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워...“
새벽에 텅빈 객잔에 앉아 주모와 둘이 소주병을 기울였어.
“아직도 비울 마음이... 남아있나...”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주정꾼들과 외상술 시비를 벌이다 보니 속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야. 곳곳에서 장사가 안된다는 아우성만 들리니 객주 마음이 천근같이 무겁네.
요즘은 재래시장들도 일치감치 문을 닫아버리더군.
아무리 세밑이라 하더라도 손님이 너무 없다는 거야.
슬금슬금 올리던 주점 안주류도 표나게 올라버렸어.
고깃집들은 더 죽을맛이지. 손님눈치 옆집눈치 보느라 값은 올리지 못하고...
가게세만 제자리고 안 오른게 없어.
기름값이 너무 비싸 난방을 전기로 대체했더니 전기세도 오르네.
이명박 정부의 국정지표는 '선진 일류국가'였어.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내세웠지.
섬기는 정부, 활기찬 시장경제, 능동적 복지, 인재 대국, 성숙한 세계국가....
참 멋드러진 말들이야.
그때 청와대는 '능동적 복지'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지.
“활력이 넘치는 경제로 사회적 낙오자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3년이 지났어.
섬기는 정부는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갔는지 고집불통에 일방통행 정부만 남았더군.
활기찬 시장경제는 여기 재래시장처럼 진작에 다 죽었어.
작년엔 배추값이 기름값은 왜이리 오르는 거야?
3년전 금융위기때 배럴당 140달러가 넘을때도 이정도는 아니었지.
지금은 배럴당 80달러고 환율도 그때보다 낮은데 웬놈의 기름값은 2000원에 육박하냐고..
기름값이 수상하다고 하면서도 유가 담합은 눈감아주고 있다는 거지.
전기, 수도, 가스비도 올랐어.
오를수밖에 없는 구조야.
4대강에 질러대는 바람에 공기업은 빛덩어리를 안게 되었지.
이정권이 들어서며 가스, 철도, 전력,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두배이상 늘어났어.
어떤 통계를 보니 500조가 넘더군.
이자도 못내는 공기업이 돈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요금 올리기야.
입춘이 지났건만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점점 추워지고 있어.
불쌍한건 영세 자영업자들이야.
좁은땅에 한정된 인구에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인력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었지.
2006년 통계청조사에서 자영업자수는 776만7000명..
전체 취업자의 33.6%, OECD 회원국 중 최고수치야.
장사꾼 공화국을 만들었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통계청이 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체감경기’를 조사해봤더니
10년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더군. 아마 지금은 그 최저 기록마져 갱신했을걸.
통계청이 산업활동 동향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이 데이터는 과히 경악 그자체야.
70년대 이후 최악의 지표들이 속속 나타났었지.
기본적으로 이정부의 정책이란게 일관성이 없고 앞뒤가 안맞다는 거야.
은행에는 재정 건전성을 주문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늘리라고 하지.
공기업은 인원 줄이고 구조조정하라고 족치면서, 민간기업은 채용을 독려하는 식이야.
청년실업문제를 얘기할때는 채용을 늘리라하고, 노년실업 얘기할때는 정리해고를 신중
히 하라고 다그치는 거지.
대통령부터 앞뒤가 안맞는 얘기를 수시로 하니 그 장단에 맞춰 춤춰야하는 관련부처들
이야 말해 무엇하리. 언발에 오줌누는 정책을 한두번 겪었나.
근본적인 대책을 치밀하게 세워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게 아니라 꼭 두더지 게임하듯이
문제가 튀어나오면 그놈만 두드려 패는식이야.
2007년과 2010년. 딱 5년전과 비교한 통계 지표좀 볼까?
청년실업율은 7.5%에서 10%로 껑충..
실업자수는 7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늘어났지.
채권 부도율도 세배나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은 11위에서 19위로 하락했어.
IT경쟁력은 3위에서 16위로 무한 곤두박질.
언론자유지수는 31위에서 69위.
4대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환경성적표는 51위에서 94위.
그사이 국가채무 나라빚은 +3.6조에서 무려 -51조. 아직 진행중이야.
5년만에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있나.
뭐 이런 지표는 우리같은 민초들이 직접 체감할수 없으니 그냥 쪽팔리는 숫자라
치더라도 민생고와 관련된 물가는 서민 생활에 치명적이야.
당장 고기값에 채소값에 우유값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알수가 없어.
전기, 가스비까지 올라버리면 서민들은 피난갈데도 없어.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너도 나도 장사가 안되면 시장은 파리만 날리게 되지.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났어.
참 답답한 시절이야.
“마음 비워...“
“아직도 비울 마음이... 남아있나...”
객주와 주모의 푸념이 어찌 우리 둘만의 푸념이겠나.
[한천객주]
첫댓글 참으로 답답 하기만 합니다.
저는 마음을 다 비운거 같은데...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