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하네요 김옥춘 그러하군요. 산 오르다 보면 답답하던 마음도 풀리고 졸망졸망했던 마음도 넉넉해지고 그러하군요. 산 오르며 땀 흘리다 보면 단추 풀듯 마음도 열려 어색했던 사람에게 반가운 미소도 짓게 되고 그러하군요. 높은 산일수록 내 깊은 시름까지 잠시라도 잊게 하니 산 높을수록 세상사 떨구어 놓는다는 말 그 말 앞에 단지 산만 보고 간다고는 하지만 위로받고 싶은 맘 있었다 싶네요. 2002.8.1 | 외로움 김옥춘 채우는 것은 술잔이오 비우는 것은 마음이라 마시는 것은 술이오 토하는 것은 외로움이라 달아오르는 얼굴에 마비되는 가슴이여 술에 취하고 사랑에 가슴 아파라 껍질만 남은 가슴은 서러워 눈물 닦는다. 2002.8.19 |
웃어만 주어도 김옥춘 가족이 아니어도 좋다. 친구가 아니어도 좋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이웃이 아니어도 좋다. 부를 때 고개만 돌려주어도 부를 때 대답만 해주어도 가족처럼 든든하고 친구처럼 사랑처럼 편안하고 이웃처럼 고마울 때가 있다. 사랑스러운 눈빛 아니어도 좋다. 걱정하는 마음 아니어도 좋다. 서로 믿는 마음 아니어도 좋다 진정한 배려가 아니어도 좋다. 눈 마주쳤을 때 단 한 번 웃어만 주어도 커다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2003.8.5 | 산이다 김옥춘 내겐 너도 산이다 내겐 나도 산이다 험하고 가파른 산이다. 내겐 오늘도 산이다 내겐 내일도 산이다 힘겹게 올라야만 하는 산이다. 내겐 일도 산이다 내겐 휴식까지도 산이다. 내겐 올라야 할 산이 있다. 2004.8.14 |
가을과 커피 김옥춘 향기가 닮았어요. 낙엽 태우는 향기와 그래서 가을엔 커피를 더 사랑합니다. 색깔이 닮았어요. 돌아가 누울 무덤의 흙과 그래서 가을엔 커피를 더 사랑합니다. 온도가 닮았어요. 가슴에 파고들어 식어가는 온도가 그래서 가을엔 커피를 더 사랑합니다. 유혹이 닮았어요. 사랑해야 할 당신과 그래서 가을엔 커피를 더 사랑합니다. 커피색으로 나뭇잎 변해가면 낙엽을 불사르고 싶습니다. 커피 향으로 낙엽이 드러누우면 당신 그리워 커피를 마십니다. 2004.8.28 | 가을엔 김옥춘 가을엔 편지를 쓰고 싶다. 가을바람이 전해주는 느낌 그대로 담아 편지를 쓰고 싶다. 가을엔 사랑을 하고 싶다. 가을 햇살이 전해주는 느낌 그대로 내 살갗으로 너를 느끼고 싶다. 가을엔 시를 쓰고 싶다. 노을처럼 물들어가는 숲을 그대로 담아 마음의 노래를 하고 싶다. 가을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떨어뜨리고 비우는 산과 들의 모습 그대로 담아 삶의 축복과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고 싶다. 가을엔 울고 싶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다. 가을엔 너의 가슴에 안겨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다. 2004.8.31 |
가을 햇살 김옥춘 겨울 햇살은 창으로 들 때 곱다. 사랑스럽다. 가을 햇살은 들판으로 들 때 가장 곱다. 가장 사랑스럽다. 2004.8.31 | 사랑하면 김옥춘 사랑하면 다 보고 싶어 하지 말아야 한다. 다 보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궁금해하지 말아야 한다. 다 알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다 느끼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 다 말하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다 주지 말아야 한다. 다 주고도 줄 게 생긴다면 그 사랑 평생 기쁨을 창조해 낼 가족 사랑일 것이다. 2005.8.2 |
