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평판이 두둑한 은행계좌보다 낫고 태어난 날보다 죽는 날이 더 의미심장하다. 잔치보다 장례식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결국에는 우리도 장례식으로 인생을 마무리할 테니. 그곳에 가면 무엇인가 발견하게 될 것이다.”(전 7:1~2, 메시지)
장례식장에 가면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타설(他舌) 이력서’다. 자필 이력서는 과장도 많고 은폐도 있다. 타설이력서는 꾸밈이 없다. 정직하다. 우리는 떠나간 이의 삶의 향기를 타인의 혀를 통해 듣게 된다.
친구 박상은 장로의 장례식장은 타설이력서로 인한 감탄과 감동의 물결이었다.
기도 순서를 맡은 순례의 길, 임병진 목사는 이렇게 기도했다. “지구촌교회 원로이신 이동원 목사님께서는 그(박상은 원장)는 좌나 우나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또한 그는 천사도 흠모할 아름다운 미소로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는 상담자로 육신이 아픈 자에게는 치료자로 영혼이 아픈 자들에게는 영혼의 벗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타다가 그는 사라져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어 그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나님께서는 잃은 것이 없으시되 저희는 손실이 너무나 큽니다. 아버지 하나님! 저희들은 아무 준비의 시간이 없이 그를 데려가셨습니다.” 이때 조문객들의 애써 참던 슬픔은 흐느낌으로 이어졌다.
박상은 원장의 오랜 친구였던 안동일교수(전 WHO 라오스 대표)는 추모사에서 박상은 원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상은 兄弟님, 제가 당신을 기억할 때, 영적 巨人으로, 탁월한 의사로 위대한 선교사로 生活 경외의 실천가로 기억하며 그리워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난 45년 성상 동안 만날 때마다 얼굴에 가득했던 화사안 미소, 그리고 당신의 그 끝없는 겸손함을 먼저 기억하고, 그런 믿음의 兄弟를 동역자로, 또 벗으로 허락해 주신 축복의 하나님께 감사드릴 것입니다.”
그랬다. 가까이서 보았던 친구로서 박상은은 내가 아는 것보다 더 큰 거목이었고 자랑스러운 의인이었다. 이래서 ‘입안에 드나드는 수저는 정작 국 맛을 모른다’고 했던 거다. 아쉬움이 컸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그가 신었던 마지막 신발에서 그를 새롭게 해석했다. “구두는 앞 부분보다 뒤꿈치가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츠계의 벤츠 ‘레드 윙’ 총괄을 맡은 조지 컬리의 말이다.
새삼 무엇을 말하랴. 이 모든 것이 든든한 은행계좌보다 나은 그의 평판이고 명예였던 것을.
※ 박원장은 떠나기 두 주 전, 그의 진료실에 나와 만나 자신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생활습관의학회’의 스피릿과 가치를 <시니어 파트너스>를 통해 구현하자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 일을 미완성으로 남겨 놓고 떠난 것이다. 어젯밤 시니어 파트너스 모임을 이곳에서 가지면서 우리는 그가 못다 이루고 떠난 일을 잘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영정사진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함께 한 이들은 존 리를 비롯 장범, 최웅섭, 김종철원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