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며칠전에 헤드폰 추천해달라는 글을 미스클릭했다가
초고속으로 주문-결제완료까지 질러버린 극세사팔랑귀 눈팅유령회원입니다.
모델명 올려놓고 사용해보신 분 소감 좀 올려주세요- 했더니만
'ㅋㅋㅋㅋ 돈 많이드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셨군요'
'어떤 모델이든 그전에 쓰던 이어폰보단 훨씬 좋을테니 헤드폰 산거 후회는 안하실 거에요. 하지만 웰캄 투다 헬'
대충 이런 분위기더군요 ㅎㅎㅎ
싼타클로스보다 반가운 택배아저씨가 오늘 드디어 도착을 하셨고
생전 처음으로 헤드폰 써본 감상문을 올려봅니다.
다같이 질러서
다같이 행복해지고
다같이 거지되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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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사진은 물론 직접 찍은건 아니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거 몰래훔쳐왔습니다.
사진찍는건 귀찮으니까요. (원래 사진찍으셨던 분이 보고계실리 없겠지만 죄송합니다요. 죽을만큼 귀찮았으니 이해를.)
우악스럽게 포장을 뜯고나서
예전에 쓰던 5천원짜리 질레트 이어폰을 뽑아버리고
당장 머리에 뒤집어썼습니다.
오
오오
오오오
이것은 신세계.
집 근처 만복슈퍼 앞 골목이 순식간에 홍대클럽으로 변하는 듯 했습니다.
이 음악이 정말로 제가 어제까지 듣고 있었던 그 음악이 맞는걸까요.
도구를 발견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불 사용법을 익힌 호모에렉투스.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한단계 진화한 느낌이랄까요. 에헴.
아이팟아 미안하다.
나는 니가 원래부터 지지리 노래를 못하는 놈인 줄 알았다.
그게 전부 5000원짜리 이어폰을 만드는 질레트와
5000원짜리를 4500원에 준다면서 날 유혹하시던 문방구 아줌마 때문인 줄은 몰랐구나.
앞으로 질레트에서는 면도기만 사도록해야겠다.
<훔쳐온 사진2 - 누구냐 넌>
음 근데 이상한 놈이 하나 딸려왔습니다.
뭘까요 이놈은.
하늘아래 무서울게 하나도 없던 예전 보이스카웃 6학년 시절,
캠프를 갈때마다 제 분신처럼 따라다녔던 코펠세트와 비슷하게 생겨서
무슨 사은품같은걸로 코펠을 준 건 줄 알았습니다.
역시.
음악감상에 코펠은 필수죠. 센스있는 인터넷 쇼핑몰이네요. 자주 애용해줘야겠습니다.
<훔쳐온 사진3 - 개복(開腹)된 코펠껍질(?)>
기뻐하면서 이놈의 배를 갈랐습니다.
속이 비어있습니다. 헐. 누가 이 친구의 속을 훑어버린걸까요.
산타클로스보다도 더 반가웠던 그 택배아저씨를 약 5초간 의심하다가
영수증에 써있는 목록을 보니 <데논 정품 파우치> 라고 써있더군요.
파우치?
맞아 반 무의식 상태에서 그런 걸 같이 주문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이놈이 파우치인 모양이네요.
아 파우치?
알지 파우치.
음악을 사랑하고 헤드폰을 애용하는 문화인이 파우치를 모를리가 없잖아요.
흠.
근데 이걸 어디다 쓰는거지.
코펠이 없는데 파우치가 무슨 소용.
흠.
파우치라.
왠지 잘 안 쓸것 같습니다.
보이스카웃 캠프떠나는 조카한테 코펠통으로 쓰라고 선물해야겠습니다.
제가 이걸 쓰고 돌아다니는 걸 본 친구놈이 맹비난을 퍼붓습니다.
'네놈이 드디어 미친게로구나.'
'그 돈이면 질레트 이어폰 스무개를 산다'
'귀마개를 10만원 주고 사는 놈은 너밖에 없다'
'올 겨울 이상고온현상때문에 따뜻할거라던데 너 헛돈 쓴거다'
네. 이놈도 질레트 이어폰만 쓰는 막귀입니다.
이놈에게도 헤드폰은 그냥 <소리나는 귀도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불을 써본적도 없고, 도구도 사용할 줄 모르는,
천지분간 못하고 엉덩이나 긁으며 꺅꺅 대면서 날뛸 줄만 아는 침팬지같은 놈이지요.
어제까지의 제 모습이 저랬던거군요.
아 말 섞기도 싫습니다.
그런데 자꾸 따라오며 귀찮게 굽니다.
그냥 무시하고 피해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문명의 세례를 받은 호모 에렉투스.