진정 나를 위한 기도 김옥춘 제발 내 이웃이 괴롭힘당하지 않는 마음 평안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돈 때문에 시달림받지 않는 풍요로운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서로 미워하지 않는 단란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비굴하지 않아도 되는 당당한 사회인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인격이 무시당하지 않는 존대 받는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소외당하지 않은 사랑 주고받는 사랑 가득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불행하다고 믿지 않는 행복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우울하고 가슴 아프지 않은 기쁨 가득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병마로부터 지치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제발 내 이웃의 하루하루에 건강의 축복과 재물의 축복과 사랑과 감사의 축복이 넘치게 채워주소서 이웃이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진정으로 내가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행복해야 할 나를 위해 지켜져야 할 나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내 이웃의 행복과 평안을 기도하겠습니다. 2005.8.4 | 가난한 날 홀로서기 김옥춘 선풍기를 사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내게 내가 내리는 벌입니다. 냉장고를 사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내게 내가 내리는 벌입니다. 한여름 가난의 서러움은 온몸의 땀구멍으로 흘러넘칩니다. 마치 눈물처럼 그래도 휴대용 가스버너 하나 샀습니다. 가난한 내게 내가 내리는 상입니다. 끼니마다 김치도 없는 라면 그래도 가난한 날은 상입니다. 2005.8.14 |
중년의 가을맞이 김옥춘 벌써 가을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여름입니다. 아직은 아직은 벌써 이별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사랑입니다. 아직은 아직은 벌써 젊음이고 싶습니다. 벌써 중년입니다. 아직은 사랑이고 싶습니다. 아직은 중년입니다. 벌써 중년인데 아직은 중년입니다. 아직은 8월의 태양처럼 이글거리고 싶습니다. 아직은 젊은 날의 가슴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2005.8.16 | 인생은 김옥춘 인생은 소꿉놀이야 부자가 부자 되는 시장놀이 착해도 죽어야 하는 병원놀이 사랑해도 헤어지는 엄마아빠놀이 인생은 연극이야 가슴 아파도 웃어야 하고 없어도 기죽지 말아야 하고 자존심 상해도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세상살이 무대 위의 연극 인생은 섭리야 꽃 피고 열매 맺는 식물 짝짓고 새끼 키우는 동물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고 태어나면 죽어야 하는 운명 같은 우주의 기운 음과 양이 함께하는 섭리 인생은 가족이야 엄마 아빠라 부르다 엄마 아빠라 불리고 아가라 불리다 아가라 부르는 탄생과 죽음을 함께하고 기쁨과 고통을 함께하고 죽어서도 나의 피와 사랑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누가 뭐래도 인생은 가족이야 2005.8.18 |
그러니까 너를 사랑해 김옥춘 사랑하는 사람은 땅에 묻지 않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가슴에 묻는 거래 사랑하면 죽어도 살아 있는 동안 함께 사는 거래 사랑하는 사람은 별이 된대 그리움으로 떠올라 저 하늘에서 밤새 반짝이다가 가슴으로 진대 사랑하는 사람 가슴으로 진대 사랑하는 사람은 땅에 묻지 않는대 저 하늘의 별은 하늘에 묻히지 않는대 사랑하는 사람은 저 하늘의 별은 사랑하는 사람 가슴에 돌아와 묻힌대 그러니까 내 가슴은 너의 무덤이래. 사는 동안 가슴에 품어 사랑하고 죽어도 너를 가슴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내 가슴은 너의 무덤이래. 그러니까 너는 나의 별이래 가슴에 품고 있어도 늘 그립고 저 하늘에 떠 있어도 늘 그리운 너는 단 하루도 지지 않는 나의 별이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거래 2005.8.19 | 선보지 맙시다. 김옥춘 선보지 맙시다. 사람의 됨됨이를 가려 보는 일이 그리 쉬운가요? 선보지 맙시다. 인연을 알아보는 일이 그리 쉬운가요? 선보지 맙시다. 사람 됨됨이 가려 사랑하나요? 선보지 맙시다. 그냥 술이나 한잔 합시다. 세상사 모두 가슴앓이이거늘 위로나 술잔에 나눕시다. 2005.8.22 |
