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8.mp3 2.60MB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
우리 교회에서 소중하게 쓰는 단어 중에 하나가 ‘순명’입니다. 인간의 뜻에서 하느님의 뜻, 교회의 뜻을 따르는 덕을 말하는데 사실 말이 그렇지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봉사자로 불리는 수도자, 성직자들 삶의 바탕이 되는 복음삼덕 ‘정결, 청빈, 순명’입니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제일 힘들고 중요한 것이 ‘순명’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뜻이 합리적이고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순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불평, 비방, 분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며 순명하신 성모님의 정신을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한 대답으로 한 여인으로서의 소박한 한 삶을 접으신 것입니다. 사람의 일생에서 가정이 주는 행복은 큰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며 당신의 아들을 위해 십자가의 삶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인간의 지혜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라는 질문과 함께 하느님을 믿는 마음으로 순명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의 질문과 답대로 살면 우리는 사실 편합니다. '성모님께서 요셉과 결혼한 몸이다.'라는 것을 내세워 동정이심을 부인하기가 더 쉽습니다. 개신교의 일부의 주장대로 성모님께서 맏아들 예수님 외에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 그리고 딸들을 주렁주렁 나았다고 하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교회도 곤혹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하와가 저지른 하느님께 대한 불순명(창세 3,6)을 성모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주님의 종으로 낮추셔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그리고 유월절에 부모와 함께 예수님께서 성전에 올라가셨다면 동생들과의 오순도순의 이야기도 분명히 성서기자는 덧붙였을 것입니다. 십자가의 외로운 죽음 앞에서 어머니와 함께 형제들과 누이들이 그 순간을 함께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와 여러 여인들의 소개는 있어도 가족들은 소개되지 않은 것입니다.
교회가 어려움을 겪으며 성모님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사실, 성모님께서는 동정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모님께서는 동정이시고 예수님을 외아들고 두셨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순명은 우리 신앙의 삶에 바탕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큽니다. 하와가 겪었던 세상의 유혹의 순간도 있는 것입니다. 하와를 유혹했듯 세상은 성모님을 사랑하는 우리를 여러 가지 달콤함의 속삭임으로 유혹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인간적이고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데 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접근합니다. 때로 우리는 그 속에 말려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의 유혹은 우리를 그럴싸한 사탕발림으로 우리를 끌어 당길 수는 있어도 그곳에는 성모님께서 천사로부터 인사말로 들은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라는 말씀이 없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 순명하여 예수님의 어머니도 되셨고 그분의 일생에 함께 하시며 구원에 참여하신 것입니다.
요즈음 세계적인 두려움과 관심 중에 하나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입니다. 일찍이 평화에 이러한 위기를 맞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우리교회의 주보이신 원죄없으신 성모님께서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서 주님께 간구해주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가정은 비록 투닥이기는 해도 갈라지거나 튀처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 예가 성모님께서 안계신 개신교에는 갈라지기도 잘하고 튀쳐 나가기도 잘합니다. 어머니께서 계신 우리나라는 서로 싸울 수는 있어도 서로 죽이지는 않습니다. 성모님 대축일에 특별히 나라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세상의 뜻을 따르기보다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성 모님께 청하며 성모님의 기쁨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신앙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느님께서도 원하시지만 진정한 평화와 사랑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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