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직접투자 위주에서 간접투자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 자금을 받아 부동산펀드나 리츠를 설정하고 투자하는 운용사 중 실력 있는 3곳을 추천받았다.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와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는 국내 부동산금융 시장을 개척해온 전문가란 공통점도 있다. 이들의 총 운용자산은 합쳐서 11조원이 넘지만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사모펀드 위주로 운영해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길거리에서 지나쳤던 초대형 빌딩과 대형 쇼핑몰, 호텔 등에 투자하는 이들의 투자 노하우가 궁금하다.
―중소형 빌딩 투자도 원금 회복에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더라.
▷김대형 대표〓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렸고 저성장이다 보니 그렇다. 매수자가 많으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고 수익률은 떨어지니 현금투자회수율(Cap Rate)도 낮아지는 상황이다.
▷김관영 대표〓부동산은 항상 경기 변동에 따랐다. 좋을 때 사면 비싸게 사고, 나쁠 때 사면 싸게 사는 거고. 비싸게 사도 버티면 높은 수익으로 올라탈 수 있다. 장기 투자만 가능하면 부동산은 좋은 투자 상품이다. 단기에 높은 수익을 올리려 하면 안 된다.
―부동산 투자 시 고려할 핵심 요소는.
▷조갑주 대표〓크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가 입지(location), 둘째가 부동산 자체의 품질(quality), 셋째가 안정적인 임차인 확보다.
▷김대형 대표〓또 중요한 것이 부동산 매입가의 적정성이다. 시장가보다 싸게 사야지 비싸게 사면 기대수익을 제대로 거두기 힘들다. 원금 회수(exit) 전략도 추가돼야 한다. 내가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한다.
―부동산 투자 사이클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
▷김관영 대표〓단정 짓기는 어렵다. 일단 저점이 아닌 건 확실하고, 고점으로 가는 도중이라 할 수 있겠다. 부동산은 장기 투자할수록 입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경향이 있다.
▷김대형 대표〓사이클을 물었는데 입지로 답했다. 사이클보다도 입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수익형 부동산은 기관들이 사면 5~10년 묻어두기 때문이다.
▷조 대표〓2~3년 단기 투자면 금리란 변수가 중요하고, 수요와 공급, 취업률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 투자는 그보다는 부동산이 갖고 있는 고정성에 집중한다. 특히 호텔과 물류 등은 장기 수요 예측과 트렌드가 중요하다.
―자산에 따라 위험이나 안정성에 차이가 나겠다.
▷김대형 대표〓부동산 자산은 크게 레지덴셜(주거), 오피스(사무실), 리테일(상가), 로지스틱스(물류)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아무래도 제일 안정성이 좋은 게 주거용이고 사무실, 상가, 물류 순이다. 위험성은 그 반대순이다.
▷김관영 대표〓외국에는 임대 전용 기업형 아파트가 많아서 기관들이 투자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투자할 만한 대상이 없었다. 이제 뉴스테이 등이 시작되면 새 시장이 생길 수도 있겠다.
―부동산 간접 투자의 강점이 있다면.
▷조 대표〓리테일이나 호텔, 물류 등은 개인에게 어렵다. 부동산도 간접투자 시장을 통해서 전문가들이 검증한 상품에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것이 리츠와 부동산펀드다.
▷김대형 대표〓투자의 단계 단계마다 리스크를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에게 무리다.
▷김관영 대표〓시장은 위험 대비 수익이 같이 가는 것이다. 공모 리츠가 활성화되면 개인들 투자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부동산펀드는 투자 원칙이나 스타일이 다양한 편인가.
▷조 대표〓주식투자도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사는 경우와 벤처 주식을 사는 경우로 나뉘듯이 부동산펀드도 투자자마다 성향이 다르다. 어떤 기관은 장기 임대차 계약이 맺어 있고 5% 안팎의 안정적 수익을 내는 핵심 자산(core asset)만 찾는다. 또 다른 기관은 매각차익을 많이 얻고 싶어한다. 기관투자가들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김대형 대표〓개인과 기관 차이는 부동산 투자 대상 크기(size)로 이어진다. 기관들 시장은 대형 건물 위주로 매우 제한된 수요 공급 관계를 가진 반면, 개인들 시장은 작은 건물로 경쟁이 더 치열하다.
▷김관영 대표〓금융시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곳의 수익률이 높은 편인데 부동산시장은 리스크가 커도 수익률이 낮은 경우가 있다.
―개인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좋은가.
▷조 대표〓우리가 상품을 만들면 증권회사 PB를 통해 상품설명서를 전달한다. 고객들 문의가 최근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직장인들도 돈을 열심히 모아 은행 금리로도 충분히 노후를 대비했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돈을 모으기보다는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부동산은 투자금액 단위가 크고 범위가 다양해서 투자가 힘들다.
▷김관영 대표〓싱가포르와 영국 등 선진국에는 공모 리츠가 발달했고, 이 자금 대부분이 은퇴생활자들 노후자금이다.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장 리츠를 사면 안정적으로 노후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
▷김대형 대표〓현재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도 까다롭고 매입 계약을 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리츠를 운영하기가 힘들다.
―호텔 투자는 어떻게 했나.
▷김관영 대표〓우리가 투자한 명동권 2개 호텔도 원래 오피스빌딩이었다. 명동 상권을 분석하니 비즈니스호텔이 최고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사서 바꿨는데 아주 시의적절했다. 현 시세보다 50% 이상 저렴하게 샀고, 잘 운영되고 있다.
▷조 대표〓가장 중요한 건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한류가 발달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이전까지 비즈니스호텔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비즈니스호텔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투자 실력은 '촉'이 필요하지 않나.
▷조 대표〓주식과 비교할 때 부동산을 투기적인 성격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이 고도성장하면서 부동산을 보유하며 발생하는 이익보다 매각이익이 더 커서 그런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펀드 상품은 매년 투자 대비 5~6%가량 안정적 배당을 주면서 매각 시 자본이익을 주려고 한다.
▷김관영 대표〓한 가지 물건에 투자할 때 최소 6개월 이상 검토한다. 그런 과학적인 논리나 분석으로 나타나는 결과이지 찍어서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국 오피스 시장이 매력적인가.
▷조 대표〓예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서울은 안정적인 수익보다 미래 가치, 즉 자본차익(capital gain)을 노리는 가치부가형 (value add)자산으로 인식됐는데 요즘 일본과 호주 못지않게 관심을 받는다. 외환위기 이후 오피스시장이 홍콩과 일본, 싱가포르 못지않게 안정적인 시장이라 유럽이나 중동, 미국계 자금이 포트폴리오에 넣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해외 부동산시장 전망은.
▷김관영 대표〓국내 시장이 정체되면서 투자해야 할 대상도 제한적이니 당연히 해외로 나가야 한다. 투자자와 함께 매력적인 물건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 작년에 일본 아카사카에 있는 사무실에 투자했는데 한 증권사가 200억원가량 투자하고 개인 고객들에게 되팔았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 그만큼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욕구가 강한 것 같다.
―개인들이 투자할 만한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것은.
▷김관영 대표〓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김대형 대표〓개인이 리츠에 투자해 배당을 받을 경우 종합소득세에 합산되는 것이 리츠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모 리츠만이라도 분리과세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