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정전 처마 밑에서 가을을 엿보다
고궁 느리게 걷기 ④ 경복궁
조선왕조의 5대 궁전이 있지만 그중 경복궁은 단연 으뜸이다. 북악산과 청계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인 경복궁은 때마침 찾아온 가을맞이에 한창이다. 20일 명성황후 시해 현장인 건천궁도 개방돼 화제다. 안팎에서 가을 옷을 갈아입고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 모습 궁금하다면 일단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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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매시 정각이면 수문장 교대의식이 진행된다. |
조선의 으뜸 궁전, 경복궁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경복궁의 여정은 궁성의 첫 번째 관문인 흥례문을 거쳐 근정문,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등으로 이어진다. 이들 중심부를 일렬로 나란히 한 뒤 후원 등을 비대칭적으로 구성했다.
홍예문을 셋이나 내서 가장 격식 높은 형태를 취했던 광화문은 현재 본래 위치와 모습을 찾기 위해 복원공사 중이다. 궁성은 궁을 둘러싼 높은 담장을 말하는데 경복궁의 궁성엔 1398년 건춘, 광화, 영추문이 세워졌고 후에 북쪽 담장이 완성되면서 신무문도 갖추어졌다. 동십자각(유형문화재 13호)은 경복궁 동남쪽 모퉁이에 세웠던 망루다. 궁성 담장이 헐리면서 지금과 같이 길 한가운데 서있게 되었다. 함께 세웠던 서십자각은 일제시대 헐려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흥례문을 통과해 근정문에 이르면 근정전(국보 223호)이다. 국가의식을 치르고 신하들의 하례와 사신을 맞이하던 곳으로 근정전은 궁궐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춘 건물이다. “고르지 않은 돌 바닥은 빛 반사를 차단해 눈부심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근정전은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잘 다스려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왕과 신하들이 정치를 논하던 편전은 왕세자와 왕세자비의 생활공간인 동궁(자선당과 비현각)과 나란히 있다. 왕과 왕비가 일상생활을 하던 침전(강녕전과 교태전)은 아름다운 꽃담과 굴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교태전에서 자경전으로 향하는 동안 펼쳐지는 산책로는 경복궁 내 최고로 손꼽힌다. 서로 다른 수백 종의 다양한 수목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복궁 최고 절정은 향원정이다. 가을에만 만끽할 수 있는 울긋불긋한 단풍나무와 낙엽이 어우러져 더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고종이 건천궁을 만들 때 지은 향원정은 인공 섬과 같이 호수 중간에 조성된 정자로 웅장함을 자랑하는 경회루와 또 다른 느낌이다. 버드나무가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경회루(국보 224호)는 외국사신 접대나 연회장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특히 그 동안 일반에 공개된 적 없었던 건천궁이 복원공사 후 20일부터 일반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건천궁은 고종이 거처하던 곳으로 향원정과 더불어 고종 내외의 사랑을 받았던 곳. 명성황후 시해 현장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경복궁 담장을 따라 조성된 가로수길 또한 나무랄 데 없다. 그 가운데 신무문에서 청와대 앞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잘 가꾼 가로수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상쾌해 가장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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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경전 꽃당 (왼쪽) - 신무문을 나서면 청와대와 아름다운 산책로가 펼쳐진다. | 궁만큼이나 볼거리 많은 경복궁 주변
경복궁 고궁박물관과 연결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은 200평 규모의 서울메트로전시관(02-520-5191)을 갖추고 있다. 2개관으로 나눈 전시 공간은 졸업작품전시회에서 기성작가들의 전시까지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저렴한 대관료에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지하철 내부는 창덕궁의 불로문, 해시계, 석등 등 문화재 조형물을 전시하는가 하면 고궁박물관 소장품 사진을 내걸어 고궁 속으로 안내한다. 미술관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점심시간 작은 음악회도 마련된다. 경복궁 궁내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02-3704-3114)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민족의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학습의 장이다. 법주사의 팔상전, 화엄사의 각황전 등을 재현한 건물이 이색적이다. 지난 2003년 개관한 어린이민속박물관은 다양한 전시매체를 갖추고 모형을 통한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청와대 관람 만남의 장소는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 있다. 이곳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청와대 관람을 할 수 있다. 청와대 관람은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에서 사전 예약해야 된다. 서울셀렉션(02-734-9564)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 알리미를 자처하는 곳. 한국의 문화를 담은 책과 음반, 영화 그리고 직접 제작한 액세서리 등을 전시, 판매한다. 문화계를 취재하던 기자 출신 주인이 한국과 관련된 영문도서를 모으는 한편 직접 영문번역서를 발간하기도 한다. 최근 조선 기생들의 시를 영문 번역해 향을 입힌 엽서를 내놓았다.