이 가련한 침팬지를 구제해주기로 합니다.
제 헤드폰을 벗어서 건방진 침팬지의 귀에 한번 씌워줬더니 흠칫 놀랍니다.
<훔쳐온 사진4- 움찔하는 내친구>
제가 느꼈던 '슈퍼앞 골목에 강림한 홍대클럽' 을 이놈도 느낀게지요.
허구헌날 짬통이나 뒤지는 군부대 앞 짬타이거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음식 먹어보면 맛있는 건 아는 법이니까요.
갑자기 급공손해진 침팬지가 한단계 진화한 인류인 제게 이것저것 질문을 해오기 시작합니다.
어제 2시간동안 폭풍 검색하며 얻은 정보를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난 뒤 감사인사를 받으며 헤어졌습니다.
좀전에 전화왔는데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비트바이닥터드레나 소울바이루다크리스가 땡긴다고
저한테 그 헤드폰 좋은거냐고 물어옵니다.
불과 이틀전까지 질레트 이어폰을 쓰는 제게 말이지요.
침팬지 앞에서 약해지기는 싫어서 그냥 적당히 아는 한도에서 설명해줬습니다.
니가 그거 쓰고다니면 빅뱅 좋아하는 여중생들이 다가와서
'못생긴게 왜 우리 오빠 헤드폰 따라쓰냐' 며 벽돌로 찍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사실 다른건 잘 모르거든요. 그래도 제 조언에 굉장히 고마워하는걸 보니 다행입니다.
아 근데 원래 헤드폰 사용기는 이렇게 쓰는거 아니죠?
다른 분들 보니까 뭔가 다르던데. 이제부터라도 대충 구색 맞춰서 써볼게요.
모델명 : Denon DN-HP500s
색상 : white
고음 : 질레트보다 좋네요.
중저음 : 질레트보다 뛰어나네요.
내구성 : 오늘 받은거라 잘 모르지만, 발정난 친구네 개님께서 제가 자리비운 사이 제 헤드폰을 물고 뜯고 겁탈했는데도 별탈없는거 보면 제법 튼튼한거같아요.
방한성 : 최곱니다. 한 30분쓰고 있으니 온 몸에서 온기가 후끈후끈.
부가기능 : 헤어스타일링기능. 오래쓰고 있으니 윗머리가 눌리고 앞머리가 앞으로 삐져나오며 굉장히 자연스러운 김무스를 연출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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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로 하겠습니다.
처음 써보는거라 '사용기'라 할만한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이걸 보고 헤드폰을 지르는 분이 단 한분이라도 계시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같이 질러서
다같이 행복해지고
다같이 거지가 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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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질레트 -> 필립스 로 수정합니다.
위에서 제가 말했던 5000원짜리 이어폰은 <질레트> 가 아니라 <필립스> 였네요.
둘 다 면도기 만드는 회사라 헷갈렸나봅니다. 애꿎은 오해때문에 명예가 실추될 뻔했던 질레트社에 사과드립니다.
근데 뭐
질레트나 필립스나.
면도기 잘 못 만들더만 뭐.
면도기는 도루코.
첫댓글 최근 알럽에서 읽었던 글들중 가장 명문인 것 같아요 +_+
아 글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잘 봤습니다^^
짱입니닷!! ㅋㅋㅋ
글 많이 써주세요. ㅎㅎ
전 오테 ATH-PRO5... 진짜 방한성 좋습니다.ㅎㅎㅎ
굿 ㅋㅋ어 질레트가 이어폰도 만드나 생각했네요. 질레트하면 박지성이 생각나는지라 ㅋㅋ
아. 파우치의 정체와 용도를 알아냈습니다. 근데 수치스럽게도 침팬지한테 배웠네요.
인터넷 검색 1시간만에 어느새 저랑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청음매장' 이라는 말은 어디서 들어봤는지 내일은 거기로 유학도 다녀올거라네요. 건방진...
오늘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었는데 거기도 청음매장이 있더군요. 주의하실 점은 100만원 넘는 놈들은 건드리지 마세요,,, 나중에 갈등이 심해지실겁니다.
파우치는 헤드폰 보관하는 용도인데 그거 무시했다가 나중에 단선되거나 망가지거나 하면 참 후회하게 됩니다ㅋㅋ 글이 정말 재미있네요! 종종 써주시길!!!
