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170 --- 고주망태 되어 실수를 거듭한다
술은 눈치껏 꾹꾹 눌러 가득 따라 준다. 하지만 안주는 좀처럼 집어주거나 들라고 권하지 않는다. 술은 곧잘 권하면서 안주는 말이 없다.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안주를 먹어야 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안주를 먹는다고 반듯이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인지 좀은 아리송해 갸웃거려진다. 술은 술이고 안주는 안주다. 이제 술을 건배하듯 안주를 더 권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술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안주 먹으러 가는 것처럼 혼란스러워 미리 정리라도 하는 것일까. 어쨌든 차려진 상이고 보면 술이든 안주든 음식은 맛있게 먹는 게 예의고 당연하다. 음식을 앞에 놓고서 투덜거릴 일은 아니다. 술꾼이 굳이 맛집을 찾는 것은 좋은 술보다 좋은 안주에 좋은 분위기를 찾는 것이다. 좋은 술집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술은 조금 덜 마시더라도 안주는 안주대로 맛난 것을 많이 들었으면 한다. 물론 맛있다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좋지 않고 값이 부담스럽다. 특히 술은 자신이 이기고 견딜 만큼 마셔야 한다, 기분 좋을 만큼만 마시는 것이 좋다. 견뎌낼 힘이 없으면서 마구 마시면 결국은 추한 꼴이 된다. 마시고 괴로워하거나 비틀비틀 안하무인이 될 정도면 함께한 사람도 고개를 내젓게 되어 개떡 같은 모습에 개망신당한다. 술에 질정도면 그쯤에서 그만 마시고 멈추는 것이 맞다. 하기야 가누지 못할 정도면 이미 억제할 능력을 잃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흰소리에 한 잔만 더 부르짖다가 고주망태가 되어 실수를 거듭하게 된다. 아무도 어쩔 수 없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한계에서 벗어나면 못 이겨 이성을 잃게 된다.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면서 술맛이 싹 가시게 한다. 횡설수설 주위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밖에 없다. 한 잔 술이라도 남게 되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다가 이미 기분 좋게 마신 술까지 엉망이 된다. 말로는 그만 마신다고 곧잘 하면서 금세 까마득히 잊은 사람처럼 술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다짐해본들 번번이 후회만 쌓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