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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22장,
그들은 동해안의 해변도로를 따라서 강릉까지 올라온다.
해변마다 피서객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비가 오지 않는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서 바다로 달려 나온 사람들이다.
재원은 한참을 그들을 바라본다.
연인끼리 온 사람들도 눈에 많이 뜨이지만 가족끼리 피서를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온 사람들, 형제자매들의 온 가족들이 함께 와서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재원이는 부러워한다.
저런 삶을 단 한 번도 살아오지 못했던 재원이는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삭막했던가를 깨닫는다.
“재원씨!
뭘 그렇게 바라보고 있어요?“
아까부터 재원이가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선애라가 묻는다.
“애라!
부모님과 저렇게 피서를 즐긴 적이 있었어?“
“그럼요!
방학이 되면 오빠하고 엄마 아빠 그리고 큰집가족들과 동해안은 아니지만 서해안 쪽의 갯벌 체험도 하곤 했었지요.“
“아, 그랬구나!
보통의 가정이 그런 식으로 피서를 즐기고 있는 것이구나!“
“재원씨는 피서를 즐겨보지 않았어요?”
“그럴만한 여유도 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와 단 둘만의 삶, 언제나 힘들게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엄마에게는 피서라는 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을 거야!
나 또한 그런 것은 알지도 못하고 오직 작은 방에서 엄마가 일을 하고 돌아오실 때를 기다리며 보내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랬군요.
사실 그런 가정들이 많다는 것을 나이를 먹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보면 피서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 나도 그렇게 지독한 가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곤 했지.
형제도 없이 하루 종일 기다리는 것은 일에 지쳐서 돌아오시는 엄마였지.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지치고 힘들게 일을 하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지금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었고.“
재원은 잠시 엄마를 떠올려본다.
지금까지 피서는커녕 이런 바다조차 구경도 해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어머닌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서 세상을 살아가시는 분이야!
당신의 삶이 오직 아들인 나 하나만을 위해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살아가시는 그 모습이 때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솔직히 때로는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
재원은 눈을 먼 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한다.
“내가 겨우 세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닌 그때부터 아들인 나 하나만을 위해서 지금까지 온갖 고생을 하시며 그 고생 역시 즐거움과 보람으로 생각하시며 살아가시는 분이시지.
이런 내가 결혼을 한다면 과연 잘 살아갈 수가 있을지.............“
선애라는 어떤 말로 어떤 대답을 할 수가 없음을 느낀다.
“우리 어머닌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아들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도 인정을 하고 있지.
또한 당신의 희생으로 이 정도의 부를 얻을 수 있었기에 아마 어머닌 며느리에 대한 요구도 당당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
“애라!
당신을 사랑하면 할수록 당신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어머니의 모든 요구가 당신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
“재원씨!
아마 세상의 모든 시어머니들이 거의 같을 것입니다.
당신 아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나고 똑똑하기에 며느리에 대한 꿈을 꾸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둘이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뜻을 받들어 드린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극복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서로가 사랑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어머니도 이해를 해 주실 것이고 또한 손자를 보시게 된다면 손자의 재롱으로 조금은 편안한 여생을 즐길 수 있는일이 아닌가요?“
“그래, 아마 손자를 보시게 된다면 분명히 변하실 것이야!”
재원이는 희망을 본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어머니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애라!
여행이 끝나고 나면 우리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야겠다.
어머니의 허락을 얻고 나면 아마 무척이나 행복한 마음이 들 것 같아!“
“당신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크시기에 아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또한 최선을 다해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재원이는 어떨 결에 청혼을 한 모습이 된다.
“지금 내가 당신에게 청혼을 한 것인가?”
“호호호................
이런 청혼이 어디 있어요?
이것은 청혼이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라는 소리를 내며 웃지만 그 모습이 행복하다는 몸짓이다.
“그래, 누구보다 멋진 청혼을 해야겠지?”
재원은 가만히 애라의 손을 잡는다.
“재원씨!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어머니도 사랑하고 받들며 살아갈게요.“
“고마워!