습관 김옥춘 혼자 살면 혼자 살며 불편하지 않을 그런 습관들이 생긴다. 둘이 살면 둘이 살며 불편하지 않을 그런 습관들이 생긴다. 가족과 살면 가족과 행복하기 위한 그런 습관들을 배운다. 이웃들과 더불어 살면 가족과 이웃에게 멸시당하지 않고 존경받으며 살기 위한 그런 습관들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습관은 내 가슴에 상처를 입기 전에 남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기 전에 나와 가족이 길들여주는 사랑의 선물이다. 2005.8.22 | 가을바람 김옥춘 바람아 비누로 세수했니? 매끌매끌 매끄러운 바람 사랑의 속삭임만큼 떨리는구나. 바람아 몸무게 줄였니? 산들산들 산들바람 내 가슴 파란 하늘로 띄워 올리는구나. 바람아 사랑에 빠졌니? 살랑살랑 살랑한 바람 그리워 눈 감게 하는구나. 사랑하고 싶게 하는구나. 2005.8.23 |
들꽃처럼 오소서 김옥춘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을 사랑해야만 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외로운 것은 사랑해야 하는 당신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이 가을 들꽃처럼 내게 오소서 그대여 바람 찬 이 가을 꽃피워 열매 맺어야 하는 가을들꽃의 애타는 사랑 늦었지만 고개 숙이지 않고 당당히 꽃피워 씨를 익히는 정성 그대여 이 가을 들꽃처럼 내게 오소서 이제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가을이니까 내 인생 소중하니까 2005.8.23 |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 김옥춘 소리 없이 내리는 눈보다 통곡이라도 하듯 내리는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있다 사랑할 나이다. 사랑하고 싶은 이에게 사랑받고 싶은 이에게 빗소리는 간절히 기다리는 임의 심장 소리다. 설레고 싶은 자신의 심장 소리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보다 재잘거리듯 내리는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있다. 외로움의 나이다. 외로운 이에게 이 세상에 홀로인 듯한 이에게 빗소리는 다정히 다가오는 가족이다. 친구이다. 이웃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보다 노래하듯 내리는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있다. 삶이 무거운 나이다. 삶이 무거운 이에게 세상이 버거운 이에게 빗소리는 타령이다 자장가다 응원가다 2005.8.25 |
비는 사랑이다. 김옥춘 눈은 하얀 눈은 춤추듯 내린다. 나비처럼 내린다. 꽃가루처럼 내린다. 그래서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눈은 축제다. 기쁨이다. 희망이다. 비는 맑은 비는 통곡하듯 내린다. 노래하듯 내린다. 속삭이듯 내린다. 재잘거리듯 내린다. 그래서 소리 내어 내리는 맑은 비는 위로다. 친구다. 사랑이다. 2005.8.25 | 이제는 노래할 거야 김옥춘 매일 울 수 없잖아 매일 울 수 없어서 이젠 노래하기로 했어. 울고 싶은 만큼 노래하기로 했어. 매일 찡그릴 수 없잖아 매일 찡그릴 수 없어서 이젠 웃기로 했어 화내고 싶은 만큼 웃기로 했어 아버지도 그랬을까? 그래서 아버지의 노래가 슬프게 기억되는 걸까? 어머니도 그랬을까? 그래서 어머니의 미소가 쓸쓸하게 기억되는 걸까? 2005.8.27 |
