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황봉학
쥐 한 마리 없는 천주사의 쥐똥나무였다가
국수 한 그릇 없는 김용사의 국수나무였다가
노루 사라진 지 오래된 대미산의 노루귀였다가
고추 하나 달리지 않는 대승사의 고추나무였다가
거짓말만 모여 사는 범죄 많은 마을의 참나무였다가
오리도 못가면서 자리만 지키는 조령산의 오리나무였다가
생강 냄새만 풍기다가 요리 근처에도 못 가본 생강나무였다
가
화살 한 번 날려 본 적 없는 주흘산의 화살나무였다가
박쥐 사는 동굴이라고는 없는 백화산의 박쥐나무였다가
오이 냄새만 풍기고 오이 하나 없는 영강의 오이풀이였다가
불경 한 줄 못 외우는 파계승사의 중대가리나무였다가
*황봉학: 주술사 중에서
첫댓글 나무의 사연들이 즐비한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