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추석 연휴인 10월 2일 오후 서울의 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배달하는 배달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라이더가 배달 운전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법을 통해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3권은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공정한 계약, 산재보험, 공제조합 등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플랫폼 노동을 하는 당사자들은 의문이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인 배달 라이더들은 지난해 잇달아 노조를 설립했다. 법원도, 사측도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2019년 10월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요기요 플러스 배달 기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판정을 받았고,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 라이더들은 사측과 노사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플랫폼 노동자인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2020년 7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20년 12월에는 중노위에서 대리운전 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정도 받았다.
하나둘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묻는다.
‘우리도 노조법이 아닌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대상인가요?’
그런데, 정부의 대답은 좀 애매하다.
“유리한 법으로 보호받게 됩니다.”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기간제법이 기간제 노동자를 양산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이 오히려 플랫폼 노동자라는 제3의 신분을 만들어 낼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법안은 이런 노동자의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 시도된 AB5 법은 플랫폼 운영자가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자 아님을 증명하는 3단계에 걸친 테스트 규정을 두었다. 이 법은 결국 우버 등 플랫폼 기업의 로비로 폐지되긴 했지만, 플랫폼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예시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19년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을 발표해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노무 제공자들에게 단체협약을 포함한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안이 노동 관계법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지적은 차치하더라도 정부의 법안에 노동조합에서 요구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오분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179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 연구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은 절반 이상이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 운송 관련 종사자들이며, 대부분이 주업으로 일하고, 종속성도 커서 노동자성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조치가 아니라 노동자로의 인정이다.
물론 정부가 이야기하듯 현실에서는 노동자로 구분하기 힘든 형태의 플랫폼 노동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기본적인 보호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하향 평준화하는 방식의 보호법을 만드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법안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반대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우려에 대한 조치도 없이 법안이 발의되었다. 늘 그렇듯이 노동계의 의견은 무시하고 정부만 믿으라는 식으로 법안을 추진하는 노동부를 보면 노동조합은 조직된 노동자만을 대표하고, 노동부는 전체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