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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는 무덤의 풀을 베어서 깨끗이 하는 것.
추석에 조상의 무덤에 가서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 주는데 이를 벌초라 한다.
옛날 조상의 묘를 풍수설에 의하여 명당에 쓰기 위하여 몇 십리 먼 곳에까지 가서 쓰는 수가 많았고,
또 묘를 쓴 다음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묘가 집근처가 아니라 먼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추석을 맞이하여서는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이 자손의 효성의 표시와 도리로 여겼다.
한가위 때에 성묘를 와서 벌초를 안했으면 보기에도 흉할 뿐만 아니라 불효의 자손을 두었거나 임자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 2 ) 성묘
조상의 무덤을 찾아가 돌보는 일. 전묘·배분·배소례·상묘의라고도 한다.
주자의 《가례》에, 성묘는 묘제의 한 부분으로 되어 있으나, 본래는 성묘에 제례의 절차가 합쳐져 묘제로 발전한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에서 성묘는 봄·가을에 묘를 손질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가 당나라 이후에 봄의 성묘는 한식, 가을의 성묘는 10월 1일로 고정되었고,
그 뒤 제례의 형식이 첨가되어 묘제로 발전하였다.
한국의 경우 대체로 16세기 중반까지는 성묘가 묘제와 관계없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가례》의 영향에 따라 묘제의 형식으로 발전한 것으로 짐작된다.
성묘의 형식은 분묘의 손질과 배례로 나누어지며, 주로 설·한식·추석에 행해진다.
설에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는 인사를 조상의 묘에 고하며,
한식에는 겨울 동안 무너진 산소를 살펴보고, 추석에는 햇과일과 곡식을 조상께 바치는 의미를 가진다.
( 3 ) 차례
추석 이른 아침에 사당을 모시고 있는 종가에 모여 고조까지의 차례를 지낸다.
차례 지내는 절차가 설날과 다른 것은 흰떡국 대신 메[밥]를 쓰는 점이다.
조상에 대한 추원 보본과 천신제를 겸하였기 때문에 제물은 신곡으로 만들어 진열된다.
고조 이상의 윗대는 10월에 시제라 해서 묘에서 제사를 지낸다.
3.추석에 먹는 음식
1)송 편
가장 먼저 나오는 햅쌀로 빚은 송편은 오려송편이라 하여 조상의 차례상과 묘소에 바쳤다.
색에 따라 흰송편, 쑥송편, 송기송편으로 구분하고 소의 종류도 팥고물, 밤, 풋콩, 대추, 깨고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2)토란탕
토란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이므로 토란탕을 끓이거나 쇠고기를 섞어 맑은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3)화양적
햇버섯, 도라지, 고기 등을 조미하여 볶아서 꼬챙이에 꿰어 만든 누름 적이다.
4)닭 찜
햇닭에 살이 올라 한참 맛이 있는 계절이므로 집에서 키우던 닭을 다른 채소와 합하여 요리하였다.
5)햇 밤
햇밤으로 밤밥, 다식, 율란, 밤초 등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6)백주와 황계
제사를 지내려면 술이 꼭 있어야 하는데, 추석술을 백주라고 하여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라고도 하였다.
또 추석 음식 중 황계를 빼놓을 수 없다. 봄에 깬 병아리를 기르면 추석때에는 성숙해져 잡아 먹기에 알맞으므로 명절에 맞추어 길렀다가 추석에 잡아 쓴다.
4.추석에 하는 각종 행사
1) 강강술래
서남해안지역에 전승되는 추석놀이의 대표적인 부녀자들의 놀이이다.
이 강강술래는 수십 명의 부녀자들이 밝은 달밤에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노래하면서 춤을 추는데,
놀이의 구성은 늦은강강술래, 중강강강술래, 잦은강강술래로 되어 있으며, "강강술래"라는 후렴구로 받는 소리를 하면서 원무를 하고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부수적인 놀이로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나
남생아 놀아라, 청어 엮자, 청어 풀자, 지와 밟기, 덕속몰기, 쥔쥐새끼놀이, 문열어라, 가마등, 도굿대당기기 등이 있다.
