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나는아직팔팔한나이 아직은 소리 높여 싸우고 자존심을 세워 지지 않으려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 아내의 전화기가 냉장고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슬그머니 식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어제는 우산을 챙겨서 쓰레기 버리러 나갔는데 우산은손에든채로 비를 홀딱 맞고 들어왔습니다 야단을 치려다가 그만두고 하늘을 올려다 봤습니다. 십 년쯤 뒤 아내는 널어 마른 빨래를 다시 세탁기에 넣고 나는 당신을 보고 ‘누구세요?‘ 하는 인사를 하게 되지 않을까?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황당해하거나 거울을 들여다보고 누구냐고 묻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사랑했던 기억은 시나브로 곁을 떠나고 내 젊어 저 속을 검게 물들여 놓은 죄를 다 꺼내 타작 마당에 널어 두드리는 것은 아닐까? 서서히 작아지고 있는 아내를 보며 우리가 차츰 멀어지는 중임을 차츰 모르는 사이가 되어가는 중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히 미안하고 안쓰러워졌습니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단디 해야 하겠습니다 (시집 『자벌레의 성지』 에서)
첫댓글 가끔은 그래서
애련하게 불쌍하고
안타까운 우리의 내일