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대책위, 주님수난성지주일에 명동성당서 시위 벌여 2017-04-10 최진 xlogos21@catholicpress.kr
▲ 9일 명동성당에서 희망원 대책위 활동가 15명이 희망원 사태와 관련한 기습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 최진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명동성당에서 희망원 사태와 관련한 기습 침묵시위가 일어났다. 성당 관리인들이 시위를 막자, 신자들이 나서서 관리자들을 저지하며 활동가들의 침묵시위를 보호했다.
희망원 대책위 활동가 15명은 9일 정오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기습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이날은 천주교에서 가장 중요한 전례 기간인 성 주간의 시작, ‘주님 수난 성지주일’이었다. 활동가들은 희망원 사태의 주체인 천주교가 책임지고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과 현수막 등을 들고 침묵시위에 나섰다.
이에 명동성당 관리인 10여 명이 나서서 “예식 중이다. 끝나고 해라”, “교구청 앞으로 가서 해라”며 이들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팻말이 부서지기도 했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상황이 과열되자, 성당 측은 ‘사유지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며 취재를 막았다. 입성 기념 행렬을 하던 많은 신자들이 이 광경을 봤다.
‘왜 성당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하소연을 몰아내려고 하느냐. 나는 신자로서 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으니, 쫓지 마라’
신자들은 활동가들이 들고 있던 문구를 보며, “왜 아직도 저 문제가 해결이 안 됐나”, “교회에서 저런 문제를 그냥 넘어갈 리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신자들은 “저런 시위는 봐줘서도 안 된다”라며 팻말을 읽고 있는 지인을 말리기도 했다.
▲ 기습시위를 보는 신자들은 “왜 아직도 저 문제가 해결이 안 됐나”, “저런 시위는 봐줘서도 안 된다”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 최진
성당 관계자들이 대책위의 시위를 몰아내려 하자, 이를 보다 못한 신자들이 성당 관리인들을 말리고 나섰다. 신자들은 ‘왜 성당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하소연을 몰아내려고 하느냐. 나는 신자로서 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으니, 쫓지 마라’고 관리자들을 저지했다.
이날 성당 관계자들을 막아섰던 서유리아 씨는 “<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희망원 사태를 보면서 ‘교회가 저런 일을 할 수도 있구나’하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며 “언론에서 그 후론 잠잠 하길래, 교회가 너무 큰 잘못을 해서 빨리 이것을 고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분들 이야기를 들으니 하나도 뉘우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씨는 “대구교구든 서울이든 간에 다 같은 가톨릭인데, 진실을 밝히자는 말을 교구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소리”라며 “이분들은 교회가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사한 분들이다. 그런데 교회가 이분들을 몰아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 그 뜻을 제대로 새기고 기리자
신자 김희순 씨는 “나는 춘천교구에서 매달 사회복지회랑 교정사목위원회에 돈을 내고 있는데, 교회가 사회복지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라며 “외롭고 힘들게 이것을 알려주려고 온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내쫓는 경우가 어디 있나”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명동성당 상황을 보면서 교회가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들이 교회의 잘못을 정확히 알아야 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으므로 교회가 자신의 잘못을 무조건적으로 감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희망원 대책위 활동가들은 ‘서울하느님 대구하느님 다르다니!’등의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다. ⓒ 최진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지 가지를 들고 예수님을 환영했던 군중들이 나중에는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역사를 기억하면서 신앙인들이 하느님을 배신하지 말자는 것을 다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희망원 문제나 오늘 교회가 이 사람들에게 하는 짓들이 바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는 배신의 행위다”라고 일갈했다.
활동가들은 미사 후 염수정 추기경을 만나 면담요청을 할 예정이었지만, 만나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구교구와 명동성당이 항상 시위를 막으면서 희망원 사태를 외면해왔는데, 오늘은 신자분들이 이렇게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된다”며 “교회 지도부가 신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참했으면 좋겠고, 천주교에서 활동하는 여러 뜻 있는 단체에서도 희망원 문제를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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