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기적 끝났나"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 성장정책에 영국지 경종 / 4/24(수) / 조선일보 일본어판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제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식 국가주도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 시간)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용인 시내 반도체 제조 거점)에 투자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전통적인 성장동력인 제조업과 대기업을 통해 다시 성장하려 한다며 그러나 이는 약화된 기존 모델을 개혁할 의지와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연금, 주택(부동산), 의료의 개혁은 정체돼 있다며 대기업에 대한 국가의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며 서울을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오랜 캠페인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1970~2022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6.4%에서 2020년대 2.1%, 2030년대 0.6%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행 보고서도 인용해 "한국의 경제성장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성장모델의 주축이었던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 최근에는 흔들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에 비해 35% 가까이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은 28%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이런 문제가 가까운 장래에 개선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는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비인기 보수 행정부로 양분돼 있어 이번 총선에서는 좌파가 승리해 2027년 차기 대선까지 3년 이상 꼬인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차기 대선까지 정부가 개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보는 듯하다.
이 신문은 한국이 매우 성공적이었던 기존 모델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반세기도 안 돼 가난한 농촌사회를 기술대국으로 발전시킨 한국의 국가주도 자본주의 성과는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져 있다며 기존 모델은 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가난하고 덜 민주적이던 시절에 처음 개발된 경제모델이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그 경제모델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노력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다만 신문은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경고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달리 서방국가들은 대부분 첨단 제조업을 포기해 후회하고 있는 데다 미-중 간 기술경쟁도 한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견제로 인해 중국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 기업의 유럽·미국 시장 진출이 제한될 경우 한국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신문은 또 방산, 건설, 제약, 전기자동차(EV),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 중동, 남미 등에서 서구 기업들보다 훨씬 뛰어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