행복플러스 글= 이현정 객원기자 사진= 이구희 객원기자 일러스트= 김한나
[Plus info]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경복궁은 조선의 정사를 관장한 법궁이다. 330여 동의 건물들이 미로같이 빼곡히 들어서 웅장한 자태를 뽐내던 경복궁은 왕과 관리들의 정무 시설, 왕족의 생활공간, 후원으로 구성된다.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 고종 때인 1868년 중건됐으나 일제시대 대부분 건물이 철거돼 근정전 등 일부 중심 건물만 남았다. 특히 조선총독부 청사가 건립돼 궁궐 자체를 가리기도 했다. 1990년부터 추진된 복원사업으로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고 흥례문 일원을 복원했다. 10월 20일 건천궁이 복원공사를 끝내고 개방되는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경복궁 본래 모습의 15% 정도가 복원된 상태. 지금도 내부 곳곳이 제 모습을 찾느라 분주하다.
운영시간_ 전 9시~오후 6시(11월~2월은 오후 5시까지).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7~18세) 1500원. 입장권 한 장으로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모두 관람 가능. 단, 현재 고궁박물관은 임시휴관(~11월 27일) 중. 화요일 휴궁. 찾아가는 길_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및 안국역 1번 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이용. 문의_ (02)732-1932 www.royalpalace.go.kr
행복플러스 글= 이현정 객원기자 사진= 이구희 객원기자 일러스트= 김한나
경복궁 주변 맛집
‘셋이 모이면 더 좋다’ 경복궁 한정식
한정식 코스요리 전문점. 1만5000원부터 7만원까지 다양한 차림상이 준비된다. 점심시간 에 3명 이상 모이면 1인 2만 원대 한정식 요리를 1만원으로 할인해 준다. 탕수육, 불고기, 잡채, 꽁치조림, 해파리냉채, 부침개 등 요리에 김치와 젓갈류, 나물 반찬까지 20여 가지 먹을거리가 한 상 가득하다. 여기에 탕과 국이 함께 상에 올라 푸짐하다. 사골 국물이 입안에 감도는 우거지탕과 민물새우에 무를 넣고 끓인 새우탕 등 독특한 탕 맛은 이곳의 별미다. 재료 본연의 맛을 한껏 살리되 소스는 주방장만 아는 비밀재료와 혼합비율로 완성된다. 전라도식으로 요리해 톡 쏘는 맛이 강한 홍어무침이나 매콤한 코다리튀김은 3만원상부터 나간다. 새벽마다 주인이 직접 수산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해온다. 구수한 누룽지와 함께 후식으로 나오는 매실차는 직접 담근 것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단독 건물에 3층까지 좌석이 넉넉하고 창이 달린 소규모 방이 많아 모임장소로 손색없다.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40분~오후 2시30분, 저녁 오후 4시30분~오후 10시. 문의 (02)732-4114
야외테라스에서 바비큐를! 올리바
야외 테라스를 갖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도로에서 한 발짝 들어간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하게 꾸민 실내는 기념일 분위기 살리기 충분하다. 크림소스 안심스파게티(1만2000원)와 새우크림 스파게티(1만3000원)는 런치세트를 이용하면 갓 구운 호밀빵과 연어샐러드에 후식을 포함해 1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오후 3시까지).