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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니아는 왜 특별할까? 건설회사 관계자들과 트럭 운전사들은 연비와 운전석의 승차감, 그리고 편의시설과 안전성 면에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스카니아가 월등하다고 평가한다.
스카니아가 프리미엄 트럭 브랜드로 자리잡은 이유는 연구 개발 분야에 대한 집중과 세 가지 핵심 가치에 기반한 품질관리, 그리고 흔들지 않는 비전에 있다고 한다. 스카니아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 개발에 집중해왔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승용차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하지 않고 상용차 부분과 이와 기술적으로 연관된 엔진 개발과 생산에 매진한 것이다. 스카니아의 경쟁력에 큰 역할을 한 3가지 핵심 가치는 '고객 먼저, 직원 개인에 대한 존중, 좋은 품질'이다. 고객을 위한 철저한 사후 관리 서비스와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신뢰하는 문화, 그리고 좋은 품질에 대한 원칙을 고수하는 스카니아의 핵심 가치는 그들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수립된 스카니아의 비전은 무엇일까? 바로 ‘고객, 직원, 주주 및 소속 지역 사회에 지속적인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해당 사업 분야의 일류 기업이 되는 것’이다. 스카니아는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익성 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스카니아도 경제 위기 한파를 경험하다
최근 스카니아는 유럽 생산 공장의 인력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경제 위기 때 반토막 난 트럭과 버스 등의 수요가 다시 늘어난 것이 그 이유다. 생산 인력 증원 소식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스카니아의 올 하반기 실적에 대한 스웨덴 금융계의 기대는 이미 높았다. 현재 스카니아가 남미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고 비용 절감 정책도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상용차의 제조와 판매를 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 동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 스카니아가 현재와 같은 경제 회복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1년 전, 경제 위기 때 스카니아의 사정은 어땠을까? 경제위기의 한파는 마침내 북유럽까지 미쳤고 남미와 개발 도상국의 건설 경기가 크게 위축되며 상용차 수요도 크게 줄었다. 유럽의 노동법과 스웨덴의 사민주의 전통을 떠올려 볼 때, 스카니아가 지난 경제 위기 때 감당해야 했던 고통은 아주 클 '뻔' 했다. 강성 노조와 까다로운 해고절차로 인해 스카니아는 감원 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원 때문에 겪어야 할 진통은 대우차 사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비슷한 기간 또 다른 스웨덴 기업인 볼보(Volvo)는 트럭분야를 포함해 전 사업분야에서 2만 명 감원을 발표했었다. 사브(Saab)과 에릭슨(Ericsson)등 다른 스웨덴 대표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스웨덴 제조업계들의 감원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을 때 스카니아는 어떻게 했을까? 스카니아는 이들과는 다른 해결책을 발표했다.
장수 비결1. 위기 때 더욱 빛을 발한 노사관계
스카니아의 최고 경영자 레이프 오스트링(Leif Östling)은 작년 이 맘 때 “자신이 현재 맞은 위기 상황은 언제나 가장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말을 했다. 이는 지난 경제 위기가 스카니아에게도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는 스카니아가 사브(SAAB)에서 분리되어 독립 산업체가 된 1994년부터 스카니아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직을 맡았다. 위기상황이던 지난해 5월, 그는 스웨덴 금속 노조와 사무직 노조와의 협상에서 노동시간을 주5일에서 주4일로 단축하는 대신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안에 동의를 이끌 냈다. 그가 강성 노조를 어떻게 설득시켰을까? 그는 임금 삭감 대상자 명단에 최고 경영자 본인도 포함시켰다.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자세에 노조측에도 긍정적인 자세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오스트링의 협상 상대방이었던 스웨덴 산업 금속 노조 회장인 스테판 러프벤 (Stefen Löfven)은 "회사는 직원이 필요하고 노조는 회사가 필요합니다.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노조의 관심사이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또 러프벤은 회사가 직원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회사의 미래를 밝게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최고 경영자 오스트링 또한 직원 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비용절감 방법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오스트링은 무분별한 인력감축으로 숙련된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의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고 경영자뿐 아니라 모든 경영진이 인재중심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4일제 도입과 이에 따른 전 직원 임금 삭감이라는 고통 분담에 모두 협의했던 것이다.