당신의 그 아름다운 마음을 우리 어머니도 알아주실 거라고 믿어!“
그들을 그 바다를 바라보며 서로의 사랑을 더욱 굳게 확인을 한다.
“이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한 우리의 사랑은 변치 않겠지?”
“네!
이 바닷물이 영원한 것처럼 우리의 사랑 또한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요.“
선애라는 재원이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선애라는 여행하는 동안 같은 방에서 자면서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않고 참아주는 재원이 더욱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강원도에서 이박삼일을 보낸다.
부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강릉에서 또 하루 그리고 속초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서울로 돌아온다.
사박 오일의 예정이었지만 출근을 해서 피곤할 것과 엄마가 기다리는 것을 생각해서 하루를 앞당겨 돌아온다.
매일 엄마와의 통화에서 엄마가 힘들어 한다는 것을 느낀다.
거의 밤잠을 주무시지 못하고 계시다는 걸 알고 하루 일찍 돌아간다.
"애라!
예정보다 일찍 들어가게 돼서 미안해!
서운하지 않겠지?"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께서 얼마나 적적하시고 외롭겠어요?"
"아직 나하고 떨어져 보신 적이 없어서 더 그러시는 것이지.
이제 차츰 조금씩 숙달이 되시면 괜찮아지시겠지?"
"그러시겠지요.
내 걱정하지 말고 어머니를 잘 살펴드리세요."
"나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지?"
"네!
당신을 믿어요.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당신을 믿고 있어요."
"고마워!
그리고 편안하게 잘 자!"
재원은 애라를 아파트 현관까지 데려다 준다.
애라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보고 차를 출발한다.
이미 늦은 저녁이다.
애라와 함께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지만 엄마는 아직 일을 하고 계실 것을 생각해서 엄마가 좋아하는 만두를 산다.
평소에 만두는 무척이나 좋아하는 엄마의 식성이다.
어쩌다 가끔 생각이 날 때면 사 들고 가기도 하는 만두다.
엄마는 아무리 늦은 밤중이라도 만두를 보면 먹지 않고는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만두를 좋아하신다.
재원이는 만두를 사고 나서 시간을 본다.
이제 엄마가 거의 일이 끝날 시간이 된다.
엄마의 휴대폰을 누른다.
잠시 발신음이 떨어지고 두어 번의 신호음이 가고 나서야 엄마의 음성이 귓전에 날아든다.
"우리 아들!"
"엄마!
아직 퇴근 전이세요?"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
어디야?"
"저는 이십분이면 집에 도착합니다."
"오늘 오는 거야?
내일 오는 날 아니고 오늘 온다고?"
연숙의 음성은 날개가 돋친 듯 날아다닌다.
"네!
엄마가 좋아하시는 만두를 사 들고 갑니다."
"알았어!
엄마도 끝마치는 대로 바로 뛰어갈게!"
연숙의 얼굴에는 웃음이 환하게 피어난다.
"재원이가 오늘 와?"
효민이는 일을 하면서도 연숙이 아들과의 통화하는 것을 듣는다.
"그래!
이십분이면 도착을 하니까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하겠네!"
"그래?
그럼 우리도 더 부지런히 하고 가자."
두 여인의 손길은 더욱 빨라진다.
연숙은 아들이 없는 집이 얼마나 썰렁하고 쓸쓸한지 처음으로 겪어본다.
지금까지 단 하루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고등학교 이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는 것 이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때는 당연히 보내야 하는 것이기에 또한 학교에서 모두 함께 가는 것이기에 이박삼일을 기다렸다.
엄마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단 한 번도 없었고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난 아들이다.
미리 말을 하지 않고 하루 전날 통고를 하듯 얘기를 하고 떠난 아들의 여행이 내심 서운하기도 했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어디에서 잠을 편안하게 자는 것인지 뭐라고 제대로 챙겨먹고 여행을 하는 것인지 머릿속은 온통 아들 생각뿐이었다.
효민은 그런 연숙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연숙아!