그나저나! 웰컴투헬!!!! 헤드폰의 세계에 들어오신 당신을 환영합니다ㅋㅋ 고가의 이어폰을 지르는 사람들은 상관업써요ㅋ 어차피 이어폰은 한계가 명확하거든요~ 하지만 헤드폰의 세계에 들어온 당신은 헤어나지 못합니다ㅋㅋ 돈은 둘째치고! 어떤 놈이 돈대비 더 좋은 성능을 뿜을지 검색하느라 당신의 모든 시간을 다 사용하게 될 것이에요ㅋㅋ 처음 헤드폰 세계에 발들여 놓고난 뒤 다음 녀석을 사기로 맘먹으면 고르는 데에 꼬박 2주 걸리더군요ㅋㅋ
음향기기에 미쳐서 5년 보낸 이 후 스스로 낸 결론은 가성비가 짱이다 입니다. 이어폰은 만원짜리 젠하이져 해드폰은 뽀대용 소니 디제이 하나 그리고 아이폰 번들. 어차피 소음 많은 외부에선 음질 따윈 개 줘버리고 집에선 오디오크리. ㅋㅋ 진짜 하나씩 지르다 보면 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기기를 사용하는 절 봤었죠.
헤드폰 첫놈을 이번에 살려고 안그래도 고민중인 사람인데요.ㅎㅎ 닥터드레 솔로hd를 살려고 하는데 고수님들 가격대비 괜찮나요?? 아님 차라리 그냥 솔로가 오히려 나을까요??
닥터드레는.... 가성비하고는 안드로메다만큼 거리가 있습니다.. 사운드 덕후들 사이에선 그냥 소리나는 헤어밴드로 불리는..-ㅅ-;; 그 가격이면 B&W사의 P5사세요 디자인 이쁘고 닥터드레같은 요다도 없구요 소재도 양가죽에 사운드도 매우매우매우 훌륭한 모델입니다 특히 입문자들이 선호하는 저음이 굉장히 고급스럽게 양감이 많아서 더욱 추천... 저음이 살짝 강하므로 아웃도어에 적합하니 다시한번 추천...입니다
닥터드레는 패션아이템이죠
아 그렇군요.ㅎㅎ좀더 알아봐야되는군요. 감사합니다. B&W알아봐야겠네요.ㅎ
ㅋㅋㅋㅋㅋㅋ이제 음악도 다양하게 넓혀보세요ㅋㅋ 비트가 난무하는 하우스의 세계로ㅋㅋㅋ
ㅋㅋ 시작일뿐입니다 골든이어스 추천드립니다... 골든이어스 회원이 되시는 순간 지갑과 카드 한도는 텅...
헤드폰 하나 사고 싶은데 추천좀 해주세요 닥터드레 말고 적당한 것으로 ㅜㅜ
닥터드레나 소울바이루다크리스가 요즘 많이 보이긴 하더군요...이 두개는 가성비는 영 별로인듯...대신 패션 간지가 좀 있죠.
저는 bose qc3 쓰는데 이 제품이 노이즈캔슬링은 거의 최고수준이라 밖에서 쓰기엔 좋더라구요. 가격이 좀 쎄서 문제...
ㅋㅋ재미있는 후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눈팅만 하지마시고 짬짬히 글 써주세요. 읽으면서 즐거운 글이네요 ㅎㅎ
저도 입문용 헤드폰 샀는데...px-200 제품.... 근데 걍 쓰던 이어폰이랑 머가 다른지,..잘모르겠던데..ㅋㅋㅋ 막귀라서 그런걸까요? ㅠㅠㅠ
볼륨을 좀 높여 들어야 차이가 납니다. 볼륨 낮은 상태에서는 다 비슷하여요
베이스나 고음 영역에서 차이를 쉽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ㅎㅎ
데논 좋져~~저도 하나 쓰고 있다는..ㅎㅎ
글을 참 맛갈나게 쓰셨네요ㅎㅎ
환영합니다 형제여. 이제 끝없는 음질에 대한 갈구가 시작돼시겠군요. 조속한 무손실 음원과의 랑데뷰를 권합니다
글 되게 잘쓰시네요. 앞으로 글 많이 쓰시면 팬이 생길 듯해요.
지름의 세계로 어서오세요. 데논에 안주하실 시간도 그리 길지 않으실 듯 합니다. 알고나면 안지를 수 없지요. ^^
zㅋㅋㅋㅋㅋ 진짜 재밌게 잘 봤습니다 ㅋㅋ
아... 지름신이 문밖에서 버튼 누르기 직전임.... 문밖에 [지름신 노크금지]라고 써놨는데.. 휴....
이런 재능이 눈팅만 하고 있었다니..
앞으로 활약 기대하겟습니다..
저도 하나 사려고 하는데 외국이어서 그런지 찾기가 쉽지 않네요ㅠㅠ 한국에서 주문한다음에 보내야할지ㅣ
음...저도 좀 있다 새로 장만할 생각인데 추천해주실분 있나요? akg430뒤에 피아톤 썼는데 다음은 뭘로 가야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