가을이 온다 김옥춘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이다 기분 좋다 햇살 따갑다 가을 햇살이다 기분 좋다 하늘 파랗다 가을 하늘이다 기분 좋다 꽃들이 피었다 가을 들꽃이다 기분 좋다 열매들이 익어간다 가을 열매다 기분 좋다 가을은 기분 좋게 온다. 이별이 두렵지 않은 사랑스러운 만남처럼 2005.8.31 | 들꽃을 사랑하게 되는 중년에 김옥춘 이제는 이제는 작은 풀꽃도 사랑하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작은 풀꽃 같은 내 삶도 사랑하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작고 작음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향기롭지 않다는 것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세상의 중심에 있지 않음에 노여워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밟히고 꺾인 세월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하찮아 보이던 들꽃을 이제는 중년인 이제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찮아 보이던 내 삶을 이제는 중년인 이제는 자랑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저 들에 핀 작은 풀꽃도 풀꽃 같은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향기로울 수 있다는 것을 소중하다는 것을 압니다. 이제는 이제는 들에 핀 작은 풀꽃을 사랑합니다. 이제는 이제는 풀꽃 같은 나의 삶에 날마다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2005.8.31 |
한여름 낮의 소나기야 김옥춘 햇살에 안겨서 쏟아지는 비야 햇살을 안고 쏟아지는 비야 미처 해를 다 가리지도 못해 눈부신 구름아 우렁차구나! 장하구나! 시원하구나! 고맙구나! 뜨거워도 시원하고 시원해도 뜨겁구나. 마치 사랑 같구나. 뜨거운 한여름 낮의 소나기야 뜨거운 햇살만큼 강렬한 소나기야 너 내리는 동안 내 임 없이도 내 가슴 뜨거웠구나. 내 임 없이도 두근거리는 가슴 벅차 터질 듯했구나. 사랑의 감정으로 사랑의 열정으로 뜨거운 한여름 낮의 소나기야 나도 늘 뜨겁게 사랑하다가 식힐 수 없는 한여름의 열정으로 막을 수 없는 한여름의 사랑으로 너처럼 내 임에게로 내리고 싶구나. 2006.8.7 | 땀 김옥춘 살금살금 기어 나오는 땀 팔이 간지럽다. 송글송글 방울로 매달리는 땀 얼굴이 빙그르 웃는다. 쪼로록쪼로록 미끄럼 타는 땀 가슴이 짜릿하다. 줄줄줄 흐르는 땀 등줄기가 서늘하다. 2006.8.8 |
가난한 날 김옥춘 가난한 날의 여름엔 선풍기 하나만으로도 호텔이야 가난한 날의 밥상엔 김치 하나만으로도 잔칫상이야 가난한 날의 세간은 냉장고 하나만으로도 사치야 가난한 날엔 더 많이 참아야 하는 거야 가난한 날엔 더 많이 이겨내야 하는 거야 가난한 날엔 더 많이 감사해야 하는 거야 가난한 날엔 더 많이 사랑해야 하는 거야 살아보니 그래 가난하게 살아보니 그래 아무것도 없이 살아보니 그래 2006.8.10 | 라면은 김옥춘 귀한 날 특별한 날 꿀맛으로 먹었던 별식이었다. 처음 먹었을 때 라면은 바쁜 날 게으름 피우고 싶은 날 간편하게 먹었던 간편식이었다. 쉴 틈 없이 일 할 때 라면은 출출할 때 재미로 먹었던 간식이었다. 간간이 심심할 때 라면은 지금은 주머니 빈 날 먹는 가난식이다. 느끼함도 견뎌내야 하는 인내식이다. 2006.8.12 |
가난한 내 방에 김옥춘 누가 내 방에 불 땠어? 뜨겁잖아? 어깨 늘어지잖아? 용기까지 늘어지잖아? 전기세도 없는데. 누가 내 방에 찬바람 틀었어? 춥잖아? 어깨 못 펴잖아? 기까지 못 펴잖아? 가스 요금도 없는데. 여름은 가스 요금 안들이고 내 방에 불 땠다. 잠들 수 없을 만큼 겨울은 전기세 안들이고 내 방에 찬바람 틀었다. 잠잘 수 없을 만큼 2006.8.25 | 설렘과 아쉬움 김옥춘 봄이 오면 봄이 금방 가버릴 것만 같아서 그지? 여름이 오면 가을이 금방 올 것만 같아서 그지? 가을이 오면 가을이 금방 가버릴 것만 같아서 그지? 겨울이 오면 봄이 금방 올 것만 같아서 그지? 계절처럼 사랑이 금방 올 것만 같아서 그지? 계절처럼 인생이 금방 가버릴 것만 같아서 그지? 일 년 내내 설레고 일 년 내내 아쉽다. 그지? 2006.8.25 |
