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이 지겨운 스토리도 후반에 접어드네요.
26장은 25장이 끝날 때 뿌려진 떡밥을 회수하며 시작됩니다. 니지동과 부 양쪽은 스쿨 아이돌 홍보 이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참가하려고 합니다.
란쥬한테만 이 소식이 들어갔다면 니지동은 쏙 빼고 자기만 나가려 했겠지만, 주최자가 된 카오루코가 오디션으로 정하겠다고 하자 따르게 되어 단체 합숙을 가게 됩니다. 란쥬는 저 김칫국 마시는 버릇부터 고쳤으면 좋겠네요.
스쿨 아이돌 설정에 대한 개념과 러브라이브 세계관에서의 입지는 시리즈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프로 아이돌과는 분리되는 개념이며 고등학생이 참가하는 아마추어 리그라는 개념입니다. 학교마다 부나 동호회 같은 팀이 있고 러브라이브 대회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죠. <울려라! 유포니엄>에 나오며 실제로 열리는 전일본 취주악 콩쿠르처럼요.
아무튼 스쿨 아이돌에 대한 개념과 인지도를 높이는 게 카오루코의 목적이고, 그래서 액시비전을 준비할 겸 니지가쿠에도 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마침 합동 이벤트를 24장에서 한 뒤 니지동도 재정비를 거쳐서 실력 확인도 할 때였고요.
합숙 내용 자체는 별 게 없지만,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참고로 란쥬는 미아와 함께 요리를 망쳤다고 카스미가 저녁 시간에 말합니다.
그리고 액시비전에 출전하려고 양쪽은 임시로 유닛을 만들게 됩니다. 특성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아이+카린: 승부욕이 강하다는 점을 살려서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
엠마+카스미+카나타+리나: 협력 플레이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
아유무+세츠나+시즈쿠: 취향에 따라 골라갈 수 있는 놀이동원처럼 각자의 개성 존중
한편 란쥬는 개인연습을 하면서도 플레이어에게 여유를 부립니다. 2부 초반 란쥬와 비교해보면 딴 사람 같은데 란쥬 관련 내용은 마지막에 정리하겠습니다.
미아와 작곡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선 작곡 방식 얘기도 나옵니다. 미아가 음악 관련 정보를 조합해서 맞춤형 곡을 만든다면, 주인공은 니지동 멤버 개인을 분석해서 맞춤형 곡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합숙에 돌아온 뒤로 27장에선 스토리에 진전이 보입니다.
여기서 시오리코와 카오루코의 성격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둘 다 한국으로 치면 재벌 3세지만 성격은 다른데, 카오루코는 추진력이 강한 성격에 스쿨 아이돌 덕질을 시작한 뒤로 괴짜 기질이 강한 반면 시오리코는 성실하나 고지식하다고 언급됩니다.
그래서 시오리코는 1부에선 스쿨 아이돌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고, 니지동에서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개최를 추진할 때는 교내를 장소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원봉사 최소 참가인원 1,000명을 모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는데 당시로선 성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만한 인원을 모으는 것도 주말마다 유치원과 양로원에 자원봉사를 다니는 자기로선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조건을 채우자 군말 없이 승인했고 자기도 스쿨 아이돌이 어떤 개념인지 궁금하다며 잠시 니지동 체험도 한 김에 아유무와 카오루코 등의 설득에 따라 스쿨 아이돌에 데뷔했던 겁니다.
다시 27장 시점으로 돌아와서, 시오리코는 언니나 동생이 있는 주변 스쿨 아이돌에게 고민 상담을 받고 카나타&하루카네 집에서 저녁식사도 합니다. 그리고 둘의 제안에 따라 직접 전달해 보리고 합니다.
그래서 양쪽에서 합동으로 시오리코가 카오루코에게 라이브로 생각을 전할 무대를 준비합니다. 한편 란쥬는 주인공을 찾아와서 자기가 부원들과 하고 싶은 일 목록을 보여주는데, 라이브나 쇼핑 레스토랑처럼 또래가 할 법한 평범한 즐길거리였습니다. 란쥬답게 부에 오면 된다고 영업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란쥬는 그런 평범한 취미를 즐길 상대가 적었던 게 아닐까요?
27장까지 쭉 정주행하면서 보니, 란쥬는 자기 편이란 인식이 확실한 상대한테는 맘놓고 편하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오리코가 라이브를 준비할 때 무대 세팅에서도 자기 아이디어대로 하면 된다고 하나, 난이도 때문에 시오리코는 특별한 란쥬와 달리 자기 실력으로 무리라며 사양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기 방식대로 해 보겠다고 하니까, 시오리코가 세게 나올 줄 몰랐던 란쥬는 몹시 당황합니다.
