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0711 저녁, 금강폭포를 찾아

[범고개]

4시에 지원청에서 있은 학습동기강화 연찬회는 논란이 있지만

빨리 끝난다. 부진 학생(요즘은 느리게 배우는 학생이라고 하더라)에 대한

책임지도를 학습은 학교에서 하고, 동기와 정서 부분은 청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MLST검사 결과 잠재형이나 정체형 학생들에 대해 지도 대상 학생으로 통보하고

전문 상담사들의 지도를 요청하라는데 일선 학교에서 반응이 없다고 하자

몇 교사들은 교육청이 왜 강제성을 갖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학교와 행정기관의 소통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업의 연혁이나 의도, 그 방안과 실행 행동에 관한 구체적인 안내도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학습부진아는 삶에 실패하는가?

학습부진은 한 인간의 삶에 어던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

대기만성 이런 말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교총회장 선거에 간여한 교감단 회장이 차 한잔 하자고 하고

윤성이가 담배 피우는데 같이 가자고 하는데 난 금강산에 도사 만나러 간다고 휭 나온다.

춘달이나 윤성에게 조금 미안하다.

금강저수지 끝에 차를 세우니 5시다. 공사 중인 개천 때문에 주차장이 좁아졌다.

몇 사람이 지나는데 난 속옷을 보이며 옷을 갈아입는다.

요즘 장마로 비가 왔다하니 어쩌면 금강폭포를 볼 수도 있겠다면 서두른 길인데

막상 금강계곡엔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만 있다.

세치 얼음이 하루 아침에 얼지 않는다더니, 계곡의 하얀 폭포도 하루 이틀의 비로는 역부족인가?

몇 남자가 지나며 해남읍 사람들은 이 산이 있어 복받은 거라는 말을 한다.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운동하며 내려오는 이들을 더러 만난다.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난 고개를 숙이고 앞만 보고 간다.

체육공원 아래 삼거리 못 미쳐 금강산성 안내판에서 금강샘 쪽으로 오른다.

지난 번에 한 개만 보았던 하늘 말나리를 여러 개 본다.

페북에 슨 홍선배의 말을 되새기며 다른 곷도 찾아보지만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내 눈이 좋지 않아서겠지.

30분 가량 걸었을까, 지난 번 걸으며 약간으 오르막에 바위골을 봐 둔적이 있는 곳에서

그쪽으로 들어가 본다.

사람 다닌 흔적이 보이고 산딸기덤불이 가로 막는다.

긇힌 정갱이가 염려되어 피한다.

물이 조금 고여 있고 바위를 타고 물이 흘러간다. 위 아래 두군데의 바위가 경사져 물이 많으면

폭포 모양이 될 것도 같다.

푸른 이끼 낀 폭포를 보고 나와 천천히 걸어 금강샘에 이르니

금강샘도 물이 찔끔이다.

쉬지 않고 바로 나무 계단을 지그재그 오른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능선 삼거리에서 작은 패랭이를 만난다.

정상 앞 삼거리에 서니 지난 번보다는 안개가 덜하다.

정상에 가니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보온병으로 잔을 부으며

커피하시겠느냐고 한다. 마시고 싶은데 잠을 못 잔다고 사양한다.

에이스 과자 두 개를 얻어 먹는다.

어느 동네 말씨인지 모르겟다고 하자 여기저기 떠돌아 그렇다고 한다.

해남엔 5년전에 왔다고 한다.

나의 종아리를 보고는 어디로 왔냐고 묻는다. 오늘이 아니라

며칠 전 새벽 월출산에서 긇힌 상처라고 하자 자기도 보길도에서

길 아닌 곳에서 땅벌의 공격을 받아 혼났노라고 한다.

골프 이야기를 하며 그 연습장의 동호인들과 제주여행 가기로 했다고 한다.

먼저 내려온다. 무너진 금강산성을 따라 내려오며 흐린 해남읍을 본다.

해가 져 가며 아파트의 하얀 벽을 더 보여준다.

우정봉 삼거리 이정표를 다 와가는데 한 여성이 혼자 놀라 내옆을 지나간다.

뻣뻣한 취나물 작은 잎을 뜯으며 내려온다.

오른쪽 발목이 신호를 보내온다. 일요일 지리산행이 걱정도 된다.

채 두시간도 걷지 않았는데,

얼마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졌는지도 모르지만 뼈마디가가 많다는

발이 은근히 걱정된다. 아니 어쩌면 난 발이 묶여야 하지 않을까.

키를 맞춰 이파리 위로 핀 자귀나무 술곷으르 보며 다리를 건너니 7시 25분이 되어간다.

물을 마시고 얼굴을 씻고 물을 채워 차로 돌아온다.

학교에 오니 8시가 넘는다.

텃밭에 가 이파리를 따고 냉동실에서 고기를 꺼네 데워 먹는다.

술이 생각나지만 사러가기 싫어 2년 후에 개봉하라는 도라지술병을 또 딴다.

혼자서 즐기고 나니 밥 먹는 시간이 한 시간이나 걸린다.

[동백꽃신사]

나도 언제 데리고 가 주삼.
부지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