어머니 내 어머니의 마음 김옥춘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었는데 자식이 아가였을 땐 그랬어 그땐 그랬어 가난해도 웃을 수 있었어 생각만 해도 자랑스러웠었는데 자식이 커갈 땐 그랬어 그땐 그랬어 가난해도 희망은 있었어 생각만 해도 든든했었는데 자식이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땐 그랬어 그땐 그랬어 여전히 가난해도 믿음이 있었어. 든든한 울타리일 줄 알았어. 이제는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와 머리에 흰머리 느는 자식 얼굴에 주름이 느는 자식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파 이제는 그래 나보단 나은 인생이길 바랐는데 나보단 부자로 살길 바랐는데 나보단 자신 있게 세상을 살길 바랐는데 나보단 고생 안 하고 살길 바랐는데 울타리 없는 듯 쓸쓸한 오늘 늙은 나보다 자식 늙은 날이 더 걱정이 돼 나처럼 울타리 없는 듯 쓸쓸할까 봐 걱정이 돼 이제는 그래 2006.8.27 | 오늘은 축복이야 김옥춘 난 내가 넘어진 줄 알았어 일 년을 살고 새해를 맞을 때마다 기분이 그래 난 내가 발을 헛디딘 줄 알았어 한철을 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을 때마다 기분이 그래 난 내가 도둑맞은 줄 알았어 한 달을 살고 새로운 달을 맞을 때마다 기분이 그래 난 내가 꿈을 꾼 줄 알았어 숨 가쁘게 달리기를 하는 꿈 일주일을 살고 휴일을 맞을 때마다 기분이 그래 난 내가 축복받은 걸 알아 하루를 살고 아침을 맞을 때마다 기분이 그래 아주 소중하고 많이 감사해 오늘은 축복이야 2006.8.27 |
라면 김옥춘 라면 반 국수 반 왜 그리 적은지 라면 말이야 왜 그리 많은지 국수 말이야 라면이 귀했었어. 라면 반 국수 반 왜 그리 야속한지 엄마 말이야 왜 그리 부러운지 라면이 좀 더 많은 아빠 그릇 말이야 라면도 귀했었어. 그땐 그랬어. 내 엄마가 내 나이보다 어렸을 때 2007.8.1 | 사진을 찍자 김옥춘 사진을 찍자 내일보다 하루 젊은 오늘 사진을 찍자 내 기억 속을 들여다보면 내 나이보다 더 어렸던 내 어머니의 모습도 있다. 내 나이보다 더 어렸던 내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었다. 지금의 내 어머니는 내가 앞으로 닮아갈 내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게 두려워서 정신 가다듬어 건강을 챙기신다. 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내 어머니가 그랬듯이 주름이 늘고 얼굴에 그늘진 자리가 늘어난다. 점이 늘어나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팔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사진을 볼 때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뵐 때마다 못마땅하다. 전 같지 않아서 그렇지만 내일보다 하루 젊은 내 모습이다. 그래서 사진을 볼 때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뵐 때마다 오늘 하루가 감사하다. 오늘 하루가 너무나 귀하다. 사진을 찍자. 내일보다 하루 더 젊은 오늘이다. 사진을 찍자. 사진을 찍을 때보다 더 행복하게 웃자 오늘 지금 2007.8.1 |
내 사랑아 김옥춘 보고 싶었어. 많이 아주 많이 고개도 저어보고 전화기도 꺼보고 이름도 지워보고 하늘도 치어다보고 눈도 감아보았지. 입술도 깨물어보고 한숨도 쉬어보고 술도 마셔보고 잠도 자보고 일도 해보았지. 보고 싶었어.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어 많이 아주 많이 내 사랑아 내 사랑아 서성거리는 하루가 길어진 하루가 간절해진 하루가 감사하다. 사랑한다. 2007.8.2 | 걱정 김옥춘 어떡하지? 일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뒤에서 천천히 오는 불빛이 멈추어 서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환하게 웃고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팔을 벌리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달콤한 과일 들고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장미꽃 들고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괜히 걱정했네! 떡 줄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달콤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꽃 들고 고백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 어떡하지? 걱정이네 어떡하지? 2007.8.3 |
