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취비농(甘脆肥濃)
달고 무르고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음식이라는 뜻으로, 사람이 편안한(좋아하는) 것만 골라하면 나쁜 결과가 온다는 말이다.
甘 : 달 감(甘/0)
脆 : 무를 취(月/6)
肥 : 살찔 비(月/4)
濃 : 짙을 농(氵/13)
출전 : 매승(枚乘)의 칠발(七發)
송대(宋代) 마단림(馬端臨)이 말했다. "우리의 도는 괴로운 뒤에 즐겁고, 중생은 즐거운 후에 괴롭다."
吾道苦而後樂, 衆生樂而後苦.
묵자(墨子)가 말했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하고자 하는 바를 얻는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하기 싫은 것을 면한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爲其所難者, 必得其所欲.
未聞爲其所欲, 而能免其所惡者也.
간결한 말 속에 통찰이 빛난다. 고통 끝에 얻은 기쁨이라야 오래간다. 좋은 것만 하려 들면 나쁜 것이 찾아온다. 괴롭고 나서 즐거운 것은 운동이 그렇고, 학문이 그렇다. 처음엔 몸이 따라주지 않고, 공부가 버겁다.
피나는 노력이 쌓여야 안 되는 게 없고 모를 게 없어진다. 안 되어 답답했는데 저절로 되니 신기하다. 몰라 막막했지만 석연하게 깨달아 시원스럽다. 이것이 처음엔 괴롭다가 나중에 즐거워지는 일이다.
즐겁고 나서 괴로운 것은 주색잡기와 도박이다. 미희를 옆에 끼고, 비싼 술에 맛난 음식을 골라 먹으니 눈에 뵈는 게 없다. 노름꾼이 화투장을 쫄 때 느끼는 쾌감은 마약을 능가한다.
공부하는 사람이 불쌍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가련하다. 그러다가 술병이 나서 황달이 오고, 기름진 음식 때문에 당뇨와 혈압으로 쓰러진다. 꼼짝 않고 편히 지내다가 아예 휠체어 신세가 되어 영영 꼼짝 못하게 된다.
화려했던 한 시절이 일장춘몽이다. 그 많던 재산을 노름으로 다 잃어 패가망신한다. 일확천금의 꿈이 허망하다. 이것은 처음에 즐겁다가 뒤에 괴롭게 되는 일이다.
한나라 때 매승(枚乘)이 '칠발(七發)'에서 말했다. "달고 무르고 기름지고 맛이 진한 음식(감취비농/甘脆肥濃)은 이름하여 창자를 썩게 만드는 약이라 한다. 잘 꾸민 방과 좋은 집은 질병을 부르는 중매라 이름한다. 나고 들 때 타는 가마와 수레는 걷지 못하게 만드는 기계라 하고, 흰 이와 고운 눈썹의 여인은 목숨을 찍는 도끼라 부른다."
甘脆肥濃, 命曰腐腸之藥.
洞房淸宮, 命曰寒熱之媒.
出輿入乘, 命曰招蹶之機.
皓齒蛾眉, 命曰伐性之斧.
창자를 썩게 하고, 질병을 불러오며, 앉은뱅이로 만들고, 목숨을 찍는 것들을 얻자고 사람들은 사생결단한다.
