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수많은 경쟁자의 거친 도전 속에서도 여전히 탑클래스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출시된 7세대 S클래스는 전통적인 세단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최신 디지털 요소를 곳곳에 접목시켰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신의 철학과 기술의 정수를 모두 담았다'고 소개한 신형 S클래스를 만나봤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변화는 눈매다. 그간 S클래스의 상징이던 3줄 주간주행등이 램프 위 한 줄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다 간결하면서도 젊은 인상으로 재탄생했다.
그 아래는 첨단 기술이 결합된 3구 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각 헤드램프에는 130만여개 픽셀로 이뤄진 프로젝션 모듈과 84개 LED 모듈이 탑재됐다. 덕분에 마주 오는 차량과 앞서 달리는 차량을 정밀하게 피해서 하이빔을 쏠 수 있고, 경사로에서 지형 변화에 맞춰 조사각을 바꿔준다.
이어 라디에이터 그릴이 상하로 좀 더 길게 늘어나 통통한 느낌이다.
측면은 플러시 도어 핸들이 적용되어 매끈한 옆태를 완성했다. 손잡이 가운데를 터치하면 튀어나오고 끝을 터치하면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사고가 감지되었을 때 자동으로 손잡이가 튀어나와 손쉽게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기능까지 적용됐다.
창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크롬 라인이나 도어 아래쪽에 위치한 한 줄 크롬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롱 휠베이스 모델을 기준으로 휠베이스가 51mm 더 늘어나며 한층 당당한 비율을 뽐낸다.
뒷면에서도 달라진 눈매가 핵심이다. 테일램프가 좌우로 길게 바뀌었고 역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전세대 모델에서 트렁크를 가로지르던 크롬 라인은 리어램프를 따라 좌우로 길게 배치되어 차체를 더욱 넓어보이게 만든다.
'풀 체인지 모델인데 디자인 변화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은 실내에 오르는 순간 사라진다. 거대해진 센터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신 MBUX가 탑재된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존 대비 64% 커진 12.8인치다. OLED가 적용되어 한층 밝고 선명하다. 반사 및 지문 방지 코팅도 꼼꼼하게 처리됐다. 썬팅이 전혀 되지 않아 직사광선이 그대로 들어왔지만 화면 위 빛 반사는 심하지 않다. 아래쪽에는 공조 장치 컨트롤 화면이 상시 표시되어 물리 버튼을 대체한다.
내장 내비게이션은 수입차 중에서 수준급이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싶다면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용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지문 인식 센서가 자리잡고 있다. 최대 7명까지 지문을 등록할 수 있으며, 사용자별 시트 포지션이나 사이드미러, 계기판 테마 등을 설정한다.
실내를 감싼 앰비언트 라이트는 64가지 색상을 비롯해 10가지 멀티 컬러로 설정할 수 있어 한층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불어 음성 명령이나 운전 중 경고 장치가 작동했을 때,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확실한 피드백을 전한다.
운전대를 잡으면 12.3인치 3D 디지털 클러스터가 맞이 한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RPM 게이지와 속도계를 보여주는 클래식 테마부터 지도, 운전 보조 기능 등 다양한 테마가 마련됐다.
디지털 클러스터 상단에 위치한 두 개의 카메라가 운전자 시선을 추적해 상ㆍ하ㆍ좌ㆍ우로 움직일 때마다 3D 효과를 준다. 이 카메라를 통해 졸음운전을 감지하고, 경고 메시지나 경고음으로 운전자를 깨우는 기능도 포함됐다. 스티어링 휠 위치가 부적절해 운전자 시야를 확인할 수 없다면 스티어링 휠 위치를 조절하라는 경고도 띄워준다.
이날 S400d 모델과 S580 모델을 각각 시승했다. S400d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S580은 뒷자리에서 쇼퍼드리븐을 체험했다.
우선 S580은 일반 모델보다 약 110mm가 더 긴 롱 휠베이스 모델이다. 익스클루시브 패키지가 기본 탑재되며, 차량 곳곳에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의 나파 가죽이 적용됐다. 천장은 다이나미카 극세사로 마감해 사실상 손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을 부드러운 소재로 꼼꼼하게 감싸놓았다.
도어에 달린 좌석 조정 버튼은 정전식 터치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쇼퍼 패키지와 이그제큐티브 시트를 활용해 조수석을 앞으로 밀어내고 편안한 자세로 반쯤 누워 이동할 수 있다. 등받이는 최대 43.5도까지 조절 가능하며, 다리 받침은 50도까지 전개된다.
