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을 한 번 골라 봅니다. 브룩크너의 8번 교향곡입니다. 의외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부디 밑에 있는 글을 읽어 보세요... 부모님과 함께 떠오르는 고향의 정취를 느낍니다.
객석 1984년 6월호 별책부록으로 나온 음악의 오솔길중에서 브룩크너에 대한 일화입니다.
- 어느 날 대학에서의 브룩크너 –
브룩크너는 1875년에서 1894년까지, 빈대학에서 음악이론 강의를 하였다. 51세에서 7-세까지였다. 이것은 그의 강의 모습을 전한 글이다. 필자는 카를 코바르트..
이 사람은 1876년에 태어난 음악 평론가이며, 슈베르트나 베토벤 연구가로서 알려져 있고 저서도 있다. 빈 대학 출신으로 귀도 아들리, 헤르메스베르거, 한스 리히터에게서 사사하였고, 브룩크너의 강의도 들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그의 글은 빈 대학에 입학하기 전의 어느 날을 그린 것이다. 글 중에 브룩크너 교향곡 제 8번이 막 완성되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 곡의 제 1원고가 완성된 것은 1885년이며, 개정판은 1887년에, 제2원고는 1890년에 완성된다. 코바르트의 나이를 맞추어 보면 9세, 11세, 14세가 된다. 아마도 14세 때의 추억인 것 같다. 브룩크너가 빈 대학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것은 1894년이며, 이 때 코바르트의 나이는 18세였다..
내가 아직 김나지움의 학생이었을 무렵, 나보다 나이가 위인 친구 한 사람이 나를 가끔 대학에 데려가 주었다. 당시에 음악 이론 강사로 있었던 안톤 브룩크너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의 강의중에서 자신의 최신 교향곡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후 학생들이 그를 둘러싸고 새로운 작품중에서 곡을 골라 연주해 달라고 조른 일이 있었다. 오늘 날, 그 시간이 이 세상의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숭고한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그를 둘러싼 학생들은 꿈 많은 젊은이들이었다. 그는 피아노 앞으로 가서 연주하기 사작하였다. 곡은 그의 교향곡 제 8번에서 따 온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나이 든 브룩크너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릴 수가 있다. 그때 그는 자주 병을 앓고 있었다. 짧은 다리와 폭 넓은 어깨 위에는 뾰족한 코와 시원한 이마, 그리고 단정하게 면도를 한 얼굴이 있었다. 그는 농민 출신의 나이든 귀족같았다. 자연의 숨결이 깃든 산에서 온 사람이었으며, 그의 얼굴에서는 자연의 힘이 빛나는 原人이었던 것이다. 연주를 하고 있는 동안에 농민의 굽은 몸은 곧게 서고 크게 보였으며, 이윽고 그것은 점점 솟아올라 마침내 거인이 우리들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 빛나는 두 눈은 하늘의 불구름처럼 불타고, 그의 머리카락은 태양의 불다발처럼 빛나고, 그의 입술은 폭풍처럼 환성을 지르며 광란하고, 홀연히 불멸의 음을 예고하는, 그러한 거인이었다.
브룩크너가 그를 둘러 싼 젊은 학생들에세 준 효과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초라한 교실은 하느님을 위하여 연주하고 있는 훌륭한 대성당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제 피아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교회의 큰 회당에서 커다란 오르간 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기도, 예술가의 가장 깊은 신앙, 행복감, 창조적인 인간의 무아지경은 불타올라 영원히 빛나는 숭고한 삶에까지 승화되어 갔다...
그의 연주는 끝났다. 땀방울이 그의 이마로부터 떨어졌다. 터무니 없이 큰 손수건이 펄럭거렸다. 피곤한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으나 두 눈은 빛나고 있었다. 교실에는 박수도 없고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우리들 눈 앞에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었고, 마을이나 산, 들판에서 온 음악가도 아니었다. 그것은 불사신이었고,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눈 성자였다. 모두 깊은 감동에 젖어 있었다. 몇몇 학생들이 살며시 피아노로 다가와서 그의 윗저고리를 위로하듯이 어루만졌다. 다른 학생들은 손을 잡았다. 이윽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교실 안에 울려 퍼졌다.
꿈에서 깨어난 듯, 브룩크너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으며, 그의 연주가 앞에 서 있는 제자들에게 준 감명을 알아차렸을 때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웃으면서 일어나 하느님의 자리를 떠나 다시 인간이 되었다. 작은 노인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유유머가 담긴 어조로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저 음악 속에서 입맛 다시는 소리가 들렸지?” 모두 웃었다. 즐거운 기분이 교실안에 가득 찼다. 선생님은 말이 많아지시더니 그의 고향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그래, 저 것은 내 고향으로부터의 음악이야. 흙에서 사는 농부의 나라에서 온 음악이지.”
그의 솔직하고 유우머가 가득 찬 이야기로부터, 마치 그의 교향곡의 스케르?c 악장에서 오는 것처럼, 브룩크너가 살던 고향의 여러 광경이 눈 앞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수확이 많이 나는 밭이 있고 과수원이 있다. 어른 키만큼 큰 곡식이 나 있고, 황금색의 보리는 그 이삭을 무겁게 떨어뜨리고 있다. 지붕이 낮은 집들은 과수로 덮여 있다. 통통하게 살찐 오리는 꽥꽥 거리고, 황소는 기름진 땅 위에서 당당하게, 그리고 온갖 힘을 다해서 쟁기를 끌고 간다. 농부들은 거품이 이는 포도주를 마시고 발을 구르면서 교회당 개회제에서 춤을 춘다. 꽃이 핀 위쪽 언덕으로부터는 크레므스 뮌스터와 聖 플로리안의 낡고 아름다운 사원이 말을 건네 온다..
어떠세요? 감동적이죠? 그렇다면 이 곡을 듣고 싶으십니까? 이 곡의 대표적인 음반으로는 카라얀의 3가지 녹음중에 가장 마지막의 연주가 빈필과의 연주로 남아 있습니다. 시노폴리가 드레스덴을 지휘한 음반도 깔끔하고요, 최근의 음반으로는 귄터 반트가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 음반도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그 외에 추억의 음반으로는 야사 호렌슈타인의 연주가 BBC에서 복각되어 나와 있습니다. 슈리히트의 8번과 맞먹을 정도로 명반의 대열에 올랐던 연주입니다. 악단은 LSO이고, 같이 커플링된 9번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