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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40만t급 초대형광탄운반선(VLOC) ´발레 브라질´호. |
벌크선을 비롯해 유조선, 컨테이너선까지 시황 침체가 지속되며 글로벌 선사들 사이에서는 선박 공급과잉 현상과 더 이상의 운임 하락을 막기 위해 선박을 발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며 연비를 향상시킨 친환경 선박에 대한 욕심과 다른 선사들이 선박 발주를 자제할 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유혹이 겹치며 일부 선사들 사이에서는 선박 가격이 낮을 때 발주를 단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은 저마다 더 이상의 운임 하락을 막기 위한 선복량 감축에 나서며 다른 선사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머스크라인(Maersk)은 올해 아시아~유럽 항로의 선복량을 21% 줄였으며 한진해운과 에버그린도 아시아~유럽 항로의 선복량을 23% 줄였다.
이와 함께 벌크선 및 유조선 시장의 일일 운임이 운영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자 선령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선박까지 폐선장으로 내몰리면서 올해 폐선 규모는 사상 최대인 5천700만DW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선복량 감축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대부분의 선사들은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 선박 발주를 자제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Evergreen)은 지난 2010년 8천TEU급 컨테이너선 32척을 비롯해 총 100척에 육박하는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8천TEU급 선박 30척 발주 이후에 추가적인 발주는 단행하지 않고 있다.
브론손 시에(Bronson Hsieh) 에버그린 부회장은 “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복량을 조절해야 한다”며 “따라서 기존 노후선박을 교체하기 위한 발주 외에 선복량을 늘리는 차원의 발주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시장에 인도된 컨테이너선은 이미 100만TEU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총 130만TEU에 달하는 선박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170만TEU 규모의 선박이 시장에 인도될 예정이어서 컨테이너선사들의 시황 악화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벌크선, 유조선에 이어 컨테이너선 시장까지 시황 침체로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선사들 사이에서는 무조건 발주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매력적인 선가에 더해 기존 선박보다 연비를 20%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선박 발주에 대한 욕심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메이저 선사들이 선복량 감축에 나서는 것을 기회삼아 선단 확대에 나설 경우 해운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선사들은 선박 발주를 두고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에게안벌크(Aegean Bulk)는 지난 6월 성동조선해양으로부터 ‘6S60ME-C8.2 Tier II’ 엔진이 장착된 8만1천400DWT급 캄사르막스 벌크선 2척을 인도받았는데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일일 약 4t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선박 연료로 사용되는 벙커유 가격이 t당 600 달러일 경우 1년에 87만6천 달러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와 비슷한 7만6천DWT급 파나막스 벌크선의 신조선가가 2천630만 달러로 지난 2008년(4천650만 달러) 대비 2천만 달러 이상 떨어졌다는 점도 선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자금력이 뒷받침 되는 선사들은 선박 발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환경 선박의 효과가 입증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선박을 발주하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카엘 보두로즐루(Michael Bodouroglou) 올씨즈마린(Allseas Marine) 대표는 “친환경 선박이 기대에 부응한다 해도 새로운 선박들을 발주하는 것은 선복량을 더욱 줄여야 하는 현 시점에서 제한돼야 한다”며 “많은 수의 친환경 선박이 발주되고 이들 선박이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것은 선사들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리스 하지오아노(Polys Hajioannou) 세이프벌커스(Safe Bulkers) 회장도 “중국 조선소들은 믿을 수 없으나 한국 및 일본 조선소들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테스트 결과가 있다면 친환경 선박 발주를 고려해볼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선복량 과잉공급과 씨름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