둘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았는데, 검은색 머리끈이 사츠키고 흰색 머리끈이 우즈키입니다.
여기까지 진행해 보면 2부 스토리의 문제점이 란쥬가 초반에 보여준 행동 때문임을 아시게 될 겁니다. 그냥 처음부터 니지동에 들어와서 활동하다가 방향성이 안 맞아서 따로 부를 차렸거나(20장에 따르면 시오리코가 니지동에 데리고 왔는데, 바로 부를 차려서 나갔다고 함) 하면 나았을 겁니다. 1부에서도 세츠나가 부장일 때 방향성 문제로 한 번 니지동이 해산했다가 다시 뭉쳤으니, 란쥬도 이 때 이탈해서 부를 따로 차렸다는 설정이라면 문제될 게 없고요.
하지만 스토리 작가가 그건 생각 못했는지, 아니면 초반에 자극적인 내용으로 이슈를 끌어 보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시위원회 설정을 넣어서 란쥬는 악역이 되었습니다. 나중에나마 반응이 나쁜 걸 알았는지 23장에선 해산시켰지만요.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됩니다. 시오리코도 처음 등장했을 때 세츠나의 라이벌 역할에 니지동을 반대하는 악역으로 나와서 지금도 일본 트위터에선 정규 캐릭으로 인정 못하겠다는 안티가 있는 마당에, 란쥬는 그보다 더 첫인상이 나빴으니 뭘 해도 삐딱하게 보입니다. 같이 나오는 미아와 비교해 봐도 미아는 인성질은 안 해서 란쥬보다는 낫고요.
그리고 언행을 보면 란쥬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떠받들어 주는 게 속으로 부담됐다는 걸 26장과 27장을 통해 보여주는데, 어쩌다 저렇게 허파에 바람이 들린 짓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27장까지 란쥬 시점에서 다룬 내용이 없지만 26장 후반을 보면 조만간 그 부분을 다룰 거 같은데, 어떻게 풀릴지는 기다려야겠죠.
첫댓글 뒤늦게 란쥬 세탁할려고 시도하는데 그러기엔 초반부에 했던 악행들 덕분에 바뀌긴 글렀죠 그리고 작가는 어영부영 부랑 동호회를 억지로 화해시키는데
이거도 웃긴게 그간 부가 벌인짓들을 생각하면 화해는 커녕 둘중하나는 사라져야 할 적대 관계나 다름없는상태인데 이걸 어영부영 넘길려고하는거나
지들이 벌인짓을 동호회애들한테 부탁하는거 보면 참....
두 집단이 불편한 동거를 하는 상황을 연출하려 했다면 니지동 자체가 일시 해산했던 시즌 1이 차라리 나았습니다. 란쥬가 해산 시점에서 부를 만들고 주인공이 니지동을 다시 만들었다면 잠시나마 공존하는 상황이 이상하진 않았을 거고, 정보를 서로 모르는 채로 각자 만들고 보니 스쿨 아이돌 모임이 둘이었던 건 뮤즈 때도 한 번 있던 일이니까요.
란쥬는 시즌 1때 페스티벌을 보고 늦게 데뷔한 후발주자란 설정이니 학교가 다르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니지동에서 쭉 활동하는 게 정상이죠. 미아도 그렇고요. 그런데 작가는 신캐릭 추가하는 김에 자극적인 소재로 이목을 끌어 보겠다며 무리수를 남발했으니 말씀하신 대로 이어지는 줄거리가 계속 꼬이는 게 당연합니다. 새로운 갈등 요소를 넣어보려던 것 같기도 한데, 그것도 넣기 나름입니다.
전 억지 감동보다 억지 갈등이 더 나쁘다고 봅니다. 세계관 안에서 반드시 그래야 할 당위가 없는데 억지로 감동을 넣는 건 테티스의 결혼식 날 황금사과를 두고 간 에리스보다 못한 행동입니다. 에리스는 불화의 여신이라 황금사과를 두고 가는 게 신화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거고, 서유기에서도 삼장 일행이 천축까지 갈 때 고생한 것도 불경을 그냥
얻으면 공덕이 덜 쌓인다는 이유여서 세계관 안에서는 당위성 있는 고행입니다. 하지만 스쿠스타는 어느 쪽도 아닙니다. 그냥 고생만 잔뜩 시키고 당위는 실종됐으며 남는 건 작가의 분탕이죠. 러브라이브는 기존 소재만으로도 갈등 요소가 부족하진 않고, 기책보다는 기본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이미 뮤즈 때 2기 6화에서 호노카를 통해 났는데 스쿠스타에서 작가는 계속 헛짓거리만 하니 갑갑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