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10년... 엇갈린 명암” (1)
1. 대안학교 무엇이 문제인가?
올해로 10여년 맡는 한국사회의 대안학교는 그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0년의 결코 짧지 않은 세월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는 자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가운데,
사회양극화 현상처럼 학교 간에 그 간극도 점차 확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귀족학교 등장, 학교장 비리, 열악한 재정자립 등에서 결코 곱지 않은 시선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대안학교로서 시행착오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따라서 이번 취재는 이러한 한국사회의 또 다른 교육지대, 대안학교를 찾아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리사회의 진정한 대안학교로서 제 모습은 어떤 것인지 취재를 통하여 들여다
보았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한해 평균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9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들이 가야 할 곳은 현재 전국 100여 곳의 대안학교가 전부인 상태이며,
이 가운데 정부가 특성화 학교로 인가한 대안 중·고교는 전국 26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대안학교는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그야말로 ‘종교’를 가르치는 학교가 설립되어
운영되는가 하면, 수 천 만원의 기부금을 납부해야 입학하는 귀족 대안학교가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면 등록금이나 학부모 후원금에 의존한 열악한 재정적 자립을 극복하지
못한 학교도 있다. 여기에 문제를 더하는 것은 최근에 벌어진 천안의 모 대안학교의 사례처럼
학교장의 비리와 파행운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주된 요인들이 있었다. 획일적이고 경쟁위주의 학습과정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학
생들이 자신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또 경쟁이 아닌
자율성이 강조됨으로서, 학생들은 자연스레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었다.
특히나 학습에 자율적인 참여를 통하여 경쟁이 아닌 자신의 특성화를 개성 있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며, 더 나아가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 생활환경과 다양한 체험학습 등이 무엇보다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안학교 아닌 귀족학교 등장... 수 천 만원 기부금 요구해”
하지만 여기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부담이 학부모와 그리고 학생들의 진로를 어렵게 만드는
것 또한 문제로서 지적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대안학교들은 일반학교에 비해 보다 많은 시
설과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높은 수업료나 기숙사 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
이다. 기부금과 입학금을 빼 놓고도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으로 월 50~150여만 원 씩 지급
한다는 것은 대안학교의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부모의 재정 능력도 우선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문제를 더하는 부분은 ‘기부금’ 명목으로 몇 백에서 수천단위까지 학교 측
에서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취재에 응했던 학부모들의 입을 통해서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었다.
이쯤이면 중산층들만을 위한 '대안학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염려스런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결국 이러한 대안교육를 통한 인재의 배출이 특정계층을 위한 교육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소수인원을 정원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재정적 어려
움을 더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현실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현재 대안학교 2년에 재학 중인 민수(가명)는 중1학 때 교육유예기간을 신청한
상태였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던 민수는 같은 또래와 어울릴 수 없는 자신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민수는 정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같은 또래 아이들
과는 나눌 수 없는 민수만의 고민들을 받아줄 학교와 친구들이 아니었다.
민수의 아버지는 경제적 능력은 넉넉하지 못하지만 검소한 생활을 바탕으로 그나마 대안학교
에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민수의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민수를 믿습니다.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는 민수의 이야기를 듣고 네가 결정하라고
말했죠. 그리고 녀석은 스스로 중학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지금의 대안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민수는 활기가 넘치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안학교를 입학시키기 위해서 여러 곳을 알아보았지만 수업료며,
기숙사비가 만만치가 않았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수아버지는 “경쟁률이 낮은 곳은 1.4:1부터 높은 곳은 8:1까지 된다는 것이 대안적이고,
열린 학교라고 들었던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습니다.”라며 대안학교가 그 첫출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귀족화 되어가는 것이 참 안타깝다는 말로 대안학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안학교는 보편적으로 소수정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업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 낼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는 모 학교 담당자의 말은 20평 남짓한 교실에 40~50명씩 콩나물
시루를 연상케 하는 일반 학교와는 대조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
들과 소수정원제의 특성화 대안학교와는 현격한 차별을 두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실정
들은 바로 특정계층을 겨냥한 새로운 개념의 '귀족학교'라는 곱지 않는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문제는 더 있었다. 제도교육의 입시경쟁에서의 탈피라는 명분은 사라지고 내신 성적을
주요 전형요소로 반영하고 있는 것도 '대안' 학교의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부분이라
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늬만 대안학교... 또 다른 입시교육 우려”
충남에 위치한 모 대안학교 선생님은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밝혔다.
