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날 회사에서 회의가 있었다.(참고루 나는 미국회사에 다닌다)
미제 불매운동땜에 타격이 있으니, 방법을 강구하자는 브레인 스토밍.
강경불매자를 찾아 고소하자는 의견부터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으나,
그런 방법은 쓸 수 없다. 고소나 그런게 생기면 언론에 완전히
회사가 드러나게 되고, 우리 물건에 대한 전국적 불매와 함께
한국서 보따리를 쌀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인터넷 게시판 알바를 쓰기로 결정됬다. 알바를 사서
절대 국민 감정을 많이 건드리지 않는선에서 그럴듯한 논리로
미제 불마를 막을 글들을 만들어 주어서 올리도록.
또 우리 회사는 무조건 미제가 아니라고 계속 올리는 알바도
몇명 쓰기로 했다. 우리는 미국회사고 본사도 미국에 있지만,
외국 지사들 중 어느 한 회사가 우리 본사라고 우기는 글을
계속 쓰면, 복잡하게 얽힌 본사와 지사를 한국인이 알게 뭔가?
물론 알바가 글을 쓸순 없다. 걔네가 뭘안다고 글을쓰나?
일은 관리부가 맡기로 하고 마케팅부에서 한명이 돕기로 했다.
그 후 나는 여기저기 게시판에서 알바생들 글을 많이 보았다.
아마 알바생 고용한 회사가 한둘이 아니었나 보다.
그들의 논리를 듣다보면 그럴듯 하지만, 미국 교포로 경제를
배우고 미국회사서 10여년 일하고 있는 나로선 우습기 짝이없다.
누가 쓴걸 봤다. 맥도날드 불매는 외국상품이란 이유밖에 없다구.
한국이 모든 외국상품을 불매하자고 하면 그렇겠지만, 단지 미국의
상품만을 불매하는 것인데 외국상품이라 억울하다 할 수는 없다.
불매운동은 해당기업이 소비자한테 정당하지못한 방법으로 이윤을남겼을
때만 하는거라구? 그런 이상한 세계화 논리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건 단지 경제의 논리일 뿐, 전세계적으로 어떤 국가가 부도덕한 작태를
일삼을 때 그 국가의 물건을 불매하는 것은 이미 전세계적 추세다.
세계 무역회의 등이 열릴때면 전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학생들이
그 도시에 가서 미국 제품 불매운동과 시위를 하는것이 세계화에
역행하는 나쁜짓인가? 그 학생들이 모두 시간이 넘쳐서 그런다고
보는가?
그들은 말도 안되는 알바생과 비슷한 세계화 논리를 주장하는
미국의 국수적 세계주의를 경계하자고 그러는 거다.
우리가 불매운동 한다고 해서 미국 본사가 받을 손해는 없다는
이상한 글도 읽었다.
우리가 미국에게 얼마나 큰 교역국인가를 정말 모르는가?
미국본사가 받을 손해가 없다면 알바생들이 그렇게 난리치지도
않을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도 불매리스트에 끼어 뒤숭숭한데..
한국같은 큰 시장의 불매가 지속적으로 계속될 경우, 미국의
본사는 자국의 생산라인부터 즉시 감소에 들어간다. 우리처럼
끌고 그러는거 없이 몇백씩 몇천씩 필요없는 만큼 계속 짜른다.
그것이 미국 경제에 쌓여 큰 타격이 되는 것니다.
그렇지 않다고? 일본이 암팡지게 불매운동 할 때, 미국기업이
정부에 울고 짜고 일본국민을 달래라구 로비했다. 큰 피해가
없다면 왜 그랬겠는가?
우리는 일본보다 경제가 작다고? 경제는 작을지 모르나, 우리는
미국경제의 지배를 더 많이 받아서 일본보다 더 많이 사는
품목도 많다. 예를 들면 버거킹 하나만 보자. 일본에 버거킹이
한국만큼 많은가? 절대 아니다. 미국 외에 버거킹이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과 한국이다.
불매하면 미국회사에 고용된 사람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구?