장수 비결 2. ‘추가 근무 실적 예금제’를 통한 생산성 혁신
스카니아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평가받는 비용 절감의 노력은 어떨까? 이들의 비용 절감 노력은 크게 두 가지, 노동시간 유연화와 린 생산방식(Lean Manufacturing System)이다. 린 생산방식은 도요타가 창안한 방법으로 숙련된 생산라인 노동자들을 자동화된 기계에 배치해 적정량을 생산해내는 방식을 말한다. 린 생산방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의 유연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주문량에 따라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면서 생산에 필요한 인건비를 함께 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카니아는 고도의 맞춤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숙련된 노동자들의 역할이 생산과정에서 중요하다.
그렇다면 스카니아는 주문량 충족과 인건비 절감을 어떻게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스카니아의 유연한 노동시간 제도(Scania Flexible Working Hours: SFA)에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회사는 주문량이 많을 때 직원에게 추가 근무를 배정할 수 있다. 추가 근무 실적은 기록에 남게 되며 그 성과에 따라 은행에 있는 예금처럼 이자도 붙는다. 한편, 경기가 나빠져 주문량이 줄어들 때는 직원들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대신, 그 동안의 추가 근무실적에 의거해 임금을 받게 된다. 어떤 노동자들은 170~180시간의 추가근무 실적을 적립해 놓았다고 한다. 해고와 재고용이라는 극단적인 인사 결정을 내리기 보다 이와 같은 유연한 제도를 통해서 노동유연화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생산관리와 품질관리에 있어서 스카니아는 결과보다 그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제대로 과업을 수행했다면 결과도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최고 경영자 오스트링은 "우리는 사람들이 일하는 날에 그들의 두뇌를 계속 켜두기를 원합니다. 잘 훈련된 사람들은 수 백 만 대의 컴퓨터 보다 더 가치가 있지요."라고 말한다. 개인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가치는 기업의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들을 더 잘 훈련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한편 노동자들은 생산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발적인 워크샵을 조직해 경험을 공유하고 생산방법에 대해 토론한다. 스카니아 생산직 노동자들은 근로 경험을 통해 배우며, 생산과정에서 언제나 날카로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수 비결 3. ‘오류와 편차’를 사랑, 품질 균등화는 모두의 몫
스카니아는 전 직원들에게 생산과정 상 발생하는 오류와 편차를 찾도록 권장한다. 편차가 클수록 생산공정을 최적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카니아의 내부 슬로건 중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우리는 편차를 사랑합니다(We love deviations)"이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편차를 찾고 이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은 기업 관리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인 행동으로 장려되어 온 것이다. 경영직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생산라인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과 편차에 대한 지적에 감사의 자세로 응한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면 이에 대처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문제점을 보고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따져 묻고 책임자에 패널티를 주는 관행이 만연한 기업의 경영진과 스카니아처럼 문제가 있는 부문을 생산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영진의 태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기업혁신과 품질관리의 측면에서 사뭇 다른 결과를 낳을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스카니아의 네 가지 생산관리 원칙은 ‘첫째, 모든 편차를 기록하고 생산 방식에 기초하여 일한다. 둘째, 편차가 발생했을 때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셋째, 주문이 없으면 생산을 시작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상황의 개선을 위해서 편차와 오류를 개선하고 재발생을 막는다’로 요약된다. 이처럼 스카니아가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하관계가 엄격하지 않은 스웨덴의 평등주의적 사고방식과 전통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장수 비결 4. 항상 미래를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경영
스카니아는 생산과정에서 폐기물 축소, 에너지 효율성 향상, 배기량 감축과 같은 녹색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스웨덴 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존중, 환경 문제에 대해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 기업들은 대부분 지속 가능한 개발이나 사회공헌 분야에서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카니아 또한 지속적인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OECD에서 제시한 기업을 위한 윤리 강령을 준수하고 직원의 노동조합가입 자유를 철저히 보장함은 물론,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지난 경제 위기 때 노사가 이뤄낸 합의는 경영진과 노조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것이다.
스카니아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윤리적인 기업,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갖췄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 현안에도 철저히 대처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 생산공정에서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환경친화적인 정책으로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자사의 비용절감 또한 함께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스카니아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스카니아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사회와 소비자는 물론 기업 내 조직원들의 가치 증진에 기여하면서 업계의 일류가 되겠다는 비전 하에 '고객 먼저, 직원 개인에 대한 존중, 좋은 품질'이라는 핵심 가치를 철저히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열린 자세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경영진의 태도야말로 스카니아가 오랫동안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