나머지는 내가 하고 갈 테니까 어서 너 먼저 가!"
"그래도 되겠어?"
"그럼, 거의 다 했고 정리만 하면 되니까 내가 혼자 해도 충분해!
마음 급하니까 어서 먼저 나가!"
"효민아!
정말 고마워!
늘 너한테 신세만 진다."
"친구사이에 신세가 어디 있어?
아들이 며칠 만에 돌아오는데 마음이 급하지 않겠어?
어서 가!"
연숙은 효민이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다.
늘 자신의 편리를 봐주곤 하는 효민이다.
말없이 자신의 편이 되어주면서 많은 것을 도움을 주곤 한다.
그런 효민이 때로는 언니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숙은 서둘러 퇴근을 한다.
발걸음이 아주 가볍다.
날아갈 듯이 가벼운 발걸음이다.
저절로 콧노래도 나올 것만 같다.
연숙은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서 간다.
아파트를 들어서면서 자신의 집을 올려다본다.
불이 켜져 있다.
아들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연숙은 마침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수를 누른다.
오늘 따라 엘리베이터가 늦장을 부리는 것만 같다.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늦다는 생각을 하며 멎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일각이 여삼추다.
급한 마음에 비해서 속도가 느린 엘리베이터가 오늘따라 더디다는 생각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층수에 멎는다.
문이 열리자마자 내려서 막 키를 넣으려고 하는데 문이 열린다.
"아들!"
"지금 모시러 나가려고 나오는 겁니다."
"어서 들어가자.
우리 아들 얼굴을 환한 곳에서 봐야지."
연숙은 거실로 들어가 아들의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어디 다친 곳은 없나 얼굴이 해쓱해지지나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얼굴이 많이 수척해진 것 같다.
우리 아들이 여행을 하느라고 힘이 들었나보다."
"엄마!
무척 편안하고 재미있었어요.
엄마를 두고 혼자 가서 미안스러웠지만 아주 좋았습니다."
재원은 엄마가 자신은 놓지 않자 슬그머니 엄마를 밀어내며 주방으로 간다.
"엄마!
시장하시죠?
만두를 사왔어요."
"만두보다는 우리 아들의 얼굴을 보니 배가 부른 것 같다."
"엄마!
만두를 드시면서도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어서 그리 앉으세요."
재원은 이미 식탁에 만두와 간장 그리고 작은 접시들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언제 이런 것을 다 준비를 했어?
피곤한데 엄마가 오면 할 텐데 그냥 두고 쉴 것이지."
"엄마!
집에 오셔서 식사도 하지 않으셨지요?"
"그냥 대충 먹고 왔지."
"그러다 쓰러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요?
힘든 일을 하시면서 한 끼라도 부실하게 드시면 바로 몸으로 나타나시는데 제대로 드셔야 하잖아요?"
"솔직히 네가 없으니 입맛도 없어서..........."
"제가 오래 있다가 오는 것도 아닌데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시면 어떻게 제가 결혼할 수가 있겠어요?"
"네가 결혼을 한다고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잖니?
한 집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살 것인데 뭐가 걱정이야?"
"엄마!
시장하신데 어서 드세요."
재원은 더 이상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주고 싶지 않다.
며칠 동안 엄마는 집에서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방에 음식을 한 흔적도 없다.
효민이 아줌마하고 대충 그곳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을 것이라는 걸 짐작 할 수가 있다.
재원은 그런 엄마가 안쓰럽다.
자신이 없으면 늘 엄마는 모든 것이 대충이다.
당신의 건강조차 챙기지 않는다.
엄마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잘 안다.
허지만 언제까지고 엄마의 품안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선애라를 사랑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아껴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은 선애라다.
그런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엄마가 어떻게 하면 선애라도 자신처럼 사랑하실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재원은 많은 생각을 한다.
출근을 하면서도 엄마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엄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애라와의 결혼승낙을 받고 싶다.
재원은 엄마와 시간을 갖기 위해서 휴일을 선택한다.
엄마의 휴일에 맞추어 엄마와 바다를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운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