나역시 미국회사 몇몇 곳에서 일했지만, 우리같이 외국인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이삼년에 한번씩 더 좋은 연봉을 찾아서 옮긴다.
나는 주5일 근무에 익숙해져서 한국회사론 못옮길것 같지만,
외국회사가 미국회사 뿐인건 아니니 상관없다. 그러니 우리
걱정되서 못한다 하지말구 기냥 불매해라.
어떤이는 주한미군에게 나가는 돈과 무기구입비는 아깝다고 하면서도
불매는 할필요 없다고 하니, 이런 이상한 논리가 어디있는가?
그런 사람은 미국회사에 다니면서 거기서 말뚝박으려는, 솔직히
능력없는 족속이 분명하다. 미국이 밉다가도 자신의 이익과
연관되면, 가슴이 덜컥하구 화가 나는 사람들.
유럽이니 일본 출장 많이 다녀봐도, 한국만큼 미국 햄버거집,
운동복점이 많은 곳은 없다. 이 세상에 희생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그런 경제적 속국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같이
미국회사 다니는 사람도 불매에 동참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워져
다른데로 옮기더라도..
알바생들은 한국인으로서 돈몇푼에 그런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돈을 받고 올리는 척 보고만 하고, 올리지 마십시오.
통신: 미국식 디지털 전송방식(오직 미국과 캐나다만이 유일하게 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전역이 유럽식인데, 미국식을 쓰려는
정통부는 미국에서 월급받나?
여행: 미국은 볼 거 진짜없다. 시멘트 상점들에 빌딩들.. 다 울나라에
있는거 뿐이다. 부모님 효도 여행은 유럽, 아시아, 호주, 뉴질랜드로!!!
영어교재: English 는 말그대로 영국말이다. 미국교재 쓰지말자.
영어 교재는 옥스포드나 캐임브리지서 나온 영국교재가 세계매출 1위!
제가 외항선을 탈 때의 일입니다. 자동차 운반 전용선을 탈 때 한번은 미국 타코마에서 차를 싣고 일본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본근해에 다들어와서 도선사 (뱃길을 안내하는 사람) 를 실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어느 나라든 그 항구에 익숙한 도선사가 승선하게끔 정해져 있습니다.
점심을 같이 맛있게 먹고 나서 후식으로 미국에서 싣고 온 오렌지가 있어서 그걸 내놨지요. 모두들 잘 까먹고 있는데 딱 한 사람은 절대로 입에 대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일본인 도선사였습니다. 그는 선장과 마주 앉아 있었고 선장이 손수 까주면서 권유를 해도 극구 사양을 했습니다. 저도 사관이라 (직책은 2등 기관사) 그 광경을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입맛이 좀 까다로운 놈인가 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일본에 들어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일본 내에서 한참 미국제품 불매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 도선사가 그까짓 오렌지 하나라도 입에 대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무척 놀라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자기네 나라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서도 그는 그 운동에 적극 참여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닙니까. 일본이 경제적으로 큰 나라가 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바로 개인개인 한 사람의 힘에서 나온 것이라는 깨달음이 저의 꼭뒤를 치고 달아났지요.
지금 우리가 미제불매를 외치는 것은 단지 두 여중생 때문이 아닙니다. 부시가 깔고 앉아 있는 소파를 개정하자고 그러는 것만도 아닌 것 입니다. 그저 돈이 많다고 전 세계를 주무르려는 미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죠. 노랫가사에 꼬부랑 단어가 들어가야만 하는 작금의 우리 문화를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난 50년간 짓밟혀 온 자존심을 이제는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미제가 최고라는 그런 논리로 자주성이 없는 교육을 해 온 우리의 지나간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은 안된다는 것이지요. 햄버거나 콜라 따위에 된장 냄새가 싫다는 사람은 이빨을 몽땅 뽑아 버리고 미제물건을 빨러 미국으로 이민 가시길 바랍니다.
아! 언제쯤이나 이 땅에 우리의 자주성이 바로 설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