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는 안심스테이크도 런치세트로 맛볼 수 있다(3만2000원). 수프와 샐러드, 파스타 한 접시, 디저트와 함께 안심 또는 생선을 선택할 수 있다. 호박수프는 실제 단호박에 수프를 담아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파티셰가 직접 만든 케이크가 디저트로 나온다. 요즘같이 바람불어 좋은 계절에는 테라스에서 바비큐 파티도 어울린다. 요리사가 그릴에서 구운 돼지갈비, 안심, 소시지, 과일 바비큐가 샐러드와 함께 항아리 접시에 담겨 손님자리까지 배달된다(오후 6시~9시. 2인 이상 주문 가능, 3만4000원). 모든 메뉴 10% 부가세 별도. 영업시간 정오~자정(일요일 오후 10시까지, 명절휴무). 문의 (02)733-3056
‘그때 그 시절’ 국수 맛 그리울 땐 체부동 잔치집
쌀쌀한 날씨에 속이 출출할 때 따뜻한 면발이 그리워지게 마련. 시장에서 발견한 국수집의 가늘고 좁은 테이블과 의자는 학창시절 분식집을 연상시킨다. 가격 또한 그때 그 시절 못지않다. 잔치국수 한 그릇 2500원, 새콤달콤 양념 맛에 군침 도는 비빔국수는 3000원이다. 부족한 양은 500원만 추가하면 곱빼기로 돌아온다. 가쓰오부시(가다랑어)를 끓인 육수에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매콤하다. 그래도 성이 안 찬다면 잘게 썬 신김치를 듬뿍 넣으면 된다. 즉석에서 무친 겉절이는 아삭하다. 주머니 사정 고려한 착한 가격대의 파전도 맛볼 수 있다. 손바닥 크기만한 채소전이 단돈 1000원. 여기서는 ‘애기전’으로 통한다. 오징어가 팍팍 들어간 해물파전은 여름엔 깐 새우를 넣고 겨울에는 굴을 넣어 1장에 5000원씩 받는다. 봉평메밀가루로 메밀전병(3000원)을 부친다.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자정(일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연중무휴). 문의 (02)730-5420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진국 한방삼계탕 토속촌
대통령도 즐겨 찾았다는 삼계탕 전문점. 한옥 한 채에서 시작해 현재 여섯 채까지 확장했으나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한 삼계탕 마니아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린다. 삼계탕 한 마리(1만2000원)를 시키면 향기 강한 인삼주가 따라 나온다. 쫄깃한 닭고기와 진한 국물이 평일 하루 평균 2000마리 넘는 삼계탕을 상에 올리는 25년 장수 비결이다. 주인은 “80여 종류의 식용 닭 중 원당의 농장에서 사육한 토종에 가까운 닭으로 요리해 살이 차지고 비린내가 적다”고 설명한다. 진한 국물은 곡물의 힘이다. 닭을 잡고 난 닭 목뼈와 닭발 등을 끓인 육수에 찹쌀, 들깨, 호박씨, 율무, 해바라기씨 등을 곱게 갈아 넣어 국물 맛이 일품이다. 잘게 빻은 율무와 호두는 떫은 맛 대신 고소하다. 탄력 있는 고기 살을 원한다면 오골삼계탕(1만8000원)을 주문하자. 기름기를 쏙 뺀 전기구이 통닭(1만1000원)은 옛날 통닭 그리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닭볶음탕 3만원. 삼계탕 포장 가능.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연중무휴). 문의 (02)722-6645
행복플러스 글= 이현정 객원기자 사진= 이구희 객원기자 일러스트= 김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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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으잉 깜짝 놀랬네 그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