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색깔은 계절의 시작과 끝을 말해주곤 합니다. 가을빛은 어떤가요? 울긋불긋한 단풍잎과 은행잎이 떠오르기도 하고, 해가 짧아져 땅거미 지는 검붉은 하늘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여기, 가을을 채우는 몽환적인 분홍빛이 있습니다. 핑크뮬리의 다정하고 아늑한 분홍빛으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스팟들을 소개합니다.
핑크 핑크한 햇살이 머무는 곳, 양주 나리공원
양주 나리공원은 산책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구획마다 각기 다른 꽃들이 심겨 있습니다. 제일 먼저 공원 입구에서는 저마다 화려한 색깔을 뽐내는 천일홍이 사람들을 반깁니다. 공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바람결에 따라 이파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핑크뮬리가 나타납니다. 핑크뮬리는 벼목 벼과에 속하는 식물로 여름에는 푸른 빛을 띠지만 가을에는 분홍빛에서 자줏빛을 띠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요. 풍성한 숱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가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핑크뮬리 가운데 서 있자니 어쩐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핑크뮬리 때문에 워낙 많은 사람이 찾다 보니, 공원 주차장은 금세 붐비곤 합니다. 복잡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양주역 2번 출구 건너편에서 80번 시내버스를 타고 ‘해동마을’에서 하차하면 공원에 금세 도착할 수 있답니다. 가을을 말하는 다양한 색깔 중, 올해는 핑크뮬리의 설레는 분홍빛과 함께해 보는 건 어떨까요?
INFO.
위치 | 경기도 양주시 광사로
천년고도에 일렁이는 분홍 물결, 경주 첨성대
경주를 향하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 첨성대는 선덕여왕 재위 당시에 만들어진 동양 최초의 천문 관측대입니다.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첨성대 앞에서 추억의 사진을 남기죠. 첨성대 근처에는 코스모스와 함께 잗다란 풀꽃들이 편안하게 피어있습니다. 경주의 정적이고 조용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첨성대 주변에는 역시나 붉은 빛이 공간을 수놓고 있습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화려하게 개화한 핑크뮬리가 모여있기 때문인데요. 분홍색 억새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비집고 들어오니, 어쩐지 분위기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촬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열과 성을 다해 특별한 기억을 사진으로 저장합니다. 잡지 화보처럼 멋져 보이는 인생샷을 건지는 건 첨성대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이죠. 핑크뮬리 하나만으로 색다른 경주를 맞이해 보는 것도 충분히 근사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INFO.
위치 | 경북 경주시 인왕동
핑크뮬리 따라 거니는 꽃길, 함평 주포한옥마을
주포한옥마을 일대는 전남에서 핑크뮬리를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함평군에서도 아름다운 서해의 풍광을 담은 돌머리 해수욕장 인근에 조성된 한옥마을이죠. 이곳은 가을이면 국화를 비롯한 100여 종의 꽃들로 억새밸리존을 꾸리는데요. 그중에서도 꽃밭을 가로지르며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핑크뮬리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몽환적인 산책로를 펼쳐놓습니다. 무엇보다 주포한옥마을에서 내려다보는 석양 진 돌머리해수욕장은 핑크뮬리의 색을 닮아 멋스러운 가을 정취를 한껏 자아냅니다.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일렁이는 파도를 감상하고, 바람에 일렁이는 핑크뮬리를 따라 꽃으로 가득한 정원을 산책하는 곳. 아름다운 함평의 주포한옥마을에서 잠깐의 산책으로 진정한 소확행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핑크뮬리가 주는 위안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답니다.
INFO.
위치 | 전남 함평군 함평읍
해 질 녘 금강의 분위기, 금강로하스 산호빛공원
핑크뮬리는 꽃이 아주 작아서, 멀리서 보면 엷은 날개를 가진 안개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바람이 불면 키가 큰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모습 같기도 하죠. 대전 신탄진에 위치한 ‘금강로하스 산호빛공원’의 핑크뮬리는 해 질 녘에 더더욱 아름다움을 발휘합니다. 노을이 가라앉아 모든 거리가 노란빛으로 보일 즈음, 볕을 반사하는 핑크뮬리가 인상적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오후 네 시 즈음부터 모든 게 저녁 풍경에 녹아들고 말죠. 게다가 금강의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는 가을의 잔잔한 흐름을 느끼기도 좋은데요.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를 틀어서 조용히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구름처럼 풍성한 핑크뮬리 사이에서 해사한 미소를 띤 사람들은 저마다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나갑니다. 핑크뮬리를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촬영하는 부모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친구들과 연인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기쁨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빨리 가을이 가버리기 전에 금강을 낀 핑크뮬리들 사이에서 가을을 마음껏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INFO.
위치 | 대전시 대덕구 석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