그래야 사랑이지 김옥춘 이유 없이 끌려야지 그래야 사랑이지 인격적으로 대할 줄 알아야지 그래야 사랑이지 서로 노력해서 키워야지 그래야 사랑이지 너 늙고 병들면 내가 돌봐줄 거라고 너 슬프지 않도록 내가 뽀송하게 돌봐줄 거라고 그렇게 믿어져야지 그래야 사랑이지 내 맘 속에 믿음 하나가 자라고 있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소중한 믿음 사랑해 2007.8.5 | 믿음이 필요해 김옥춘 꽃 사줘 너에게 나도 예쁘고 향기로운 사람이라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선물 사줘 너에게 나도 기쁨이고 귀한 사람이라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밥 사줘 너에게 나도 가까운 사람이라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영화 보여줘 너에게 나도 감동이고 낭만이라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여행시켜줘 너에게 나도 아름다움이고 의지가 된다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사랑한다고 말해 너에게 나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프러포즈 안 해? 너에게 나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믿음 삶의 가치라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전화해 지금 너에게 나도 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믿음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믿음 확인하고 싶어. 보고 싶어. 2007.8.14 |
무더운 날의 명상 김옥춘 더위? 한때지 사랑? 한때야 인생? 한때라니까 그래서 두려울 게 하나도 없지 그래서 두려움이 크지 더위? 금방이야 사랑? 금방이야 인생? 금방이야 그래도 그래도 순간에 질 것만 같은 사랑은 순간에 식을 것만 같은 사랑은 노력하면 깊어지지 가꾸면 커지지 더위? 한때지 인생? 금방이지 그러니까 사랑해야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너를 사랑해 2007.8.15 | 비 오는 날의 명상 김옥춘 아! 시원해! 바람이 분다. 아! 시원해! 비가 내린다. 비가 바람 몰고 왔을까? 바람이 비를 몰고 왔을까? 참 고맙다. 바람도 불고 비도 내리고 그렇다. 인생도 그렇다. 날마다 햇살이진 않다. 그렇다.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해도 나고 눈도 오고 그게 정상이다. 그래 바람아 피하지 않으마. 내 인생의 비바람을 그래 비야 무서워하지 않으마. 내 인생의 눈보라까지도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린다. 참 시원하다. 참 고맙다. 비 내리는 오늘 내 삶이 더 감사해졌다. 내 삶의 태도가 더 겸손해졌다. 내 삶의 의지가 더 강해졌다. 비 내리는 오늘 눈부신 햇살처럼 네가 그립다. 2007.8.15 |
가을로 가는 셈여림표 김옥춘 개굴개굴 개굴 여리게 여리게 점점 여리게 찌리리릭 쓰르락 짜르르 세게 세게 점점 세게 까만 밤 풀들이 사는 동네의 악보가 바뀌었습니다. 까만 밤 내 창의 세레나데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여름이 쥐었던 지휘봉을 가을이 쥐었나 봅니다. 개구리 소리로 가득했던 밤이 이제 풀벌레 소리로 가득해졌습니다. 여리게 여리게 아주 여리게 개굴개굴 개굴 세게 세게 아주 세게 찌리리릭 쓰르락 짜르르 2007.8.22 | 또 다른 이유 김옥춘 아침밥을 짓고 싶어 너의 건강한 하루를 위해 아침상을 차리고 싶어 너의 존경받는 하루를 위해 등 두드려 안아주고 싶어 너의 보람된 일을 위해 뽀뽀해주고 싶어 너의 자신감 있는 하루를 위해 배웅을 하고 싶어 버스정류장까지 손잡고 걸어가서 손 흔들어주고 싶어 너의 사랑 가득한 하루를 위해 내가 너와 같이 살고 싶은 이유야 사랑해 2007.8.22 |
