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일 (마태13,44-52) 반영억 라파엘 신부 |
복음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44-52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44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45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46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47 또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48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49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50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51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
제자들이 “예!” 하고 대답하자, 5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나의 보물 제1호」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이 무엇일까?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보물에 대해 기대하는 만큼 중하게 지키고 보호하고 간수 하려 애쓰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여러분의 보물 제1호는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6,21). 그리고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을 보면 무엇을 보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값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그보다 못한 것을 처분함은 당연합니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 큰 것을 얻기 위해 그보다 작은 것을 포기하는 것은 희생이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를 소유하고자 합니다. 그러다가 모두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큰 것을 위해 보다 작은 것을, 포기할 줄 아는 것은 큰 은총입니다. 천상의 하늘을 희망하면서도 세상을 꼭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보물을 발견한 기쁨이 크면 자기가 가진 모든 소유물은 그 보물 앞에서 빛을 잃어버립니다. 억제할 수 없는 기쁨 때문에 아무리 값진 것이라도 하잘 것이 없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야말로 보물 1호는 양보할 수 없는 첫 자리입니다.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보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바오로사도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필리피3,8). 그리고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필리피1,21). 바오로에게 있어서 주님을 얻게 되는 것은 모두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오로의 진정한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10장 17절 이하를 보면 ‘부자 청년의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께서는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는 어떤 사람에게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습니다. 결국 그는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면서도 자기의 소유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정한 보물을 얻지 못했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데 있어 양다리 걸치기, 어중간은 없습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애쓰지 않는 사람이 보물을 발견하거나 얻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보물을 얻으려는 사람은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수 있는 희생적인 투신이 꼭 필요합니다. 그야말로 ‘봄에 씨를 뿌려야 가을에 거둘 것이 있는 법’입니다. 시편에는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126,5). 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 라는 보물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보물을 발견한 장소가 “밭”입니다. 농경사회에서 밭은 일상의 문화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찾는 보물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 나라는 ‘우리 가운데’(루카17,21) 있습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하느님으로서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묵시21,3). 그러므로 진정한 보물을 아는 사람은 그만한 기쁨으로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보물은 이미 지금 여기서부터 주어졌습니다.
보물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이 머물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 둘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보물입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1호입니다. 그리고 주님을 보물로 얻은 사람들은 기뻐해야 합니다. 주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기쁨은 그 어느 것하고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값진 것을 발견했으면 지금까지 귀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늘나라를 위해 투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또한 주님을 비추는 이웃의 보물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내가 가진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내가 다른 사람의 보물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가기 때문입니다’(마태7,21). 값진 진주는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세상에 진주, 보물은 많지만 모든 재산의 가치보다 귀한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을 향한 우리의 믿음, 신앙은 또한 더없이 값진 보물입니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을 잘라도 도박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손이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손이 크다.’ ‘손버릇이 나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마음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아무리 고운 손이라도 나쁜 짓을 하는 손은 고운 손이 아닙니다. 아무리 거친 손이라도 선한 일을 하면 고운 손이 됩니다. 손의 주인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감옥을 갈 때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만 죄를 지은 마음은 손으로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음 단속을 잘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천상, 하느님 나라에 두고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 마음을 두고 기뻐해야 합니다. 그 외아들을 구원자로 보내주셨음을 감사해야 합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말합니다. “무엇으로도 마음을 흩뜨리지 말며 무엇 때문에 놀라지도 마라. 모든 것은 지나가나 하느님은 변하지 않는다. 하느님을 차지한 자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으니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 하느님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은 것이요, 모든 것을 얻어도 하느님을 차지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의 보물 1호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예수님께서 값진 보물로 첫 자리에 계시길 기도드리며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이웃을 그분의 이름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나라의 보물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삶의 자리에 있고, 이웃 안에 있습니다. 보물을 잘 찾는 한 주간 되시길 바라며 꼭 천상의 행복을 차지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여러분 자신이 이웃의 소중한 보물이라는 것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보물을 보물로 볼 수 있는 은총을 간구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천상목적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천상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방황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예수님과 함께 순례의 길을 걷기를 소망합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 출처: 신을 벗어라 원문보기▶ 글쓴이 : rapha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