이 같은 놀이를 번갈아 하면서 밤새 논다.
2) 줄다리기
한반도의 중남부 지역에 가장 널리 분포되었으며,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하는 대동놀이이다.
두 패로 나누어 굵은 줄을 서로 당겨 자기 편으로 끌어온 쪽이 이기는 경기 또는 놀이인 줄다리기는
예부터 대개는 정월 대보름날에 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5월 5일 단오절이나 7월 보름날 백중절에 하였다.
한 고을이나 촌락이 서로 나누어 집집에서 모은 짚으로 새끼를 꼬아 수십 가닥으로 합사한 큰 줄을 한 가닥으로 하여 다시 여러 가닥으로 꼬아 굵은 줄을 만들고
,줄에는 손잡이 줄을 무수히 매단다.
줄머리에는 양편 모두 도래라고 하는 고리를 만들어 연결하며 중앙에서 동서부의 고리를 교차하여 그 속에 큰 통나무를 꽂아 동서부의 줄을 연결한다.
마을 사람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참가하여 줄을 당기어 승패를 겨룬다.
3) 씨름
개인놀이, 상대놀이, 소집단 놀이, 대동놀이로도 존재하였던 씨름은 단오와 백중 그리고 추석, 정월대보름에 행해졌다.
힘께나 쓰는 사람들은 씨름판을 벌이는데, 어린이들은 아기 씨름을 하고 장정들은 어른 씨름을 한다.
잔디밭이나 백사장에서 구경꾼에 둘러싸여 힘과 슬기를 겨루게 된다.
씨름에서 마지막 승리한 사람에게는 장사라 부르고 상으로 광목, 쌀 한가마 또는 송아지를 준다.
4) 활쏘기
서정에 모여 일정한 거리에 과녁을 만들어 놓고 활을 쏘아 과녁을 맞추는 경기이다.
활쏘기는 상무정신을 기르게 하고 심신을 단련하게 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여러 궁사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쏘아 과녁에 맞으면 지화자 노래를 부르면서 격려하고 축하를 해준다.
5) 가마싸움
일명 자메쌈 또는 가마놀이라고도 하며 학동들의 놀이이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각 서당의 학동 중 대표를 뽑아 총사로 삼고 각기 가마와 기를 만들며 가마싸움을 하는데 마을 주민 모두가 나와 응원을 하고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한다.
총사의 지휘에 따라 접전을 하며 전진하고 후진하고 좌우로 빙빙 돌다가 틈만 있으면 뚫고 들어가 가마와 가마를 부딪게 하거나 발로 가마를 차고 부순다.
또 적군의 기를 많이 빼앗으려고 한다. 승리한 측은 빼앗은 기를 높이 들고 기세도 당당하게 마을을 다시 누비고 다닌다.
6) 소먹이놀이
설에도 행해지는 놀이로 거북놀이와 비슷하나 이 놀이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들어 있다.
중부지방에 널리 퍼져 있으며 황해도 일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놀이는 두 청년이 궁둥이를 서로 맞대어 엎드리면,
그 위에 멍석을 덮어 씌워 앞쪽이 되는 한 사람은 두 개의 막대기를 각각 손에 드는데 이는 소의 뿔을 나타내는 것이고,
뒤쪽 사람이 든 한 개의 막대기는 소의 꼬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멍석을 덮어 쓰고 뿔과 꼬리를 내놓은 채 소걸음으로 걸어가며 다른 한 사람이 이 소를 끌고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집 주인이 내어 놓는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다.
7) 반보기
추석이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일자와 장소를 미리정하고 만나는 것을 반보기라 한다.
옛날에 시집간 여자들은 마음대로 친정 나들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녀 사이에 중간 지점을 정해서 서로 즐기는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 한나절 동안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회포를 푸는 것이 반보기인 것이다.
또 한 마을의 여인들이 이웃 마을의 여인들과 경치 좋은 곳에 집단으로 모여 우정을 두터이 하며 하루를 즐기는 수도 있다.
이 때에 각 마을의 소녀들도 단장하고 참여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며느릿감을 선정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반보기란 중로에서 상봉했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