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트판
+추가)헤어지기로 마음 먹었고, 오늘 일 끝나고 만나자고 했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한번 정이 뚝 떨어지니까 더이상 재고해볼필요도 없을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속 곱씹어서 생각해봐도 제발로 헬게이트 걸어들어가는꼴일것같구요. 카톡으로 헤어지자고 할까도 생각했는데 그건 이남자가 말하는 '예의'가 아닐것같아서요. 부모님께는 헤어지고 나서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안그래도 시집 너무 빨리가는거 아니냐며 서운해하셨는데 저런 생각 가지고있는 남자인거 알면 더 속상해하실것같아서 그냥 헤어졌다고 하려구요. 주말엔 계획대로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달다구리 사서 내려갈 생각이구요! 댓글주신분들 말대로 결혼 엎는게 맞는것 같아요. 만나자고 하면 안나올까봐 화 풀린척 평소대로 만나자고 했더니 바보같이 넘어오네요. 저녁에 후기 가지고 올게요! 댓글주신분들 감사합니다!
27살 여자입니다. 얼마 전에 상견례 했고 아직 날은 안잡았어요. 오늘까지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 결혼 해야할지 고민이 되어서 여기다 글을 남깁니다.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도 어릴때 돌아가셔서 외할머니 한분만 계십니다. 제가 어릴때 아빠가 사고가 크게 났어서 병원에 좀 오래계셨는데, 엄마가 일하랴 아빠 병간호하랴 집안일하랴, 굉장히 바쁘셨어요. 할머니는 딸 힘든거 보기 힘들다며 도와주러 저희집에 올라오셨구요. 저와 제동생을 돌봐주신것도, 집안일 다 해주신것도, 다 외할머니세요. 학교 급식실이 작아서 가끔 도시락 싸는 날이 있었는데 손녀딸 기죽을까 좋아하는 반찬으로만 가득가득 싸주셨고, 학부모참관때도 할머니가 와주셨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엄마한테 혼날때면 너는 왜 애를 혼내냐며 우리 손녀 잘할거라고 빨리 죄송하다고 하라며 감싸주시고, 지금도 우리손녀 우리손녀 해주세요. 아빠도 건강해지시고 그러고 나서는 도시에 계시는게 힘드시다며 원래 계시던 시골로 내려가셨지만, 적어도 두달에 한번은 일부러 내려가서 찾아뵙고있어요.(저희가족이 내려가지 않는 달은 외삼촌들께서 내려가십니다. 너무 한번에 내려갔다 올라가면 더 적적하실까봐 그렇게 하고있어요.) 내려갈때마다 우리 손녀 좋아하는거라며 고기며 과자며 싸주시고 이제 안먹는다고 해도 그래도 챙겨가라며 뭐든 주시려고 하세요. 지금은 허리도 굽고 건강도 안좋으셔서 거동이 좀 불편하시지만 그래도 친구있고 집있고 밭있는 시골이 좋으시다며 계속 거기 계십니다.. 일주일에 세번 이상은 전화통화 하구요.
거동이 불편하셔서 사촌오빠들 결혼식때도 못오셨습니다. 그래도 제 결혼식때는 와주셔야해요~ 해도 늙은 할머니 걱정말고 니들 잘 사는것만 보면 된다하세요. 전화 할때마다 우리강아지 우리손녀 예뻐해주세요..
상견례도 했고, 날은 아직 안잡았어도 남자친구가 할머니께 인사드리면 좋을것 같아서, 이번 주말에 쉬니까 같이 내려가서 인사드리고 거기 근처에 해수욕장도 있으니까 놀다오자고 했습니다. 표정이 안좋아지더라구요. 오늘 있었던 일이지만 제대로 기억은 안나서 대화체로 간략하게 쓸게요..
나 -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가자
남친 - 미안한데, 난 좀 불편하다
나 - 뭐가 불편하냐. 어차피 어른께 인사하러 가야하는것이 맞지 않느냐
남친 - 할머님이 너한테 소중한 분이라는건 알지만, 결혼 전에 여친 외갓집에 인사가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할머님도 불편하실것이고 나도 불편하다. 어색하다. 차라리 주말에 우리 둘이 쉬러가자
나 - 뭐가 불편하고 뭘 못들어봤느냐. 나도 오빠 친가 외가 다 가서 인사했다.
남친 - 너는 며느리 될 사람이고 나는 사위될사람이다. 사위는 장모님도 불편해하는데 할머님은 더 불편하실것이다. 할머님이 올라오셨을때 그때 얼굴뵙는거면 모를까 내가 찾아뵙는건 어색하고 이상할것같다
나 - 이상한것도 많다. 어른께 인사를가야지 어른이 오빠한테 인사를하러오느냐
남친 - 그런 의미가 아니다. 아무튼 불편하다. 너도 만약에 우리 친가나 외가 가는게 불편했으면 얘기를 하지그랬냐. 그땐 아무말 없다가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
나 - 나는 당연히 어른께 인사드리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거다. 그럼 이렇게 하자. 여름 휴가때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휴가 보내고, 올라오는길에 잠깐 들려서 인사하자. 손녀사위 될 사람 얼굴도 못보고 결혼식올리는건 아니지않느냐
남친 - 그건 예의가 아닌것같다. 아무튼 생각좀해보자.
