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AMG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AMG ‘신상’ 4인방을 시승했다. 네 차종의 느낌을 다 적고 싶은데, 한 가지만 집중하려고 한다. ‘포켓 로켓’ AMG A 45다.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닌 형님들보다 한층 호쾌하고, 자극적이었으니까.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날쌘 움직임은 물론, 막강한 가속 성능도 챙겼다. 핵심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강준기
4년 전,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고성능 해치백 비교시승을 진행한 적 있다. AMG A 45(이전 세대)와 폭스바겐 골프 R이 주인공이다. 두 맞수는 작은 골격까진 비슷한데, 겨냥한 과녁이 전혀 달랐다. A 45는 엄청난 발진가속 성능과 ‘으르렁’ 배기음을 지녔지만, 예리함이 떨어졌다. 반면 골프 R은 상대적으로 자극은 부족한데, 정교한 핸들링이 일품이었다.
그래서 당시 나를 포함한 약 10명의 평가단은 성향에 따라 5:5로 나뉘었다. 나는 골프 R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폭스바겐의 XDS+ 전자식 차동제한장치가 트랙에서 빛을 발했다. 조향각뿐 아니라 각 바퀴의 속도, 차체 기울기 등을 파악해 운전자가 원하는 그대로 말끔하게 궤적을 그렸다. 언더스티어는 최소화시켰고, 사륜구동 덕에 막강한 탈출가속도 챙겼다.
반면 AMG A 45는 상대적으로 둔했다. 4매틱 사륜구동 시스템은 코너 진입 시에도 앞바퀴에 많은 구동 토크를 남겨 언더스티어를 일으켰다. 그래서 ‘예쁘게’ 몰기 좋아하는 운전자보다 터프하게 달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A 45에 많은 점수를 줬다. 딱히 진입에 신경 쓰지 않고, ‘던지면서’ 타야 진가가 나타났다. 스티어링 휠도 내 기준에선 지나치게 무거웠다.
완전히 달라진 AMG A 45
그런데 이번 AMG A 45는 이전과 전혀 다르다. 골프 R 이상의 예리함을 갖추되, 폭발적인 가속성능은 농밀하게 다졌다. 고저차가 심한 AMG 스피드웨이에서 경험한 터라 더욱 와 닿았다.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데, 마음 속 드림카 순번이 달라질 정도로 뇌리에 남는다. 게다가 디자인은 어떻고. 이제 끔찍한 실내 숫자패드 대신, 근사한 MBUX가 반긴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외모 소개부터. 새롭게 거듭난 4세대 A-클래스를 바탕 삼아 매콤한 조미료를 더했다. 4.5m가 채 안 되는 짧은 차체, 1.4m에 불과한 지붕 높이가 어른들의 장난감처럼 운전욕구를 자극한다. 다소 맹한 표정이던 구형과 달리, 눈매부터 사납게 찢었다. AMG GT에게 가져온 세로형 그릴과 커다란 세 꼭지별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옆모습은 조약돌처럼 다부지다. 휠베이스는 30㎜ 더 키워 비율도 괜찮다. 반면 잔뜩 성난 얼굴과 달리 뒷태는 다소 ‘둥글둥글’ 순진하다. 흉흉한 성능을 의뭉스럽게 숨긴 장난기가 엿보인다. 곡선으로 살찌운 테일램프가 대표적이다. 대신 머플러는 한 쪽에 두 발씩, 양 갈래로 뽑았고 중앙엔 서슬 퍼런 디퓨저도 심었다. 다부진 해치백다운 응집력이 돋보인다.
구형(왼쪽) / 신형(오른쪽)
이런 겉모습도 예고편에 불과하다. 내가 A 45와 사랑에 빠진 이유 중 7할은 실내에 있다. 보따리 장수처럼 온갖 버튼들이 난무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그립감 좋은 운전대는 BMW M 스티어링 휠처럼 마냥 두툼하지 않다. 알칸타라로 감싼 세미 버킷시트, 시원스런 와이드 디스플레이, 송풍구 디자인 등 어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없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2열도 꽤 탈만하다(가족 설득할 구실로 삼으시길). 건장한 남자 성인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부부와 어린 자녀 1~2명으로 구성된 가족의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 370L.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210L까지 늘어난다. 경쟁차는 아니지만, 360L에 불과한 소형 SUV 현대 코나보다 소폭 넉넉하다고 이해하면 쉽다.
