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그곳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지은이_이서정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2. 6. 30
●전체페이지_120쪽 ●ISBN 979-11-91914-20-7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2,000원
황금 윤슬 같은 사랑의 시편!
이서정 시인의 첫 시집 『그곳은 슬프고도 아름답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의 주제어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따라서 이 시편들을 읽다 보면 저절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통점 같은 사랑을 헤아려보게 된다.
구름이 하늘거리면 검은 물빛으로 물들고
금낭화 여린 꽃잎에 햇살 들어 비추면
한 폭 아름다운 풍광이 온다
서우봉 지그시 햇살 모아 산호초에 뿌려주면
푸른 자리돔 떼 지어 유영하는
연옥색 그림으로 빛난다
외로운 그림자 은빛으로 빛날 때
모래 둔덕 하얀 저고리 만들고
옥색 물빛 열두 폭 치마 만들어
어여삐 차려입는 곳
님 언제 오시려나
함덕 바닷가
─「함덕 바닷가」 전문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공간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시다. 바닷가에서 님을 기다리는 화자의 외로운 사랑이 드러난다. 1연은 구름을 드리운 함덕 바다 빛깔과 금낭화에 비친 햇살 등 풍광을 묘사하고, 2연은 햇살이 투과하는 물속을 묘사하고 있다. 산호초와 떼 지어 유영하는 푸른 자리돔의 모습이 연옥색으로 빛을 발하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3연은 모래 둔덕에 부딪히는 흰 파도의 포말을 비유한다. 이런 풍경을 나열한 뒤 맨 마지막 4연에서 “님 언제 오시려나/함덕 바닷가”라고 한다. 시인은 아름다운 바닷가에 ‘사랑의 덫’을 쳐놓고 ‘사랑의 대상’을 기다리고 있다.
낮에는
울긋불긋
단풍 든 산을 삼키더니
해 질 녘에는
서산에 지는 해를 삼켜
황금 윤슬을 만든다
어두운 밤이 되니
둘이 사랑을 했나 보다
호수 속에
달이 숨어
수줍은 낯빛으로 웃는다
─「가을 호수」 전문
이서정 시인의 시는 폭로되지 않는 내밀한 사랑이다. 그래서 외롭고 그립고 슬프고 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의 사랑은 어떤 아름다움으로 읽힌다. 사랑의 아름다운 통점을 견디는 시인의 고통과 고뇌가 보인다. 동시에 압축된 고통과 고뇌가 폭발하여 아름답게 분사하는, 이를테면 저녁 호수 위에 뜨는 황금 윤슬 같은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도 언뜻 보인다.
그러나 사랑의 상대인 님은, 사랑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해 질 녘" 그 짧은 순간에 온다. 그래서 사랑은 망상의 뿌리이며, 괴로움의 뿌리이며, 외로움의 뿌리이고, 아픔의 뿌리일 뿐이다. 사랑은 아프고 슬프다. 그냥 원래 사랑은 아프고 슬픈 것이다.
또 사랑은 폭로되지 않아야 아름답다. 폭로되지 않은 아름다운 통점이다. 이 통점을 견디는 고통과 고뇌를 안고 사는 것, 내면의 고통과 고뇌를 넘는 해탈의 기쁨도 있다. 시집의 시편들을 따라가면 저절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통점 같은 사랑을 헤아려보게 된다.
