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닦는 가을
小塵 신현복
세상에나
졸업앨범 속에 파묻혔나 싶던 내 이름이
간호사 입 속에 분실물처럼 보관되어 있습니다
한번 부르고 다시 확인 차 부릅니다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남편과 아빠로 그리고 아저씨로 불리는
호적에도 없는 내 이름,
햇살꾸러미가 대기실 안으로 길게 풀리며
기억을 헝클어 놓습니다
삐뚤빼뚤 처음 써본 내 이름이 그 순간에도 이렇게 빛났을까요
그때의 이름을 잘 간수하며 살겠습니다
늘 깨끗하게 준비해 놓겠습니다
여름이 머뭇거림 없이 부챗살로 접혀 들어간 이유를
알 것 만도 같습니다
허수아비가 고추잠자리 상모 돌리는 가을
내 이름을 닦을 수 있어
고맙습니다.
첫댓글 좋은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