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105]고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배운다
엄혹한 시절이 아니고 참으로 황당한 시절이다. 요 며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을 엄두도 안나고 염두에도 없었다. 왜, 대체, 무엇 때문에 나라를 요 모양 요꼴로 만드는가? 누가? 대통령이? 여당대표가? 국무총리가? 정치政治를 한다는 여당의 인간군상群像이 미워도 너무 미웠다. 이 나라 대통령이라는 내란 수괴는 드디어 온 국민의 약을 오를대로 오르게 하고 있다. 없는 화병을 도지게 하고 있다. 부아(부애)가 나서 살 수가 없다. 진짜 쿠데타를 성공시키려면 그렇게 허접하게 했겠냐며 머리를 꼿꼿이 쳐든다. 통치행위의 일환이라고 봐주면 안되겠니?를 묻는다. 아니, 통치행위의 일종이라니? 국민 앞에 총칼을 들이대놓고 '아니면 말고'라니? 이런 수확한(전북도 사투리?) 놈이 있나? ‘파렴치함 종북 반국가세력’인 야당을 겁주려고 한밤중 나라를 뒤흔들었는데도, 눈곱만큼도 반성이 없다. 어느 도지사는 ‘한밤의 해프닝’이라고 했다. 나는 일찍이 말했다. "해프닝이라고 말하는 자, 주뎅이(입)를 찢어버려야 한다"고. 이게 해프닝인가? 해프닝의 뜻도 모르는 검사출신 쉐끼 좀 보라.
오랜만에 '심호흡'을 하고 책상에 앉았다. 문득, 사자성어, 고사성어故事成語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그래, 이런 때는 한자공부, 한문공부가 최고다. 고전古典에서 배우자. 맨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역시 ‘귀태鬼胎’이다. 귀태는 태어나서는 안될 인간말종을 말한다. 유시민 작가는 이를 ‘고블린’이라고 했다. 목불인견目不忍見, 정상적인 눈을 뜨고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걱정마라. 조금만 기다려라. 곧 탄핵된다’는 말이 어찌 위로가 되랴. 쥐도 도망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되돌아서 죽기살기로 덤빈다. 당랑거철螳螂拒轍, 국민이야말로 큰 수레이거늘. 일찌기 그는 한 마리 버마재미(사마귀)였다. 그가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안심하지 말라. 쥐X도 X이다. 인문학人文學의 요체는 짜-안 것이거늘, 그의 뻔뻔한 낯짝은 차마 바라보기도 민망하고 오직 참담하다. 일찍이 우리 현대정치사에서 ‘후흑厚黑의 대가’로 JP를 뽑은 적이 있었으나, 이 친구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칼날을 달리고 있다. 도무지 염치廉恥가 없다. 순식간에 역전드라마를 노린 듯한 담화는 온나라를 ‘아수라장阿修羅場’으로 만든다. 이를 어쩔 것인가?
막무가내莫無可奈,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도 유만부동類萬不同이다. 어불성설語不成說, 언어도단言語道斷도 있다. 막걸리도 아닌 말들로 우리 국민을 놀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政體는 무엇인가? 민주공화국. 그리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민國民으로부터. 조물주造物主가 가죽이 남아서 입을 찢어놓은 줄 아는가. 살다살다 제 무덤을 스스로 파는 놈은 처음 봤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는 놈은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상아탑의 교수들이 너도나도 일어났을까.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뽑았다. 도량발호는 또 무슨 말인가?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이다.
그 멍청한 미치광이의 말을 믿고(도대체 무엇 때문에?)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작자가 선량善良인가. 정치적인 신념이나 역사관은 ‘1도’ 없이 우왕좌왕右往左往,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놈은 또 누구인가? 그는 그저 하루하루 '똥을 만드는 기계'일 뿐이다. 스툴 머신Stool machine. 일고의 가치도 없다. 나는 사형제를 시행했으면 한다. 그것도 긴급히. 포고령에 명기한 ‘처단處斷’은 무슨 말인가? 목을 친다는 말에 다름 아닐 터. 애먼 의료진들을 향해 처단한다고 겁박하며 그 단어를 집어넣은 자 누구인가? 분명히 확인하여 똑같은 단어로 응징膺懲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희망希望이 없다.
겁나고 무서운 단어이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을 이해하시라. 사형死刑이나 무기징역無期懲役, 무기금고無期禁錮는 언급도 하지 말자. 능지처참凌遲處斬, 사지四肢를 토막쳐 죽이는 극형이 있다. 1802년 신유박해때 백서帛書를 쓴 황사영이 능지처참당했다. 거열형車裂刑도 있다. 경형黥刑, 죄인의 이마나 팔뚝에 먹줄로 죄명을 써넣는 형벌이다. 주홍글씨Scaret letter를 아시리라. 낙인을 찍어야 한다. 일벌백계一罰百戒, 뽄대를 보이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벌罰을 주어야 하리. 이런 게 그들이 말하는 ‘겁박劫迫’인 것을. 조선시대처럼 삼족을 멸하는 등 연좌제連坐制만큼은 하지 말자. 허나, 희대의 요물妖物 퍼스트레이트는 예외로 하면 안될 일이다. 막 잘 나가는, GNP가 3만5천달러를 넘어가는 선진국 초입의 나라를 망가뜨린 죄罪, 커도 너무나 커다. 어마무시한 형벌刑罰에 처할 이유는, 시골 초로初老의 농사꾼이 봐도 차고 넘친다. 국민을 갖고 논 우롱죄愚弄罪, 농락죄籠絡罪, 사기죄詐欺罪는 없는가.
엊그제 어느 모임이 있었다. 관련 뉴스로 범벅이 된 TV를 보면서 한 친구가 “그러니까 내각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이 마당에 내각제, 질서있는 퇴진을 언급해야 하는가. 앞뒤를 분간하지 못한 자, 그는 이 비상사태에 대해 먼저 왜 분노忿怒하지 않은 것일까? 분노를 잃고 역사를 외면하는 자, 미래가 없다. 이럴 때야말로 진영이나 이념에 상관없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일단 화 먼저 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공감共感이고 동감同感이지 않은가. 침묵과 외면이 능사인가. 우리의 일상인 것을.
최근 한 언론인(김택근)이 펴낸 『묵언默言』의 글을 읽자. 누군들, 모가지에 총칼을 들이대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기는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마음만큼이라도 그런 마음을 가져야지 않을까? 그럴려고 마음을 다지는 게 사람이지 않겠는가. 여의도에 백만명의 인파가 분노하며 외치고 있다. 그 장면을 생생하게 보면서도 어떤 느낌이 없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무엇이 무섭고 무엇이 겁나 숨기며 애써 감추는가.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긴 것을 모르는가. 당신은 청맹과니인가? 나는 슬프다. 그것도 입이라고 우리 후손을 위하여 탄책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저 자, 지금 당장은 욕을 먹어도 1년만 지나면 다 잊어먹고 우리를 또 찍게 된다고 말하는 저 자, 내란을 통치행위라고 우기는 저 여자, 그들은 가족이 없는가? 아니, 그 가족을 위하여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인 투표행위를 하지 않았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슬프다. 오호嗚呼 통재痛哉, 오호嗚呼 애재哀哉로다.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