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로 신문배달을 한 적이 있어요. 새벽이면 신문 600부를 자전거에 싣고 다녔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두번 늦었더니 가차없이 자르더군요. 꼭 이틀 모자르는 두달 만이죠."
가수 김현정(24)은 호기심과 욕심 덩어리다. 목표가 정해지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기관차처럼 달려들 정도로 추진력도 강하다. 신문배달뿐 아니라 피자가게와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고,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 보겠다고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신나게 달리기도 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 손을 잡고 서예공부를 하러 다녔다.
그는 얼마전까지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다. "국회의원?" 하고 눈이 동그래진 나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댄다.
"웃기죠? 한데 정말이에요. 국회의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그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충격이 컸다.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지금은 만화극작가로 바뀌었다. 만화잡지 는 그의 데뷔작 를 1월호부터 싣는다. 빌보드차트 가요순위에 자기 노래를 올려놓으려는 노력도 만만치 않지만, 한국에서 제일 큰 나이트클럽을 만들어 사장이 되고픈 욕심이 더 크다.
"나이트클럽은 꼭 만들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처럼 나이드신 분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홀도 따로 만들고 싶어요."
그거 참 고마운 일이다. 말만 들어도 절로 엔도르핀이 나오는 듯하다.
김현정은 요즘 '찜닭'에 심취해 있다.
"아주 맛있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닭요리가 어디 또 있을까요. 찜닭집이나 한번 해볼까?"
입맛을 다셔가며 찜닭 이야기를 10분도 더했다. 먹고 싶은 게 많으면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법. 가수만 해도 그렇다. 어느날 가수들이 TV에 나와 노래부르는 것을 보고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얼마 뒤 가수로 데뷔했다.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거절했어요. 인기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영화에 출연하기는 싫거든요.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연기력을 쌓은 다음에 나가고 싶어요."
그는 또박또박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참 잘한다. 라디오 DJ를 할 때다. "언니, 어른스럽게 말을 잘하는 것을 보니 분명 나이를 속이는 것 같아"라는 항의성(?) 편지가 잇따라 날아들었다.
"DJ를 하면서 많은 것을 공부했어요. 신문이란 신문은 다 읽고,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눴죠. 평소에도 독서를 좋아한 터라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죠. 집에 2,000권 정도의 책이 있는데, 거의 다 밑줄을 쳐 놓았어요. 나중에 언제고 써먹으려고요."
2년 전 할머니가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자신의 두번째 CD를 관 속에 넣어드렸다. CD를 귀옆에 놓았다가 너무 시끄러워하실 것 같아 발 밑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요즘 꿈에 자꾸만 보여요. 배가 고프시다고 하는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요."
김현정은 인터뷰 도중에 배가 고프다며 계속 샌드위치를 먹었다.
"저는 뭐든지 잘 먹어요. 할머니 닮아서 그런가?"
그는 최근 '가수의 날'을 맞아 '가수들이 뽑은 가수'로 선정됐다. 아무리 바빠도 연예계 경조사를 꼭 챙기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선ㆍ후배와 동료 가수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모양이다.
노래만 시원스럽게 부르는 게 아니라 성격도 화통하다.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한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 나는 20대 청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