“무늬만 대안학교다. 일반학교와 다를 바 없이 학교행정, 교과편성, 입시위주의 학습을
학교장이나 학부모가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부분도 있다. 이러한 학교의 현실은 교실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서 고등학교 2~3학년 만 된다면,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대학진학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이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한 학생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진학을
고민하고, 대학에 대한 상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들이 확산 되고 있다.” 라고 밝히
면서 대안학교가 또 다른 입시교육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다른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안학교의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아버지 직장을 따라 이민 생활을 4년 동안 한 중3 서희(가명)는 영어가 원어민처럼
유창했고, 공부도 상위권이라고 했다. 서희가 대안학교를 찾는 이유는 제도교육의 획일적인
교육구조와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에 문제를 느끼면서 부터라고 말했다.
“선생님들께서 수업 전에 수업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수업에 참여 해 주셨으
면 좋겠어요. 공부는 재미있게 해야 하잖아요.그런데 흥미성이 없어요. 재미있게 얼마든지
수업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서희학생의 말이다.)
서희학생은 휴학계를 내고 잠시 쉬면서 대안학교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재능이나, 독창성 등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영어전문 교육기관이나 학교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희학생은 얼마 전 대안학교 연수를 다녀왔다고 밝히면서 그 학교
에 대한생각들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궁전 같은 학교라는 생각에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기숙사 들어섰는데 제가 처음 느낀 것은 마치 죄수의 방 그게 떠오르더군요. 밖의
시설은 그럴 싸 했지만 안에는 형편없다는 것에 얼마나 실망했는데요.”
“대안학교에서 종교학교로 탈바꿈”
서희학생은 그 학교의 광고, 호텔식 기숙사라는 문구와는 너무도 대조적 이었다고 밝히고,
납골당까지 이 학교 옆에 있다고 했었다 “학교가 일방적인 종교이념을 중점 교육하다보니 시도
때도 없이 기도를 하게하고, 저희들에게 생뚱맞는 생(生)과 사(死)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또 어른들을 위한 공경을 가르친다며, 독거노인을 모시는 복지시설도 함께 있었지만,
정작 할머니 할아버지는 한 분도 만날 수 없었죠."
서희학생은 또 “여기 선발기준이 까다로워요. 소위 '문제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들은
탈락이죠. 제가 보기엔 참 착한 아이들 같던데....” 서희학생은 이 학교를 선택하지 않았다.
학교생활에서 보여준 것처럼 연수기간 동안 좋은 평균을 받아 입학자격이 되었지만,
결정적으로 지나친 종교이념의 교육이 싫었고 겉보기와는 달리 내실이 없어 보였던 것이
이유라고 밝혔다.
서희학생 엄마인 박 모(45)씨는 또 다른 대안학교를 알아 보았다. 기부금을 나중에 돌려주는
조건이기는 했지만 인가가 나지 않은 상태인지라 그 기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
며, 현재 재학 중인 아이의 엄마도 염려스런 말을 조심스레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 모 씨는 우리나라의 틀에 박힌 교육을 안타까워하며 아이가 자유로움 속에서 자기
재능을 발휘하고 전문성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며 비전이 제시된 교육
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져 자기 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들과 다르게 대안학교를 무색케 하는 비리로 물의를 빚고, 재정적 어려움까지 호
소하는 학교도 있었다. 여기에는 대안학교의 또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아직 대안학교가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비리, 족벌경영... 재정적 어려움도 더하다.”
최근 천안에 있는 모 대안학교는 학교장의 비리로 인하여 학교장이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이
로 인한 학교운영은 파행을 불러왔고, 학보모와 교사 등이 학교의 행정과 운영을 일정부분 감
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또 현재까지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무성의
로 관철되지 않은 가운데, 충남 교육청 앞에서 장기간의 농성과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김 모 교사는 전화통화 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지적했다.
“그동안 저희학교는 투명한 학사행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족벌경영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학교라는 점에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라고 한탄했다.
김 교사는 이어서 “저는 나름대로 대안학교에 대한 전망과 우리 교육현실에 비추어, 진정한
대안학교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꿈을 키워왔지만, 학교장의 비리와 온갖 반인권적인
요소들로 그 꿈을 접어야 하나라는 고민 속에서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 그동안
고통을 털어 놓았다.
또 그는 “교육당국에 저희들이 요구한 재정적 지원도 현실적이고 안정적으로 집행이 되어야
만 투명하고 안정적인 학교운영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 라고 말하
면서 교육당국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전국의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사들은 열악한 재정적 환경 속에서 근무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심지어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 근무하고 있는 교
사들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들이 키워온 대안교육에 대한 철학과 신념 하나
로 자신의 희생 속에서 묵묵히 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기도 했다.
따라서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와 실질적인 재정지원, 학사행정의 관리수반 등을 호소하
고 있지만, 정작 교육당국이 이에 대한 형식적이고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
의 심각성을 더하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대안학교 사회양극화 현상처럼 골의 깊
이를 더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교육당국의 새로운 인식전환의 요구와 관리감독이 함께 마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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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10년... 엇갈린 명암” (1)-신문기사발췌
반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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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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