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세계사]
[보르비콩트 저택]
'태양왕' 루이 14세가
화날만큼 화려했던 신하의 저택
왕권 강화에 힘쓰던 루이 14세에게 재무장관 푸케의 대저택은 눈엣가시
공금 횡령으로 체포해 종신형 내려
저택을 지었던 건축가·예술가 불러 더 크고 화려하게 베르사유궁 개조
지난 18일 파리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보르비콩트(Vaux-le-Vicomte)' 저택에 강도가 들어 약 26억원어치의 귀금속을 훔쳐 갔다고 합니다. 궁전만큼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저택은 루이 14세(1638~1715) 집권기에 재무장관을 지낸 니콜라 푸케(Fouquet·1615~1680)가 지었습니다. 그런데 푸케는 이 저택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는데,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실권자의 오른팔이었던 푸케
'태양왕'이라 불리는 루이 14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절대군주였습니다. 그렇지만 1643년 5세의 나이로 즉위했을 때 실권은 없다시피 했습니다. 루이 14세의 모후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재상 마자랭이 실권을 잡고 있었죠.
▲ 프랑스 파리 인근에 있는 보르비콩트 저택 전경입니다. 루이 14세 시기 재무장관을 지낸 니콜라 푸케가 지었습니다. 그러나 푸케는 공금 횡령 혐의로 저택을 빼앗기고 감옥에서 생을 마칩니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이 저택을 지은 장인들을 불러 베르사유 궁전을 이보다 더 화려하게 증·개축합니다. |
푸케는 그 마자랭의 오른팔이었습니다. 푸케는 1653년부터 재무장관직을 맡았는데, 나랏돈을 관리하는 요직이었어요. 마자랭이 1661년 숨졌을 때 푸케는 재상직을 물려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였어요.
그러나 23세로 어엿한 성인이 된 루이 14세는 더는 신하들이 국정을 좌우하게 둘 생각이 없었어요. 루이 14세는 마자랭 같은 재상 없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리고 '왕권신수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절대주의 왕정 수립에 나섭니다. 루이 14세에게 푸케는 눈엣가시였죠.
◇운명의 '집들이'
마자랭이 숨지기 3년 전인 1658년부터 푸케는 자기 권세에 어울리는 대저택을 짓기 시작합니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 화가, 조경사를 불러 3개의 부락을 없앤 뒤 저택을 세우고 33㏊(약 10만평)에 달하는 정원을 꾸몄죠.
저택이 완성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마자랭이 숨진 뒤였습니다. 1661년 8월 푸케는 루이 14세를 초대해 성대한 연회를 열었어요. 일종의 '집들이'였습니다. 왕은 화려한 정원을 구경하고 불꽃놀이도 봤어요. 당대 최고의 극작가였던 몰리에르는 이날 보르비콩트에서 새 희극 '귀찮은 사람들'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립니다.
루이 14세는 자신이 사는 퐁텐블로궁보다 더 화려한 저택을 꾸며놓은 푸케의 재력에 기분이 언짢았다고 전해집니다. 루이 14세는 하룻밤 머물라는 청도 뿌리치고 이날 밤 퐁텐블로궁으로 돌아갑니다.
운명의 집들이로부터 3주 뒤, 푸케는 왕실 경호원 달타냥에 의해 체포됩니다. 재무장관으로 있으면서 공금 횡령을 통해 재산을 불렸다는 혐의였죠. 푸케는 횡령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3년에 걸친 재판 끝에 유죄 판결을 받았어요. 판사는 푸케에게 국외추방령을 내렸어요. 그러나 루이 14세는 이 판결을 뒤집고 종신형을 내립니다. 법 위에 국왕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죠. 푸케는 15년 동안 옥살이를 하다가 숨집니다.
◇"더 화려하고 더 큰 궁전을 만들라"
루이 14세는 보르비콩트를 설계한 건축가 루이 드 보, 실내장식을 맡았던 예술가 샤를 르 브룅, 정원 조경을 맡았던 조경사 앙드레 르 노트르를 불러 베르사유궁 확장 공사를 맡깁니다. 1624년 처음 지어진 베르사유궁을 대대적으로 증·개축한 것이죠. 당대 최고의 장인을 모아 보르비콩트보다 더 화려하고 규모가 큰 궁을 만든 겁니다. 루이 14세는 1682년 베르사유궁으로 거처를 옮기죠.
루이 14세는 시간이 흐른 뒤 보르비콩트를 푸케 부인에게 돌려줍니다. 이후 여러 주인을 거쳐 지금은 보귀에(Vogüé) 가문이 소유하고 있어요. 보르비콩트는 1968년부터 일반에 공개되면서 매년 30만명 가까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삼총사'의 달타냥은 실존 인물… 루이 14세 왕실 경호원이었죠]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와 '철가면'에 등장하는 달타냥은 실존 인물 샤를 달타냥(1611~1673)을 모델로 했습니다. '삼총사'에서 달타냥은 당시 프랑스 정예부대였던 총사대 소속으로 묘사되는데, 실제로도 총사대에서 활약했습니다.
달타냥을 신뢰했던 루이 14세는 푸케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달타냥에게 푸케를 감시하도록 합니다. 푸케가 간수에게 돈을 쥐여주고 도망칠까 걱정했거든요.
달타냥은 1667년 릴의 영주가 됐지만, 전장에 나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1673년 네덜란드와 벌어진 마스트리흐트 공성전에 참전했다가 총탄에 목숨을 잃습니다.
윤서원 서울 성남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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