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 소리
풍금 소리가 들리듯 고요한 겨울 저녁. 눈송이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난로 위 보리차에서는 따스한 김이 올라왔다. 그때, 낡은 문이 삐걱 열리고 초라한 차림의 아이 셋이 조심스레 들어온다. 주문을 받으러 다가가던 주인은 우연히 듣게 된다. “뭐 시킬까?” “자장면.” “나두…” 하지만 언니만 말없이 미소를 짓는다. “언니는 왜 안 먹어?” “…점심 먹은 게 체했어. 너희만 먹어. 오늘은 네 생일이잖아.” 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하는 누나. 그리고 건너편 가족을 바라보며 쓸쓸히 중얼거린다. “우리도 엄마 아빠 있었으면… 좋겠다.” 그 순간, 주방에서 나온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혹시… 인혜니?” 아이들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든다. “엄마 친구야. 기억 안 나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아이들. 아줌마는 따뜻한 미소로 말한다. “조금만 기다려.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잠시 뒤,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가 아이들 앞에 놓인다. 언니는 동생들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문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아줌마는 끝까지 손을 흔든다. 어둠 속을 총총히 걸어가는 세 아이. 그 뒷모습은… 겨울 처마 끝에서 길게 자라나는 고드름처럼 참아내는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아이들이 떠난 뒤 남편이 묻는다. “아는 애들이야?” “…아뇨. 처음 보는 애들이에요. 그냥… 상처받을까 봐.” “그랬군,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줄 알았지.” “오늘이 남동생 생일이었나 봐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엄마도 없이 동생들 생일을 챙기던 작은 손. 그 손을 아프지 않게 잡아주고 싶었던 마음. 그날의 따뜻함은… 지금도 풍금 소리처럼 가만히 울려 퍼진다.
첫댓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글입니다.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갈 때 사랑이 실현됩니다.
저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을 모셔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공감합니다 누군가를 측은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