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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2012년
(요약)
실연당한 그 남자 앞에 놓인 다양한 죽음들! 국제적인 광고회사 M&C Saatchi.GAD를 설립한 다니엘 포르의 첫 소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블랙코미디로, 제목 그대로 ‘죽음’이 한 페이지에 하나씩 등장한다. 주인공에게 떨어진 처절한 이별 통보. 실연의 상처를 안고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일상에 수많은 죽음이 개입한다. 아버지, 학교 동창, 옛 애인 등의 주변 인물들부터 온갖 종류의 동식물, 그리고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죽음이 잇따른다. 직접 죽음을 목격하지 않더라도 그의 곁에는 늘 죽음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실질적인 죽음을 비롯하여 시간, 아이디어, 자본주의, 과거의 나 등 관념적인 죽음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줄거리
'나'는 남자다. 여자친구 마리 아네스한테 차였다. 별 볼일 없는 인간, 실패작, 거리에 나가면 지천으로 널린 남자라는 말과 함께. 앞으론 좀 더 자주 씻는 게 좋을 거라는 충고도 받았다. 특히 겨드랑이를 신경 쓰라고 콕 집어주기까지 했다. 어찌어찌 여자친구 집을 나와 길을 건너는데 등 뒤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돌아보니 10초 전에 서 있었던 여자친구가 사는 아파트 정문을 어떤 차가 들이받은 상태였다. 운전자는 토마토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주변에서 처음 발생한 죽음이었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여자친구의 새 남자친구였다. 양다 리였는지 새 남자친구가 생겨 차인 건지는 모른다. 아무 튼 여자친구에게는 남자가 또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후로 주변에서 수많은 죽음을 만나 게 됐다. 아버지, 친구의 여자, 옛날에 사귀었던 여자친구, 관리인의 남편, 심지어 집에서 사용하던 전화기까지 죽었다. 죽은 것들의 색인을 살펴보면 가장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소, 시간, 신, 세포, 허약한 남자로서의 삶 까지 참으로 다양한 것의 소멸,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은 한 페이지에 하나씩 등장한다(책제목처럼 페이지마다 죽음이 하나씩 등장한다). 죽음은 지천에 널려 있다고, 그까짓 실연이 뭐 대단하냐고 말하는 것처럼.
"아이디어란 그 자체로는 죽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p. 29)",
"나 또한 혼자다. 신은 죽었다. 니체가 죽였으니까. 내가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게 비결이다. "(p. 46)
이야기를 내용을 따라가기 보다는 고딕체로 굵게 표시된 죽음에 관한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저자가 먼저 죽음에 관한 단어를 던져 놓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나'는 결국 전 여자친구 마리 아녜스와 다시 시작한다. 그동안 헌옷을 버리고 새 옷을 샀고, 스포츠센터에 등록 하고 말린 생선과 알약과 술에 집중한 식단 덕분에 근육질 몸매를 갖게 됐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 모양도 바꿨다. 물론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서 부자가 되겠다는 계획은 영감이 영 협조를 해주지 않는 바람에 이루지 못했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겠단 계획을 실천하다 성전환수술을 해 여자가 된 남자와 잠자리를 하게 되긴 했지만.
작가 다니엘 포르는 국제적인 광고 회사 M&C SAATCH I.GAD를 설립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데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파리에서 생활한 사람답게 책 곳곳에 프랑스 작가, 배우, 문화에 대한 비유가 빈번하게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