고통 끝에 얻는 즐거움을 버리고, 즐거움 끝에 얻는 파멸을 향해 너나없이 돌진한다. 누구나 다 갖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사실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 甘(달 감)은 ❶지사문자로 입 속에 물건을 물고 있음을 나타내며 입속에 머금고 맛봄을 뜻한다. 甘(감)의 음은 머금다의 뜻을 나타냄으로 나아가서 맛있다, 달다의 뜻이 있다. ❷지사문자로 甘자는 '달다'나 '맛좋다', '만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甘자는 口(입 구)자에 획을 하나 그어 입안에 음식이 들어가 있음을 표현한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甘자는 이렇게 입안에 음식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에서 '만족하다'나 '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甘자의 사전적 의미는 '달다'나 '맛좋다'이다. 그러나 실제 쓰임에서는 甛(달 첨)자가 '달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甘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먹다'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으니 甘자를 반드시 '달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甘(감)은 (姓)의 하나로 ①달다(꿀이나 설탕의 맛과 같다) ②달게 여기다 ③맛좋다 ④익다 ⑤만족하다 ⑥들어서 기분 좋다 ⑦느리다 ⑧느슨하다 ⑨간사하다(거짓으로 남의 비위를 맞추는 태도가 있다) ⑩감귤(柑橘) ⑪맛있는 음식(飮食)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쁠 희(僖), 기쁠 희(喜), 즐길 오(娛), 기쁠 이(怡), 기쁠 열(悅), 즐거울 유(愉), 기쁠 희(憘), 즐길 낙/락(樂), 기쁠 흔(欣), 기쁠 환(歡), 즐길 탐(耽)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슬플 애(哀), 슬퍼할 도(悼), 성낼 노(怒), 슬플 비(悲), 쓸 고(苦)이다. 용례로는 군말 없이 달게 받음을 감수(甘受),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약용 식물을 감초(甘草), 달콤하여 맛이 좋음을 감미(甘美), 단 것과 쓴 것이나 즐거움과 괴로움 또는 고생을 달게 여김을 감고(甘苦),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에 맞도록 듣기 좋게 하는 말을 감언(甘言), 단술이나 막걸리를 감주(甘酒), 괴로움이나 책망을 달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을 감심(甘心), 달고 쏘는 맛이 있음을 감렬(甘烈), 단맛으로 설탕이나 꿀 따위의 당분이 있는 것에서 느끼는 맛을 감미(甘味), 음식을 맛있게 먹음을 감식(甘食), 달갑게 여기어 승낙함을 감낙(甘諾), 좋은 맛 또는 맛있는 음식을 감지(甘旨), 상급 관청에서 하급 관청에 보내던 공문을 감결(甘結), 알맞은 때에 내리는 비로 가뭄 끝에 오는 반가운 비를 감우(甘雨), 죽기를 달게 여김을 감사(甘死), 물맛이 좋은 우물을 감정(甘井), 달콤한 말을 감사(甘辭), 스스로 달게 여김을 자감(自甘), 향기롭고 달콤함을 방감(芳甘), 살지고 맛이 좋음 또는 그런 고기를 비감(肥甘), 단맛을 나눈다는 뜻으로 널리 사랑을 베풀거나 즐거움을 함께 함이라는 말을 분감(分甘), 선정을 베푼 인재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당지애(甘棠之愛), 달콤하고 아름다운 말을 이르는 말을 감언미어(甘言美語), 달콤한 말과 이로운 이야기라는 뜻으로 남의 비위에 맞도록 꾸민 달콤한 말과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남을 꾀하는 말을 감언이설(甘言利說), 물맛이 좋은 우물은 먼저 마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일찍 쇠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정선갈(甘井先竭), 물맛이 좋은 샘은 먼저 마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일찍 쇠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천선갈(甘泉先竭),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으로 사리에 옳고 그름을 돌보지 않고 자기 비위에 맞으면 취하고 싫으면 버린다는 말을 감탄고토(甘呑苦吐) 등에 쓰인다.
▶️脆 : 연할 취()
