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사건 본인은 9살 때부터 희망해온 개명을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어 이뤄보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저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자 한글 이름 사전 책에 있는 ‘바롬’ 이라는 남녀 혼용 이름을 고르게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그 당시 사용하셨던 책을 집에서 발견하게 되었고 제 이름을 찾아보았습니다. 분명 남녀 혼용 이름이라고 하셨는데 책에 적혀있는 것은 ‘남성용’ 이라는 글귀 뿐 이었습니다. 당시 운동을 좋아하고 저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체격이 커서 남자아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이름마저 남성용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자 그때부터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해에 ‘지구용사 선가드’ 라는 만화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만화였는데, 그 만화에 나온 로봇 중 하나의 이름이 ‘썬더바론’ 이었습니다. ‘바롬’ 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같은 반에 힘으로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던 한 남자아이로부터 ‘썬더바롬’ 이라는 별명이 붙여졌고 그래서 저는 그 별명이 무척이나 싫었습니다.
좀 더 자라서 사춘기 시절, 욕을 많이 하는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많았는데, 한글은 변형이 잘되는 문자여서 “씨”뒤에 “발” 대신 “바”를 써서 “씨바롬” 이라는 변형된 욕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인터넷이 발달된 시기였기 때문에 SNS 상에서도 욕이 같은 글자로 사용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보았고 직접적으로 누가 저에게 그 글자를 사용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부터 지금까지, 병원이나 각종 고객센터 또는 안내데스크 등의 공식적인 장소에서 제 이름을 직원에게 알려줘야 하는 경우에 제 이름을 한번 알려주면 단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바름, 아름. 바롱, 다롱. 아롱” 등으로 잘못 듣습니다. 알아듣기 어려운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더 알려준다고 하여 본 이름으로 알아듣는 경우도 미비하며 결국 “바다의 바, 로에 미음” 이라는 말로 설명해주거나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항상 주민등록증을 내보여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계속 개명을 희망해왔으나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1달여의 시간이 지나면 30대가 되어 새로운 이름으로 30대를 맞이하고 싶다는 말로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작명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작명가의 의견으로는 ‘정바롬’ 이름이 성명학적으로 발음하기가 좋지 않고 제 사주와 맞지 않는다 하여 최종적으로 개명 할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고, 작명원에 가기 전부터 원했던 이름인 “정채원” 성명학적으로도 훌륭하고 사주와도 잘 맞는 이름으로 나오게 되어 “정채원”으로 개명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현재 이름으로 겪었던 불편함을 없애고 새 이름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가하여 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판사님의 고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아주 잘 작성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