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샤데이(클리앙)
2023-11-26 23:13:09
엄마의 기억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가물가물해지는 것 같아요.
반 알이었던 약을 한 알로 올리고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먹는데
밤이 되면 자다 깨다 반복. 잘 때 제가 모르는 많은 일들을 하시는 듯해요
일단 스마트폰으로 언니와 오빠에게 전화를 하는데,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시니 전화 걸고, 전화오면 받지 못해
서로에게 스트레스 인 것 같아요.
전화번호를 지우고 제 번호와 엄마 전화번호를
아들 이라고 저장하니 전화로 식구들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졌어요.
조작하실 수 있는 효도폰으로 당근마켓에서 알아보는 중이고
그때 다시 번호를 입력하려고 해요.
지금 이 시간, 핸드폰에 열심인 엄마,
얄미운 큰언니 번호만 남겨두었더니
몇 번 전화한듯해요. ㅋㅋ 그래도 강적인 큰언니는 전화를 안 받고,
아예 무음으로 해 놓아서 스트레스도 없는듯요
서로에게 애증인 엄마와 큰딸
잡고 잡히는 관계인 듯해 관전하는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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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릴 때 주차자리는 입구와 멀고, 그나마 경차자리..
입구 앞 자리는 장애자 자리인데
장애자인 엄마는 운전을 못하시니
소용없어요. 보호자의 차 또는 장애자를 태운 차는
아무런 혜택이 없군요..
그래서 되도록 장애자 옆자리 또는
빈자리를 찾아 주차하고
엄마가 하차하고 있어요.
만약 다리만 안 좋으시다면 잠깐 먼저 내리시고
기다리시면 되는데, 치매4급이시다보니 혹시
움직이실 까봐, 몇 번이나 신신당부 해도 따라오시니
하차할 때마다 쉽지 않네요^^*
저도 왼쪽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을 때
주차를 잠깐 장애자 자리에 했을 때 바로 신고 당해서
벌금 많이 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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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하시는 바람에..
어제, 오늘은 특히 일본어를 많이 하세요.
엄마의 기억은 현재 일본일 때도, 제주도일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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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을 숨기는 엄마, 싱크대에 칫솔꽂이를 두어,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음식 먹을 때 흘리는 엄마, 방수 앞치마를 가지고
다니며 앞치마를 하고 있어요.
귀가 어두어지면 촉감, 미각에 민감해지는지
추워, 앗 뜨거, 앗 차가워, 미지근해, 매워
자주 하시는 말씀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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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혼자 보낸 적이 많다고 하시며, 푸념하신 적 있어서
매일 저녁 생일 파티를 하고 있어요. 케이크, 84라는 숫자 초에 불을 켜고
불을 끄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요. 저당 무가당
케이크를 매일 저녁 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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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일에 혼자인 적 많다 하지만
자식들도, 나이 들면 자식들이 안 모신다,
자식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자식들을 위한 삶보다는 자신의 삶을 택했던 엄마 덕에
결혼할 때도, 아이 낳을 때도, 아이로 인해 즐겁고 행복할 때도
이혼할 때도, 아플 때도.. 자식들은 각자도생 해야 했죠.
라는 생각에 서글퍼지긴 해요..
이래저나 저래나.. 부모 자식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첫댓글 댓글 중---
하루한알
치매가 일본어라 대체하려고 하긴하더라구요
일본에서는 이제는 안쓰는 단어이기도 하고
인지장애증이라고 하려고 하기도 하고 대체어를 찾는중인거같기도 하더군요
알츠하이머나 인지장애는 치료가 안되다보니 더 두려운거같습니다..
샤샤데이
@하루한알님 노망 인가요. 영어로 세컨드 차일드후드 던데.. 치매라는 단어까지 이래저래 신경쓰고 싶지 않네요^^*
BB-8
영화 더파더 가 관련 영화인데
정말 최고로 끔찍한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ㅠㅠㅠ
샤샤데이
@BB-8님 치매환자 입장에서 본 영화군요. 기억이 뒤섞이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어릴적 얘기 많아하시고 엄마의 아버지(한번도 본적 없는데, 그 전엔 술많이 드시고.. 원망 많이하셨는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시네요. 그 어린 엄마의 모습이 더 좋기는 해요. 내일은 그와 관련된 글을 쓰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