냉각성능 키우고 응답성 높인 M139 엔진
전담 엔지니어 1명이 빚은 AMG 엔진. 위쪽에 서명이 들어갔다.
안팎 디자인만 달라진 건 아니다. 보닛 속도 새롭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트윈스크롤 터보(M139) 엔진이 똬리를 틀었다. 기존과 비교하면, 엔진 앞에 있던 터보차저가 뒤로 이사했다. 배기 매니폴드와 가깝게 붙어 응답성능을 키웠다. 파트너는 AMG 8단 듀얼클러치.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48.9㎏‧m를 뿜는다. 이전보다 각각 27마력, 3.0㎏‧m 더 높다.
드디어 트랙으로 입장. 완만한 1번 코너가 끝나고, 타이트한 헤어핀 구간을 지날 때 이전과의 차이를 단박에 알아챘다. 작은 스티어링 조작만으로 앞머리를 예리하게 찔러 넣는다. 비결은 AMG 퍼포먼스 4매틱+ 시스템. 2개의 다판 클러치가 구동력을 ‘똑똑하게’ 주무른다. 심지어 뒷바퀴 한 쪽에도 100%의 토크를 몰아줄 수 있다. 이전보다 날렵한 이유다.
또한, 앞 차축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 구조도 새롭게 바꿨다. 민첩한 핸들링을 위해 알루미늄을 양껏 심었다. 아울러 앞뒤 차축에 대각선으로 스트럿을 더해 비틀림 강성을 키웠고, 트레일링 암은 새롭게 설계한 베어링을 품어 안정성과 민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일반도로에선 달려보지 못 했으나, AMG에 따르면 승차감도 한층 편안하게 다듬었다.
소위 ‘제로백’이라고 부르는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4.0초. 여느 고성능 해치백과 비교해 ‘난 너희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재미있는 건 M139 엔진은 소리도 꽤 다르다. 이전 세대의 경우, 중저음 음색과 기관총 쏘아대듯 요란스런 머플러를 지녔다. 반면 신형은 호쾌한 고음을 갖췄다. ‘파파박…’ 터지는 배기음은 한층 정교하고 어른스럽다.
엔진 회전한계는 7,200rpm으로 대용량 과급기 얹은 심장치고 꽤 많이 돌아간다. 무엇보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지체 없이 나가는 느낌이 좋다. 이전 세대의 경우 터빈에 압력 차기까지 약간의 지연반응이 있었으나, M139 엔진은 순발력이 뛰어나다. AMG GT의 롤러 베어링 기술을 녹여, 기계적 마찰을 줄인 결과다. 새로운 8단 DCT도 한 몫 톡톡히 보탠다.
F1에서 건너온 기술도 눈에 띈다. 나노슬라이드(NANOSLIDE)가 대표적이다. 실린더 내 코팅 기술로 마치 거울처럼 깨끗하고 매끈한 표면을 자랑한다. 기존보다 2배 더 단단하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실제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머신의 심장에도 해당 기술이 스몄고, 벤츠에 따르면 40개 이상의 특허를 지녔다. 4기통으로 안정적인 고출력을 내는 비결이다.
이날 AMG CLA 45 S도 타볼 수 있었다. 같은 엔진으로 421마력을 뿜어 A 45보다 34마력 더 강력하다. 그러나 ‘자극’은 A-클래스가 한 수 위다. 0→시속 100㎞ 발진가속 성능은 4.0초로 같을 뿐 아니라 CLA가 더 나긋나긋 움직이기 때문이다. 421마력이 아쉽지 않은 이유다. 만약 두 차 중에 저울질하고 있다면, 탄탄한 운전재미를 앞세운 A 45가 나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