼다가 원고지에 옮기는 사람, 폐휴지에다 빽빽이 자기만 알아보는 글씨로 써나가는 사람, 만년필이 아니면 사고가 혼돈이라는 사람 등등. 김용호는 원고지 자체에다 연습했으므로 원고지를 쓰는 데만은 인색하지 않았던 것으로 이해된다. 천예술제 초기에 심사위원으로 진주에 내려왔는데 그 무렵 'Y라는 부호'라는 시를 쓴 것에 대해 여러 번이고 반복해 설명했다. Y자는 인간이 만세 부르는 모양이고 항복한다는 표시이기도 한데, 이것이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만세는 기쁨이기도 하지만 저항의 발로이기도 하며, 항복은 포기가 아니라 겸양이거나 일시적인 잠수(潛水)를 뜻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김용호 시인은 진주의 이덕(李德)시인을 좋아했다. 같은 마산상고 동문이 그 끈의 기반이었다. 예술제 백일장 심사가 끝나고 저녁 먹고 후렴잔치도 끝난 뒤, 이때가 초청문인들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간인데 이덕은 김시인을 장대동 K집으로 인도했다. K집은 정통 권번 출신인 K녀가 운영하는 파전이 유다른 술집이었다. 낭자를 쪽찐 K녀의 가야금 산조는 진주의 밤이 깊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었고 술을 마시는 일이 규범과 역사가 완연함을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새벽녘일까, 술에 반쯤 흐느적이는 김시인을 K집에서 모시고 나와 모종의 신비가 깃들인 집으로 안내하겠다는 이덕의 말에 "나는 Y라는 부호다, 내가 다시 어딜 더 가겠는가." 하면서 김용호는 그의 데뷔작 '첫여름 밤 귀를 기울이다' 끝련을 소리내어 읊어나갔다."멀-리 경박한 계절의 뿔쪼아-개고리들이어느새 환락의 전당을 꾸미고첫여름 밤의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강희근(경상대 교수)[경남일보](2006. 12. 18) - [출처] 시인 김용호(金容浩)|작성자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