다만, 183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조수석에 발이 살짝 닿는다. 신발을 신었다면 조수석 시트 뒤편이 발자국으로 가득했겠다. S580보다 휠베이스가 짧은 렉서스 LS(3125mm)나 제네시스 G90(3160mm)에서는 발이 닿지 않았다.
S클래스의 경우 조수석 시트가 앞으로 이동하는 범위가 좁고, 뒷좌석 시트의 엉덩이 받침이 훨씬 더 앞쪽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다. 덕분에 훨씬 더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운전자 입장에서도 보조석이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가리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한층 편안한 승차감을 만들어준다. 특히, 램프 구간이나 톨게이트 앞에서 운전자 주의 환기를 위해 홈을 파놓은 구간에서도 차량 안으로 진동이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도 꼼꼼하게 둘러 정숙함을 유지한다.
2열에 탑재된 11.6인치 터치스크린에서는 내비게이션, DMB, 라디오, 음악 등을 제어할 수 있으며, 실시간 차량 출력이나 서스펜션 상태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암레스트에 탑재된 7인치 삼성전자 태블릿 PC로도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 모델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다. 뒷바퀴가 최대 10도까지 돌아가 회전 반경이 중형세단 수준으로 줄어든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이 적용된 차는 많지만, S클래스의 가동 범위가 훨씬 더 넓다.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았음에도 U턴 시 꽁무니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뒷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차량 밖에서 보면 더욱 신기하다. 평행주차 시 출차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것까지 가능하다.
이어 S400d 운전대를 잡았다. 차에 오르기 전부터 19인치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차체에 비해 19인치 신발은 다소 초라해 보인다. 적어도 20인치 휠은 신어야 비율상 어울릴 것 같다.
메르세데스-벤츠 S400d 4매틱
플래그십 세단과 디젤 엔진의 조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보닛을 열어보기 전까지 디젤 엔진의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흡ㆍ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차량 밖에서는 겨우 숨소리만 들리는 수준이다.
차문을 닫은 실내에서는 그마저도 들리지 않는다. S580과 달리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두툼한 유리를 사용한 덕에 엔진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대신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 100km/h 언저리까지 가속하면 양쪽 사이드미러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실내로 유입된다.
S400d는 3.0L 직렬 6기통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330마력을 발휘한다. 무려 71.4kgㆍm에 달하는 최대토크가 1200rpm에서부터 터져 나오기 때문에 시내에서도 5.2미터 넘는 육중한 몸체를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는 단 5.4초 만에 주파한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다섯 가지가 마련됐다. 에코 모드에서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관성 주행 시 기어를 중립으로 빼버린다. 이 상태에서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기어를 체결해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에코 및 컴포트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매우 무르게 설정되어 플래그십다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시승한 S580과 마찬가지로 진동이 실내로 거의 유입되지 않는 수준이다. 도로 이음새나 요철을 지나도 차체는 한결같이 출렁이며 금세 평온을 찾는다.
스포츠 및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체결하면 그제서야 단단해진다. 이때부터 도로 이음새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고속에서 차체를 든든하게 지지해준다. 셀프 레벨링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고속 주행 시 차체가 자동으로 낮아져 핸들링 성능을 더욱 끌어올린다.
플래그십인 만큼 각종 안전 및 편의 사양도 빠짐없이 탑재됐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가 기본 제공되며, 전방 보행자와 맞은편 도로 차량, 그리고 달리고 있는 자전거까지 감지할 수 있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기능이 추가됐다.
이와 더불어 충돌 회피 기능이 정지된 차량까지 감지하고, 차선 이탈방지 어시스트 기능은 한결 이질감이 줄었다. 충돌이 예상될 경우 안전벨트를 당겨주고 시트 옆면을 부풀려 탑승자를 차량 중앙으로 밀어주는 기능도 탑재됐으며, 충격 시 청력 보호를 위한 프리세이프 사운드 시스템까지 적용됐다.
'플래그십 세단'이라 하면 전통을 중시한 보수적인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7세대로 거듭난 S클래스는 헤드램프부터 실내 디스플레이까지 각종 첨단 기술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1951년 출시 이래 400만대 이상 판매된 S클래스는 반세기 넘게 럭셔리 세단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시대 흐름을 유연하게 이끌어 나가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