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모두 끝나고, 노아가 일 년여의 방주 생활을 마치고 땅 위에 내려 살기 시작할 때 하나님은 노아를 축복하시며, 아담과 하와에게 주셨던 말씀을 다시 한번 노아와 그 가족들에게 주십니다(1절).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1절, 7절)이라는 말씀입니다. 창세기 1장 22절과 28절에 이 땅의 생물들과 사람에게 주셨던 말씀을 다시 한번 노아와 그의 가족들에게 주신 것입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짐승들과 사람들이 하나님의 심판에 의해 멸절된 이후 하나님께서 보존하도록 방주에 올랐던 짐승들과 노아, 그리고 노아의 가족들에게 세상을 처음 만드시고 그들에게 주셨던 대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을 다시 시작하는 하나님이십니다. 일종의 초기화(初期化, Reset)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이 땅의 생물을 다스릴 권한을 다시 주셨습니다(2절).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동물은 사람에게 채소처럼 먹거리가 되게 하셨습니다(3절). 그 대신 고기를 피째 먹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4절). 피는 생명이기에 소중히 여기라는 말씀입니다. 몸 안에서 피가 돌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피가 돌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 즉 죽이는 것은 하나님께서 반드시 보복할 매우 중차대(重且大)한 죄악이라고 여기십니다(5절, 6절). 특히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매우 심각한 죄악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한 사람은, 그 사람도 피를 흘리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6절).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람은 어떤 자든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노아와 노아의 아들들에게 언약을 맺으십니다(8절~17절). 오늘 본문에 나오는 언약은 성경에 등장하는 첫 언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담과 하와를 만드신 후에 그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하신 말씀과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고 말씀하시며, 그 열매를 먹게 되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나님과 아담 사이에 세운 언약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 언약은 행위언약(Covenant of Work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첫 번째 언약은 하나님께서 노아와 세운 오늘 본문의 언약입니다. 이 언약을 노아언약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께서 더 이상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으시겠다는 언약입니다. 그 증표(證票)로 비가 내린 후에 무지개를 보여주셔서 그 언약을 기억하도록 하시겠다고 말씀합니다.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으시겠다는 언약은 노아와 노아의 가족만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과도 세우신 언약입니다(10절).
언약이란 단어는 히브리어로 “베리트”(בְּרִית)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데, “언약”(言約, Covenant)이란 의미를 지니지만, “연합”(聯合, Confederacy), “동맹”(同盟, League)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지키실 약속입니다. 하나님은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언약을 세우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진멸하길 원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길 원하십니다. 우리가 복된 삶을 살아가길 원하십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그 모습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길 원하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삶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가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