그러면서 제 표정이 안좋으니까 화났냐며, 화 풀고 맛있는거 먹으러가자고 그러더군요. ㅋ....어이가없어서 오늘은 날이 아닌것같다고 그냥 집에 간다고 하고 왔어요. 피곤해서? 거리가 멀어서? 어차피 운전 제가하고 갑니다. 뭐하나 핑계댈것도 없이 그냥 불편하다. 아닌것같다. 이러고만 있더라구요.
집에와서 생각해볼수록 이 결혼은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견례는 했지만 아직 날도 안잡았구요. 헤어지는게 나을것같다는 생각이 들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가 없어서 물어볼데가 없어 여기다가 글을 올립니다. 외할머니께 인사가자는 제가 이상한건가요?

+후기) 헤어지고 왔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이없네요. 평소 양쪽 회사 가운데에 있는 카페에서 자주 만납니다. 오늘도 거기서 만났구요. 갔더니 정말 아무렇지 않은척 오늘 뭐먹고싶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생각없다고 그랬더니 아직도 삐졌냬요. 그러면서 자기가 생각 많이 해봤고 아는 형님들한테 물어봤더니 당연히 인사하러 가야한다고 했다네요. 인사는 가쟤요. 근데 지금 당장은 아니고 결혼 날짜 잡히고 나서 확실하게 인사도장 찍으러 가고싶대요. 아직은 불편하다고. 그래서 오빠가 불편하면 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야 자기 맘 알아주는거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남자들 다 처갓집 어렵고 더
더군다나 어르신은 더 어렵다고 근데 자기는 보통 남자보다 더 그런것같다고 실드치더라구요. 헛소리도 참 ㅎㅎㅎㅎ.. 그래서 커플링 빼서 내려놓고 나도 오빠 불편해졌고 결혼하는것도 불편해졌으니까 안할거라고 했습니다. 못하겠다구요. 그랬더니 결혼이 우숩냬요. 어린애라서 뭘 모르나본데 어른들끼리 다 만나고 얘기까지 잘 나눴는데 겨우 할머니 안찾아뵙는다고 결혼하네마네 하냐구요. 그래봤자 세살차이납니다. 그래서 어린애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나한테 소중한 가족한테 인사도 못갈정도로 불편함 감수해가면서 나랑 결혼할 필요없다고 그랬습니다. 이쪽에서 사절이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또 달래더라구요. 인사 안간다
@피카피카피이이이카 안간다는게 아니라 좀 나중에 시간을 달라구요. 그래서 필요없다고했습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오빠는 우리집 불편해하는데 결혼하고난다고 편해질것같지도 않고 불편하다는 핑계로 우리집 한번을 안갈것같다고. 톡 까놓고 말해서 내가 오빠네집 갔을때 안불편했을것같냐고. 오빠 불편한만큼 나도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가족이고 이제 결혼하면 한식구라는 생각으로 어색한거 참고 노력한건데 그정도 성의도 못보여주냐고 그랬더니 또 그소리 나오더라구요 ㅎㅎㅎ 여자는 원래 애교도 좀 있고 어른들한테 잘 하고 그러는거 아니냬요. 며느리 될 애면 그정도도 못하냐고 ㅋㅋㅋㅋ 그래서 사위될사람인데 처갓집에 그정
@피카피카피이이이카 도도 못하냐고 그랬네요. 아무튼 다 필요없고 결혼 없던걸로 하고 여기까지 하자고 그랬습니다. 오빠네 부모님한테는 오빠가 말 못할것같으면 제가 하겠다고 하구요. 그랬더니 진짜 이래야겠냐고 그래서 이래야겠다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는원래~ 며느리는원래~ 원래원래같은소리하고 자빠졌네요. 나가면 진짜 끝이라길래 걍 나왔습니다. 전남친이죠 이제. 혹시나 집에 찾아올까봐 남동생한테 잠깐 제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했습니다. 지금 동생 와있구요 ㅎㅎ 동생이랑 피자나 시켜먹으면서 맥주한잔 해야겠습니다. 댓글주신 여러분 감사드리고 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마지막까지 주옥같은 멘트들 남겨주셨네 ㅋㅋㅋ삐졌넄ㅋㅋㅋㅋㅋ 3살차이로 어린앸ㅋㅋㅋㅋㅋ 글쓴이 개사이다 ㅠㅠ 잘헤어짐
후기 고마워
와 이건 조상신이 도운게 아니라
할머니가 도우셨네
할머니 덕에 헬게 입성할뻔한거 탈출하심 진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