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Galápagos 섬에서
이 선
갈라파고스 섬에는 파란 발의 새가 산다
바다코끼리를 향해 활을 겨누는, 원시사내의 팔뚝에
조개를 삼킨 새가 부리를 닦는다
“달빛 잎눈이 점점 어두워가요, 초록바다에 지쳤어요”
맹그로브나무 그늘에 누워, 원시여자는 맨발로
벌거벗은 원시사내의 무성한 가슴털을 헤집으며 투정한다
“들꽃이 시들었구려, 비단뱀 옆구리에 기대어 낮잠을 청해봐요”
원시사내는 원시여자의 조그만 발을 쓸어당긴다
(사내의 거친 숨소리, 주술처럼 여자는 눈을 감고)
(열아홉 개 작은 섬, 슬몃슬몃 눈을 뜨고)
‘날개가 퇴화한 코바네우 전설’을 들려주는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 거북이, 귀를 쏭긋쏭긋
다윈의 노란 손바닥책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핀치 새가 베로~롱 베~롱 쫑쫑
낮잠꾸러기, 이사벨라섬을 깨우러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첫댓글 신비의 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