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강헌모
전에 남이섬에 갔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콘서트를 볼 기회가 되어 음악 감상을 했었는데, 너무 아름답게 각인되어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남이섬을 가게 되었다. 활동하기에 알맞은 날씨에 잘 간 것 같아 보람 있었다.
몇 년 전에 갔을 때는 늦가을이었다. 고독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때이자 초겨울날씨여서 계절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간 남이섬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철이어서 낭만을 느끼기에 아주 좋을 때였다. 넓은 곳에서 자연바람과 아름다운 수목을 보면서 가을을 만끽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영화에서 본 남이섬의 보트 타는 광경은 지금도 생생해서 남이섬에 가면 보트가 물위에서 활개 친다. 보기 좋은 아름다움이다. 멋지다. 보트 뒤로 끈에 매달린 사람이 번쩍번쩍 점프하면서 신나는 묘기를 부렸다. 손과 팔을 쭉 뻗어 줄에 매달려 가는 사람의 모습이 건강미가 넘쳐 보였다.
외로이 서서 지탱해 가며 가야 하는 것이어서 힘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 느낌은 어떨까. 무서울까. 짜릿할까. 상쾌할까. 기분 좋을까. 무섭다면 바다나 하늘을 타는 사람에 비하면 덜 무서울 것 같다.
보트들은 하얗게 길을 내고, 물을 품어대며 질주하였다. 거기에는 단속하는 경관 없는 자유로움이다. 2인용 자전거가 곳곳에서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한 쌍의 여성이 타고 가는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호흡을 같이한 행동 통일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남이섬의 가로수를 걸으니 마음이 좋았다. 한창 높이에 하얀 풍선이 대롱대롱 달려 있어 마음을 하얗게 했다. 한 낮에 찾아간 그 곳 곳곳의 풍경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남부럽지 않는 부자가 되어 아무것도 아쉬울 것 없었다.
점심을 까먹는데 미니열차가 옆으로 지나갔다. 걷기 싫은 사람들을 태운 것 같은데 가을일기로 남을 것 같다. 한정된 시간이 있기에 공연을 보고 나머지 가로수 길을 바삐 걸으려 했다. 그런데 하필 그 날은 콘서트가 없어서 아쉬웠다. 미리 문의해 볼 걸 그랬나보다. 그것을 보려고 그 먼 곳 까지 간 건데….
가로수 길을 마저 걸으며 가을의 풍경을 담았다. 그리고 다음에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배를 조금타고 들어온 섬 같지 않는 평온한 장소였다.
남녀가 탄 자전거는 발이 착착 맞으니 마음까지도 맞을지 모르겠다. 연인들, 여인들, 친구든, 가족이든, 부부든, 혼자든,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찾아도 무리가 아닐 꿈과 희망과 낭만의 남이섬이란 생각이 든다. 가로수 끝까지 가서 유턴해서 흐르는 강을 보며 강가를 걸었다. 걷다보니 통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 동그란 모양이라 그곳을 통과할 때 불편했다. 더 걸으니 오리배가 두둥실 떠다니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곳에 탄 사람들은 쉴 새 없이 페달을 밟거나 삿대를 저어 나갔다. 강 건너 산자락에 있는 집 모양의 건물은 섬진강 옆에 놓여 진 것보다 운치가 뒤떨어진다. 강가에는 탄탄한 돌로 놓여 져 있어서 거기에서 발 담그기에 편리했다. 더 걸으니 미니 자동차와 혼자 타는 자전거도 보여 낭만 투성 이었다.
남이광장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임대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그 시간만큼은 내 땅인 셈 이니 그 안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남이섬은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 섬에 배는 자주 오가는 편이었고, 여러 나라의 국기가 꽂혀 있었다. 몇 곳에 보트장이 있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강변 산책로도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또 넓은 정원이 부럽다.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63Km지점에 가랑잎처럼 청평호수 위에 떠 있는 남이섬은 면적 46만 평방미터에 둘레는 약 5킬로미터에 이른다. 하늘까지 뻗어 오르는 나무들과 광활한 잔디밭 강물로 에워싸인 자연생태문화 청정정원 남이섬이다. 스물여섯에 사나이의 용맹이 꺾인 남이장군 묘가 있어서 남이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부터 수재 민병도 선생의 손끝 정성으로 모래 벌 땅콩 밭에 수천그루의 나무들이 가꾸어졌다.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떨리기도 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 중에 그것도 하나의 인연이라면 인연일 듯싶다. 수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맞이해 남이섬을 찾았다. 관광버스도 족히 40대는 될 듯하다. 인기 있는 명소인 그 곳에서 사람들은 고운 추억을 간직하고 돌아갈 거다. 나도 그럴 거다.
이번에 갔던 남이섬에서 원했던 콘서트를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넉넉함으로 남을 추억의 시간이 되었다. 여유 있게 가로수 길을 걷고 강가의 경취를 보며 사색했다. 만나는 사람 모두를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아서 내 마음이 편했고 좋았다. 기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활력이 되었다. 그런 여행지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즐거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