▶️ 肥(살찔 비)는 ❶회의문자로 月(월; 고기)과 巴(파; 卪절)의 합자(合字)이다. 肝(간)과 몸에 관계가 있는 月(월)과 물건의 알맞은 모양이 후에 파(巴)로 변한 절(卪=卩, 㔾)의 합자(合字)이다. 알맞게 살이 찐 사람이나, 동물에서는 주로 소나 양이 살진 것을 일컬었다. 지금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토질(土質)에 모두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肥자는 ‘살찌다’나 ‘기름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肥자는 ⺼(육달 월)자와 巴(꼬리 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巴자는 ‘꼬리’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손을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고기를 뜻하는 ⺼자가 결합한 肥자는 마치 손으로 앞에 있는 고기를 끌어당기는 듯한 모습이다. 肥자는 이렇게 식탐을 부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살찌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肥(비)는 ①살찌다 ②기름지다 ③살지게 하다 ④비옥하게 하다 ⑤넉넉해지다 ⑥두텁게 하다 ⑦투박하다 ⑧얇게 하다 ⑨헐뜯다 ⑩거름, 비료 ⑪지방(脂肪), 기름기 ⑫살진 말 ⑬살진 고기 ⑭물의 갈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름 유(油), 살찔 방(肪), 기름 지(脂), 기름 고(膏),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윌 수(瘦), 여윌 척(瘠)이다. 용례로는 살지고 굳셈을 비강(肥强) 또는 비경(肥勁), 살지고 몸집이 큼을 비대(肥大), 토지의 생산력을 높이고 식물의 생장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경작지에 뿌려 주는 영양 물질을 비료(肥料), 거름을 주고 가꿈을 비배(肥培), 몸집이 크고 힘이 셈을 비장(肥壯), 걸고 기름진 흙을 비토(肥土), 살져서 두툼함을 비후(肥厚), 살지고 맛이 좋음을 비감(肥甘), 살지고 깨끗함을 비결(肥潔), 살찌고 뚱뚱함을 비만(肥滿), 땅이 기름지고 좋음을 비미(肥美), 몸에 살이 찌고 습기가 많음을 비습(肥濕), 땅이 걸고 기름짐을 비옥(肥沃), 살이 쩌서 기름진 고기를 비육(肥肉), 살지고 번지르르함을 비윤(肥潤), 몸의 살찜과 야윔을 비척(肥瘠), 살지고 무거움을 비중(肥重), 자기 몸과 자기 집만 이롭게 함을 비기윤가(肥己潤家), 제 몸만 살찌게 함 또는 제 이익만 취함을 비기윤신(肥己潤身), 자기에게만 이롭게 하려는 욕심을 비기지욕(肥己之慾),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썩 좋은 절기임을 일컫는 말을 천고마비(天高馬肥), 가벼운 가죽옷과 살찐 말이라는 뜻으로 부귀영화를 형용해 이르는 말을 경구비마(輕裘肥馬) 등에 쓰인다.
▶️ 濃(짙을 농)은 형성문자로 浓(농)의 본자(本字), 浓(농)은 통자(通字), 浓(농)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農(농)으로 이루어졌다. 본디 이슬이 많이 내린다는 뜻이었다. 醲(진한 술 농)과 통하여 맛이 진하다는 뜻이 전(轉)하여 진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濃(농)은 (1)일부 명사(名詞) 앞에 붙어 진한, 농후(濃厚)한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일부 명사(名詞) 앞에 붙어, 빛깔 같은 것이 짙은의 뜻을 나타내는 말 (3)일부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농사(農事), 농민(農民)의 뜻을 나타내는 말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색이)짙다 ②(음식이)진하고 맛이 좋다 ③(안개 등이)깊다 ④(정의가)두텁다 ⑤이슬 맺힌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두터울 후(厚), 도타울 돈(敦), 넉넉할 유(裕), 풍년 풍(豊), 지나칠 주(足), 남을 여(餘), 넉넉할 요(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맑을 담(淡)이다. 용례로는 혼합 기체나 액체의 진하고 묽은 정도를 농도(濃度), 짙음과 옅음 또는 그 정도를 농담(濃淡), 진하게 졸임을 농축(濃縮), 빛깔이 진하거나 짙음을 농후(濃厚), 짙은 안개를 농무(濃霧), 짙은 빛을 농색(濃色), 짙은 붉은빛을 농홍(濃紅), 짙은 먹물을 농묵(濃墨), 짙고 빽빽함으로 서로 사귀는 정이 두텁고 가까움을 농밀(濃密), 심한 더위를 농서(濃暑), 깊은 시름을 농수(濃愁), 짙은 연기를 농연(濃煙), 짙은 구름을 농운(濃雲), 짙은 그늘을 농음(濃陰), 짙은 향기를 농향(濃香), 짙어짐을 농화(濃化), 무르익음을 농화(濃和), 무르익음을 농숙(濃熟), 짙은 화장을 농장(濃粧), 썩 진하게 쓰는 불투명한 채색을 농채(濃彩), 진하고 걸쭉함을 농탁(濃濁), 오랫동안 푹 고아서 진하게 된 국물을 농탕(濃湯), 눈썹이 짙고 눈이 크다는 말을 농미대안(濃眉大眼), 엷은 화장과 짙은 화장이라는 뜻으로 갠 날과 비 오는 날에 따라 변화하는 경치를 이르는 말을 담장농말(淡粧濃抹), 반하거나 홀려서 정신이 몽롱하고 마음이 노긋하다는 말을 신취심농(神醉心濃)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