---------------------------------------------------------------------------------
■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내 안의 섬·13
섭지코지에서·14
함덕 바닷가·16
남한산성의 봄·17
섬 1·18
섬 2·19
콩짜개난·20
한티 가는 길·21
비 오는 날의 서정·22
젊은 날의 초상·24
동해로 날아간 날개·26
규당고택에서·28
꽃지, 외로움 하나·29
백령도·30
제2부
오해의 늪·35
혈(血)·36
고백·37
배꼽·38
바다를 꿈꾸는 장어·40
흔들리지 않는 나무·41
초로기·42
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44
틀·46
사각의 성·47
어디로 가야 하나·48
삶·50
자아를 찾아서·52
거꾸로 가는 기차·54
사랑만 남더라·55
제3부
서리꽃·59
가을앓이·60
황석어·61
별과 별 사이·62
봄이 그리운 것들·63
자작나무·64
겨울이 쓰는 해탈 시·66
쑥버무리·67
유월의 단상(斷想)·68
가을 호수·69
사과나무·70
가을 언저리에 서면·72
세월아·73
낙원동·74
봄·75
제4부
사막의 장미·79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80
냉이의 사랑 이야기·82
사랑하다가·83
음각의 뿔·84
내 안의 그대·86
눈꽃 사랑·87
사랑 방정식·88
제비꽃·89
장미·90
치자꽃·91
사랑·92
막걸리·94
물망초·95
통가죽 가방·96
봄까치꽃·98
그대의 꽃·99
해설│공광규·101
■ 시집 속의 시 한 편
섬이 내게로 온다
삭연함이 존재하는 섬을 떠나
나는 또 섬으로 간다
그러다, 상처라는 것이 치유되면
그 섬을 다시 찾으려나
그때는 아프지 않으려나
옥색 물빛 삼나무 맑은 바람 감쌀 때
등골이 바다에 표식을 남기고
심장의 피를 정화 시키고
꼬리가 푸른 새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쫓아가겠지
그곳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내 안의 섬
거기
―「내 안의 섬」 전문
■ 시인의 말
작은 시밭에
꽃 한 송이 피어나
시를 읽어요
시의 눈을 보고
시의 사랑을 읽고
시의 마음을 읽어요
시는
꽃의 향기가
그윽하길 기다려요
고결한 그대는
꽃
2022년 6월
이서정
■ 표4(약평)
모든 예술은 인간의 삶과 자연에서 발현한다. 그러므로 문학, 그중에서도 시는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맑고 숭고한 정신을 언어를 통해서 창조하는 환상적 작품이다. 이서정 시인의 첫 시집 『그곳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상재를 축하한다. 펼쳐놓은 시편에서 자신을 사랑함과 사물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보여준다. 또 폭넓게 독자를 위무해주는 서정성에 감동받았다. 삶과 시에서 깊은 관찰과 끝없는 열정을 미려한 언어를 채굴하여 더욱 더 빛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쓰길 바란다._강정화(시인)
이서정 시인은 정치한 응시력을 가진 푸른 감각의 시인이다. 산성에 오르다가 부슬부슬 봄비에 살이 오르는 수목의 꽃망울을 톡톡 깨우는 것을 발견하거나, 구불구불 돌아서 오르는 오솔길에서 산목련 겨울눈을 보듬는 구름안개(「남한산성의 봄」)를 발견한다. 그런가하면 시의 곳곳에 슬픔의 극한을 묘사하는 세공 기술이 뛰어난 장인의 문장 솜씨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여자의 깊은 주름은 바람을 타고/가새뽕잎처럼 떨다가 우 우 울었다”(「음각의 뿔」) 같은 경우다. 우리 문단에서 시의 보조관념으로 가새뽕잎을 들여온 시인은 이서정 시인이 유일할지도 모르겠다. 이서정 시인의 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시어는 ‘사랑’이다. 사랑의 구체적 대상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사랑은 억겁을 기다려온 사랑이며, 너와 내가 보듬는 애틋한 시간을 갖는 사랑일 뿐이다. 아무튼 이서정 시인의 사랑은 폭로되지 않는 내밀한 사랑이다. 그래서 외롭고 그리우며 슬프고 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랑은 어떤 아름다움으로 읽힌다. 사랑의 아름다운 통점을 견디는 시인의 고통과 고뇌가 보인다. 동시에 압축된 고통과 고뇌가 폭발하여 아름답게 분사하는, 이를테면 저녁 호수 위에 뜨는 황금 윤슬 같은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도 언뜻 보인다._공광규(시인)
■ 이서정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2018년 『서울문학』으로 등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