내 엄마 닮아있는 나 김옥춘 자동차? 당연히 없지 택시비? 당연히 없지 버스비? 빠듯하지 그런데 왜?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버스 타고 왔지 그런데 어떻게? 나도 아득하지 서너 걸음 걷고 한 번 쉬고 두어 걸음 걷고 한 번 쉬고 나도 내가 싫지 덜 먹고 말지 싶지 그렇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버스정류장까지는 갈 수 있지 그렇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도 갈 수 있지 자동차? 꿈도 못 꾸지 택시? 참아야지 버스? 기다리는 중이지 그냥 지나가면 안 되지 내 엄마 이고 지고 다니실 때마다 화가 났었지 그런데 어느새 나 내 엄마를 닮아있지 2007.8.28 | 행복한 인생 김옥춘 혼자도 그리 나쁘진 않아 외로운 것 말고는 다 괜찮아 죽을 것만 같은 외로움 말고는 다 괜찮아 외로운 대신 편하잖아 둘이 함께도 그리 나쁘진 않아 일을 더 해야 하는 것 말고는 가슴에 생기는 상처 말고는 다 괜찮아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고단함 말고는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서운함 말고는 다 괜찮아 고된 대신 아픈 대신 기쁘잖아 혼자도 그리 나쁘진 않아 외롭긴 하지만 행복해 둘이 함께도 그리 나쁘진 않아 고되긴 하지만 행복해 인생이란 외롭지만 고되지만 행복한 거야 아름다운 거야 내가 귀한 만큼 오늘도 너를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할 거야 귀한 내 삶을 위해 사랑해 2008.8.8 |
일꾼 김옥춘 일꾼은 잘 먹여 부리는 거라더니 움직이지 못할 것만 같더니 힘이 나지 않더니 빵 한 조각 간식에 팔다리에 움직일 힘이 생겨났다. 정말이다. 신기했다. 일꾼은 넉넉하게 먹여 다스리는 거라더니 꼬이기만 했는데 서운하기만 했는데 고기 한 점과 술 한 잔에 가슴이 풀렸다. 고마워졌다. 정말이다. 신기하다. 일꾼은 잘 먹여 부리는 게 맞다. 일꾼은 넉넉한 맘으로 다스리는 게 맞다. 2008.8.14 | 나의 하루 김옥춘 일을 하다가 꽝 아야! 바보 바보 바보 내 손가락 내가 찧다니 일을 하다가 쭉 아야! 바보 바보 바보 내 손 내가 찌르다니 일을 하다가 보글보글 부글부글 아야야! 바보 바보 바보 정말 바보 내 자존심 내가 긁어대다니 조심한다고 했는데 손가락엔 상처 다리엔 멍 가슴엔 피멍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조심한다고 했는데 정성을 다했는데 나의 하루는 상처투성이다. 사랑한다고 했는데 존중한다고 했는데 배려한다고 했는데 나의 사랑은 아픔 덩어리다. 2008.8.26 |
나의 소원 김옥춘 내 소원 이루어지는 날은 어제였어요. 오늘이었어요. 몰랐어요. 내 소원 이루고 살았다는 것을 내 소원 다 이루고 살았다는 것을 나 행복하게 되는 날은 어제였어요. 오늘이었어요. 몰랐어요. 나 행복했다는 것을 나 너무나 행복했다는 것을 쓰고 남을 돈으로 맛있는 것도 먹고 쓰고 남을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쓰고 남을 돈으로 예쁜 옷도 사 입고 쓰고 남을 돈으로 월세 걱정 없이 살아보고 쓰고 남을 돈으로 좋은 일도 해보고 그게 내 소원이었는데 가난하지 않게 살아보는 것 풍요롭게 살아보는 것 그것이 내 소원이었는데 발톱 빠졌다가 이상하게 나고 손가락 다쳐보니 손톱 빠지지 않는 게 내 소원이 되었어요. 배 아팠던 날 배 아프지 않은 게 내 소원이 되었던 것처럼 그래요 난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지금의 소원 다 이루고 산 아름다운 삶이었어요. 평범한 하루를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오늘 하루를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지금의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아요. 이제는 내 소원 이루어진 날은 어제였어요. 오늘이었어요. 알아요. 이제는 내 소원 다 이루고 살았다는 것을 나 행복한 날은 어제였어요. 오늘이었어요. 알아요. 