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섯 살 때 우리 집에는 헥터라는 이름의 몸집이 커다란 개가 있었다.
헥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쓰러뜨린 다음 재킷을 입으로 끌어당겨
다시 일으켜 세우려 애를 쓰곤 했다.
만약 헥터가 아니라 어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했다면
나는 그가 아마 술 취한 주정뱅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했을 게 틀림없다.
나는 헥터처럼 목이 말라 하는 개를 본 적이 없다.
헥터는 커다란 물통에 든 물, 웅덩이에 고인 물, 말의 수통에 담긴 물,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 등등 모든 물을 마셔버렸다.
만약 이런 물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엄마의 스커트 자락을 끌고
물을 퍼내는 펌프로 끌고 갔다.
헥터는 20년 전에 죽었다.
런던의 골더스 그린에 있는 글로버 보햄씨의 집에서 열린
물질화실험 모임에서 헥터가 모두의 눈앞에 물질화되어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헥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실험 모임의 중앙에 있는 나무 바닥에 물이 가득 찬 푸른색 도자기 볼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가끔 다양한 심령현상을 보조하여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질화된 헥터는, 볼에 담긴 물이 무슨 목적으로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큰 소리를 내며 전부 마셔버렸다.
그런 다음 "어때, 내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이는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크게 짖었다.
모임이 끝난 후 우리는 헥터가 짖는 소리를 옆집에 사는
두 명의 부인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름다운 영혼의 동물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