이제는 나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을 2008.8.28 | 지옥과 천국 김옥춘 함께라면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거 금방이었지 지금도 가끔은 그래 힘이 있다면 연약한 사람 바보 만드는 거 간단했었지 지금도 가끔은 그래 돈이라면 없는 사람 바보 만드는 거 어렵지 않았었지 지금도 가끔은 그래 어른이라는 윗사람이라는 권위라면 아랫사람, 어린 사람 바보 만드는 거 흔한 일이었지 지금도 가끔은 그래 안 되지 안 되는 거야 천재를 바보 만들면 착한 사람 바보 만들면 바른 사람 바보 만들면 지옥을 만드는 거야 내 입으로 내 손으로 내 능력으로 어느 한 사람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면 안 되지 천재의 재능은 키워주는 거야 착한 사람은 칭찬하는 거야 바른 사람은 본받아야 하는 거야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거야 나의 미소로 나의 격려로 나의 인정으로 나의 도움으로 나의 감사로 누군가 오늘 하루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낀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누군가의 천국으로 만드는 거야 하나 또 하나 천국을 만들어가는 하늘이 되는 거야 함께 흉보는 대신 용기를 주고 업신여기는 대신 손잡아주고 괴롭히고 비난하는 대신 안아서 등 두드려주자고 우리. 내 인생만큼 누군가의 삶도 귀하잖아 2009.8.8 |
태풍아! 김옥춘 태풍아! 넌 오지 않을 때 곱더라. 태풍아! 넌 비껴갈 때 고맙더라. 태풍아! 넌 약해져서 와도 무섭더라. 태풍아! 우리네 삶 헝클지 마라. 거세게 휘몰아치는 게 너일지라도 과일 떨어뜨리지 마라. 꽃잎 떨어뜨리지 마라. 사람 눈물 떨어뜨리지 마라. 태풍아! 이 땅을 지날 땐 얌전히 지나가거라. 내게 올 땐 눈 감고 오거라 그리고 자거라 조용히 2009.8.8 | 힘들지? 김옥춘 하늘이 무너지면 안 되지! 땅이 꺼지면 안 되지! 힘내! 넌 나의 하늘이야! 늘 맑고 햇살 반짝이는 가끔은 찌푸리고 눈물 흘리는 눈물 흘릴 때도 언제나 내게 힘을 주는 하늘. 넌 나의 땅이야! 늘 걸고 튼튼한 가끔은 헐벗고 갈라지는 갈라질 때도 언제나 나를 세워 일으키는 땅. 힘들지? 돈만큼 값진 하루의 노동도 예술만큼 아름다운 순간의 갈등도 사랑만큼 큰 가족의 무게도 힘내! 너의 하루는 늘 값져! 너의 인생은 늘 아름다워! 너의 사랑은 늘 감동이야! 사랑해! 존경해! 고마워! 하늘만큼 땅만큼 2009.8.11 |
가을로의 초대장 김옥춘 사랑스러운 당신을 가을로 초대합니다. 가을이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코스모스 잔잔하게 깔아 놓고 들국화 잔잔하게 깔아 놓고 고추잠자리 간간이 날려 놓고 하얀 뭉게구름 띄워 파랗게 하늘 칠해 놓고 햇살로 꼭꼭 눌러 열매를 약속하는 메시지 담고 바람으로 미끄러지듯 사인을 해서 가을이 보내왔습니다. 가을로의 초대장을 사랑스러운 당신을 가을이 기다립니다. 가을이 사모곡도 보내왔습니다. 꽃잎 아래에서 여리게 시작되는 풀벌레 소리 초대장에 배경음악으로 첨부해서 가을이 보내왔습니다. 가을의 사모곡을 사랑스러운 당신을 아름다운 당신을 고귀한 당신을 그러니까 나를 가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행복하게 준비해 놓고 2009.8.14 | 넌 재주가 있다. 김옥춘 와! 맛있다! 행복해지는 맛이다! 함께 먹는 밥이 달다. 눈물이 난다. 와! 재미있다! 웃게 하는 재주다! 말 걸어주니 말 들어주니 내 얼굴이 자꾸 웃는다. 음! 재주꾼이다! 행복해지는 맛으로 내 삶에 감사하게 만들었다. 음 재주꾼이다! 웃게 하는 재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고맙다. 같이 밥 먹어줘서 내 이야기 들어줘서 말 걸어줘서 행복하다. 널 만나서 행복하다.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이 새로 생겨서 행복하다.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사랑한다! 내 사랑 너! 2009.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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